
희한한 일이다. 재판 당사자 양측이 결과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부정하고 나섰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세녹스. 세녹스는 지난 11월 20일 \'유사휘발유가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서울지방법원 형사2단독 박동영 부장판사는 11월 20일 산업자원부가 유사휘발유로 규정한 세녹스를 판매, 석유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프리플라이트 사장 성모씨(50-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재판부는 우선 \"\'누구든지 석유제품 또는 석유화학제품을 혼합해 자동차용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을 생산,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석유사업법 26조를 산자부의 주장대로 좁게 해석한다면 산자부 스스로도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산자부가 \'산소함량은 MTBE에 함유돼 있는 산소량을 말한다\'는 산자부 고시(제2001-73호)를 통해 첨가제인 MTBE를 휘발유에 섞도록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플라이트 사장 무죄 선고
재판부는 이런 측면에서 세녹스를 가짜 휘발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녹스) 개발 과정에서 휘발유와 세녹스를 6 대 4로 섞었을 때 대기오염 저감효과가 크다는 점이 밝혀져 40% 주입을 기준으로 하여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에서 첨가제로서 적합판정을 받았다\"며 \"법원이 실시한 감정에서도 옥탄값이 기준에 약간 미달하는 점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점에서 기존의 휘발유와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첨가제로서 판매하고 있는 만큼 세녹스를 가짜 휘발유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세녹스 100%를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면 석유사업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세녹스는 40% 주입이라는 원칙으로 제조-판매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의 논의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소 애매한 판결을 내렸다. 세녹스가 첨가제도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첨가제는 \'소량\'을 첨가하는 것에 한하므로 40%를 첨가하는 세녹스를 첨가제로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 더해 \"프리플라이트측에 원료 제공을 금지하는 \'용제수급 정지명령\'은 유효하다\"며 \"판결 확정 뒤에도 일정 기간은 팔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재판부는 세녹스가 유사휘발유가 아니지만 동시에 첨가제로도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산자부와 세녹스측은 재판부의 판단을 각각 해석하고 있다. 산자부는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1심의 결과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며 여전히 세녹스를 \'유사휘발유(가짜휘발유)\'로 규정하고 있다. 산자부가 내세우고 있는 근거는 석유사업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유사휘발유는 \'석유화학제품에 다른 석유화학제품을 혼합하여 자동차용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프리플라이트측은 \"세녹스만으로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로 세녹스가 유사휘발유라면 \'불스원샷\'과 같은 다른 첨가제만으로도 자동차 구동이 가능한 만큼 다른 첨가제도 유사휘발유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프리플라이트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첨가제 MTBE와 불스원샷만으로도 정상적인 자동차 운행이 가능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불스원샷은 자동차 연료로 제조-판매되지 않고 자동차 운행에도 부적합하며, 국민 중에 한 명이라도 연료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프리플라이트측은 세녹스를 판매할 때 40%만 첨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교육하지 않고 마음대로 판매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세녹스를 연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녹스가 유사휘발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산자부는 세녹스에 대한 단속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산자부는 첨가제 관련법인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하도록 환경부에 권고, 환경부는 지난 8월 첨가제 조건을 첨가비율 1%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법을 개정했다. 산자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석유사업법을 개정해 더욱 강하게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공장폐쇄\' 등의 강력한 제재수단과 산자부가 대체에너지를 관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산자부가 대체연료업무까지 장악할 경우, 대체에너지산업이 축소될 것을 우려,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도 법원 판단 안 받아들여
국세청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상식적으로 봤을 때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사휘발유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세녹스를 유사휘발유로 보기 때문에 교통세 과세대상으로 인식하는 입장도 여전하다. 현재 세녹스는 첨가제로 신고돼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만 납부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유사휘발유가 아니기 때문에 교통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국세청은 판단을 행동으로 옮겼다. 국세청은 11월 28일 세녹스 제조공장에서 제품과 원재료를 압수하고 프리플라이트의 대표이사 등을 교통세 등 관련 세금 6백5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목포지청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세녹스측은 \"8월 14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체납처분등집행정지\'를 내린 상황에서 압류를 한 것은 탄압\"이라고 주장했으나 국세청 관계자는 \"광주지방법원의 판단은 부동산과 시설물에 대한 판단이라 제품과 원재료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대답했다.
프리플라이트는 유사휘발유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11월 24일 세녹스 판매, 생산을 재개했다. 하지만 프리플라이트는 세녹스가 첨가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프리플라이트 관계자는 \"애초 알코올 연료 개발을 목표로 사업 신청을 했고, 산자부의 심의를 거쳐 4억3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공장을 짓고 연구를 시작했는데 산자부로부터 나중에 알코올 연료를 개발해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공문을 받았다\"며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논의해 첨가제로 개발해 환경부측의 인정을 받아 시판한 것인데 이제 와서 산자부가 유사휘발유라는 이유로 판매를 단속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프리플라이트측은 환경부가 \"8월 개정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은 위헌\"이라는 내용을 청구하는 재판을 헌법재판소에 냈고, 본격적인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국세청이 부과한 교통세 등에 대해서도 \'교통세등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산자부가 석유사업법을 개정, 세녹스의 제조-판매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경우, 이에 대해서도 위헌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프리플라이트 관계자는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세녹스의 제조-판매를 막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어제까지 합법적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범죄자를 만드는 정부의 정책이 과연 옳은 것이냐\"고 물었다.
법원의 판단으로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될 것처럼 보였던 세녹스 논란은 양측이 법원의 판단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면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대법원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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