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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백을 찾아 낭만과 서정의 물살이 일렁이는 통영으로





눈발이 날리면 동백이 떠오른다. 눈 속에 피는 꽃 동백. 곧 남쪽에서 동백꽃 소식이 다투어 전해져 오리라. 앙다문 꽃망울이 첫사랑의 수줍은 몸짓을 떠올려서일까, 동백꽃을 찾아 남쪽으로 달리는 길은 속절없이 가슴이 후들거린다.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뱃길인, 한려수도를 낀 그 바다는 낭만과 서정의 물살이 늘 파도처럼 일렁인다. 명징하고 눈부신 그 물길은 이 나라의 손꼽히는 예술가인 청마 유치환이며 작가 박경리, 음악가 윤이상, 화가 김형로 등과 같은 인물을 키워냈다.

통영시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충무시’로 불리었다. 55년 통영읍이 시로 승격되면서 갑작스레 붙은 이름이 ‘충무’였으나, 95년 충무시와 통영군이 통합되면서 옛 이름을 되찾게 됐다. 그 곳이 ‘충무’였을 때나 ‘통영’이 된 지금이나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아름다운 그 물길이며, 추위 속에서도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어여쁘디 어여쁜 동백까지도.

처음 통영을 찾는 이들이라면 남망산공원으로 방향을 잡는 게 순서다. 충무시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남망산공원을 시작으로 시내에 있는 세병관과 충렬사 등을 돌아보고 해저터널, 통영대교를 건너 미륵도로 향한다.

남망산은 겨우 해발 80m의 언덕처럼 솟은 작은 산이지만 이 곳에 오르면 통영시가 한눈에 들어오고 앞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진다. 1997년 자리잡은 국제 야외 조각공원이 이 곳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5,000여 평의 조각공원은 쪽빛바다, 크고 작은 섬그늘과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더할 수 없이 큰 예술적 감동을 전해준다. 헤수수, 라파엘 소토, 장 피에르 에이노, 대니 카라반 등 세계 유명 조각가 15명의 작품을 맘껏 감상해보자.

정상에는 충무공 동상이 한산도를 직선으로 바라보며 세워져 있고, ‘한산대첩비’와 ‘한산섬 달밝은 밤에....’로 시작되는 유명한 충무공의 시조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그 한켠으로 운치있게 솟은 전망대 수향루에 오르면 다도해의 그림같은 전경이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남해안의 많은 섬을 조망할 수 있으며, 특히 일출이 아름답다. 바다가 아닌 섬 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아주 인상적이다.

통영시 문화동 여황산 언덕에 자리잡은 세병관은 임진왜란의 승리를 기념하는 건물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귀에서 인용한 ‘세병’이란 말은 병기를 깨끗이 씻는다는 뜻이다. 기교에 치우친 조선 후기의 다른 건물들과 달리 단순하고 견고하게 지어진 세병관은 1958년 보물 제293호로 지정됐다. 경내에 있는 30여그루의 동백나무도 이 곳의 명물이다.

통영시 명정동에 있는 충렬사는 이 충무공을 모신 사당이다. 대나무숲과 동백나무숲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충렬사에는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이 쓰던 유물들이 보존돼 있다. 보물 제440호로 지정된 명조팔품은 명나라 신종황제가 이순신 장군의 위업을 찬양해 보내온 의장물이다.

해저터널은 통영의 대표적인 명물로, 통영반도와 미륵도 사이 55m 폭의 좁은 바다 밑으로 뚫렸다. 원래 이 곳은 실날처럼 육지와 연결된 협목이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작전에 말려든 일본 함대가 궁지에 몰려 퇴로를 찾다가 어둠을 틈타 이 육로를 파고 양편의 물길을 뚫어 도망친 곳이다.

해저터널 위로 놓인 충무교가 연결돼 있으나 충무교에 집중된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통영대교를 준공했다. 충무운하 위에 당동~보디섬~미수동을 잇는 총 연장 591m, 폭 20m의 통영대교는 푸른 조명을 더해 새로운 야간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통영대교나 충무교를 건너면 시종 그림같은 바다가 펼쳐지는 미륵도 일주로가 이어진다. 금방 물이 배일 듯한 짙푸른 바다에 흩뿌려진 고만고만한 섬들, 그 사이로 오락가락 나타났다 사라지는 작은 고깃배, 구불구불 산악로가 펼쳐지는가 하면 왈칵 고개를 들이미는 바다. 꿈결같은 60리 미륵도 일주도로를 달리는 길목에는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농염한 동백꽃이 눈부시다.

미륵도 용화산 기슭에는 작은 절 용화사가 있다. 우거진 숲과 어우러진 대웅전, 보광전, 해월당 등 단아한 건축물이 인상적이다.

*충무의 소문난 맛
항남동 해운센터 안에 자리한 뚱보할매김밥집(055-645-2619)에는 무슨 특별한 맛을 기대해서라기 보다 ‘원조 충무김밥’을 맛보려는 이들이 줄을 선다. 고유명사가 된 충무김밥은 다른 김밥과 달리 간이나 속을 전혀 넣지 않고 참기름을 바른 밥을 엄지손가락만하게 싼 게 특징이다. 대신 넙적넙적한 깎두기와 쭈꾸미, 꼴뚜기, 낙지 무친 걸 반찬으로 함께 먹는다.

싱싱한 생선회를 먹으려면 미륵도 일주로를 타고 달리다가 발길 잡는 포구의 작은 횟집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산양읍 영운리의 복바우횟집(055-643-8878)은 친절한 음식점으로 지정된 곳이다.

*가는 요령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가는 지름길은 마산을 거치는 것이지만 마산시내가 혼잡하므로 남해고속도로 진성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마산 방면 2번 국도를 타고 3.5km 가다가 3거리에서 우회전해 봉곡 3거리-우회전 14번 국도-고성읍-통영시로 향한다. 혹은 사천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국도 33번을 타고 고성을 거쳐 국도 14번을 이용해 통영시로 향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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