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래 전 일이다. 1927년 무렵이니 요즘 사람들에게는 전설처럼 느껴질 법한 얘기다.
경북 군위의 한밤마을(대율리)에 살던 최두한이라는 사람이 마을 앞에 있는 돌산에 올랐다. 산 정상에는 실팍한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그는 그 중에서도 실해 보이는 소나무 몸통에 밧줄을 매고 절벽을 타기 시작했다. 얼마쯤 내려갔을까. 수직으로 뻗은 절벽 50m 아래의 나무틈에서 동굴을 발견했다. 그는 간밤에 꾼 꿈이 현실로 눈 앞에 나타나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저 안에 반드시 부처님이 계시리라”
그는 낫으로 나무를 쳐내고 수백년 쌓인 낙엽을 헤쳐내며 안으로 들어가자 과연 동굴 안에 부처 삼존이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이렇게 발견된 경북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에 있는 삼존석굴은 오랫동안 인근 주민들의 치성터로 쓰이다가, 1962년이 돼서야 세상에 알려지며 국보로 지정됐다. 사람들은 이 곳을 ‘제2의 석굴암’이라 불렀다. 그런데 말이 제2의 석굴암이지, 실상은 조성연대가 경주 석굴암보다 100년 이상 앞선 것으로, 한국 석굴사원 사상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
천연절벽의 자연동굴 속에 만들어진 삼존석굴은 493년(소지왕 15년)에 극달이 창건했다는 설과, 5세기 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의 수도굴이라는 얘기가 전해지는데, 학계에서는 7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에서 약 20m 높이에 위치한 천연동굴 안은 평면형의 네모반듯한 바닥에 천장은 한가운데가 제일 높고 사방 주위는 차차 낮아지는 하늘 형상이다. 이 곳에 인간미 넘치는 아미타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본존불인 중앙 여래상의 높이가 2.88m, 양 옆 협시불 중 왼쪽 보살상은 1.92m, 오른쪽 보살상은 1.8m에 이르니 사진으로 볼 때와 달리 실제로 접하면 그 당당하고 거대한 규모에 새삼 놀란다. 천년 세월동안 동굴 안에서 말없이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부처님 눈빛 앞에 서면 누구나 잠시 종교를 떠나 옷깃을 여미게 된다.
동화사와 갓바위, 파계사 등으로 유명한 팔공산 북쪽 기슭인 군위군 부계면에 자리한 삼존석굴을 찾아가는 길은 팔공산 일주도로를 타고 기분좋게 달려갈 수 있다. 두터운 그늘을 드리운 송림 사이를 지나 실개천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삼존석굴을 모신 정갈한 절집에 이른다.
1960년대 중건한 대웅전을 비롯해 근래에 세워진 듯한 고만고만한 건물들을 지나면 석굴은 오른쪽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다. 둥근 석굴 안에 사이좋게 앉아 계신 세 분의 부처님 모습이 봄날 아지랑이 일렁일 때면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절집에 이르는 진입로에는 산나물과 약초 등을 파는 동네사람들과 칼국수며 빈대떡 등 토속음식을 파는 주점들이 정겹게 펼쳐진다.

삼존불만 보고 떠나기 아쉽다면 바로 이웃해 있는 대율리로 가보자. 대율리라는 행정지명보다 ‘한밤마을’로 더 많이 불려지는 이 곳은 팔공산 뒷자락에 다소곳이 들어앉은 아주 작은 마을이다.
마을 앞을 에워싼 우거진 소나무숲은 수령 200년이 넘는 늙은 소나무들이다. 5,000여평의 터에 수백 그루 소나무가 뒤엉킨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청정한 솔바람이 쉼 없이 풀어져 나오는 그 아래로 체력단련 기구들과 벤치, 간단한 놀이기구 등이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나들이에 좋은 쉼터가 된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돌담이 머리를 맞대어 골목길을 만든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고샅길을 따라 들어가면 작은 절 대율사가 기다린다. 절이라기 보다 암자에 가까운 대율사는 대문 위 현판만 없다면 영락없이 가정집으로 생각될 정도다. 절 자체보다 절 마당에 있는 석불입상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용화전’이라는 단칸 보호각 안에 모셔진 석불은 높이 2.65m의 입상으로, 낮고 넓은 육계, 둥글고 우아한 얼굴, 작고 아담한 눈과 입, 어깨까지 내려진 긴 귀 등 세련된 면모를 보여준다.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한다(보물 제988호).
고샅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 때 서당이었으나 지금은 경로당으로 쓰이는 맞배지붕 양식의 대청(大廳)도 짜임새가 볼 만하다.
*맛있는 집, 색다른 음식점

팔공산 순환도로를 타고 달리는 길목길목 음식점이 즐비하다. 그러나 선뜻 발걸음이 옮겨지는 정겨운 음식점은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순환도로 동명면 구덕리 송림사 입구에 ‘요산요수식당’(053-976-6158)은 식당이라기 보다 잘 가꿔진 정원에 정자까지 거느린 규모가 뜨내기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 같지 않다. 20여년째 옻닭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이 곳은 인근은 물론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맛집. 옻닭은 장이 약한 사람, 속이 냉한 사람은 물론 음주 후 속풀이에도 좋아 술꾼들이 즐겨 찾는다.
효령면 거매마을은 매운탕촌으로 알려져 있다. 위천에서 잡은 민물 생선으로 끓인 매운탕은 얼큰하고 속을 확 풀어준다. 원조격인 ‘거매매운탕’의 메기매운탕을 놓치면 이 곳 나들이가 아쉬울 정도.
*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다부 인터체인지나 군위 인터체인지, 어느 곳에서나 진입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군위 인터체인지에서 국도 5번을 타고 대구 방향으로 향한다. 효령초등교에서 지방도 919번을 타고 10.7km 달리면 부계면 4거리. 이 곳에서 우회전해 5km 가면 대율리다. 대율리에서 제2석굴암까지는 금방이다.
혹은 중앙고속도로 다부 인터체인지에서 국도 5번을 타고 동명읍으로 향한다. 동명읍 외곽 4거리에서 팔공산 순환도로인 지방도 908번을 따라 군위 방면으로 가면 한티고개를 넘어 삼존석굴을 지나 대율리에 이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군위 삼존석굴로 가는 버스를 탄다. 군위읍에서 대율리로 가는 버스도 삼존석굴로 가는 버스와 동일하지만 대율리까지 가는 버스가 2회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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