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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혼다 어코드의 성공가능성은?


토요타, 닛산과 함께 일본 자동차업계 빅3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혼다의 한국진출이 요즘 화제거리다. 혼다가 세계시장에서 거둔 뛰어난 성과 덕분이다. 혼다는 ‘기술의 혼다’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신뢰면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런 회사의 본격 공략인 만큼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 실제 10일 열린 어코드 출시회장에는 각 언론사는 물론 국산차 및 수입차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4년여의 한국진출 준비기간을 거친 혼다가 먼저 꺼낸 카드는 어코드다. 토요타 캠리와 더불어 미국 내 세단시장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다투는 중형차다. ‘혼다’하면 이 차가 떠오를 정도로 어코드는 대중적인 브랜드 혼다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그래서 혼다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첫 차로 어코드를 선택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혼다측도 “미국에서 살았거나, 미국을 다녀간 많은 한국인들이 어코드를 잘 알고 있다”는 말로 그 배경을 설명했다.

어코드는 국내 언론에서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2.4 모델이 3,390만원, 3.0 모델이 3,890만원이다. 한 때는 2.4를 2,900만원대에 포진시킬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아 수입차업계는 물론 국산차업계까지 긴장시켰으나 결국은 일반적인 예상가격대로 확정했다. 그런데 이 가격이 과연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 만큼 경쟁력이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경계선에 있다”고 표현한다. 잘 팔릴 수도, 부진할 수도 있는 애매한 위치라는 얘기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기아 오피러스 최고급형과 정면 충돌하는 가격이다. 국산 최고급차인 쌍용 체어맨, 현대 에쿠스 아랫모델과 같고, 국산 고급차 중 가장 많이 타는 현대 그랜저XG에 경차를 하나 더 살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어코드가 과연 이 차들을 상대로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주변의, 미국에서 유학했던 20대 후반~30대 중반의 지인들에게 “같은 가격이면 오피러스를 사겠느냐, 어코드를 사겠느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오피러스가 훨씬 많았다. 그들의 생각은 이랬다.

“어코드는 미국에서 쏘나타와 경쟁하는 차다. 더구나 고급스러움보다는 엔진성능 좋고, 고장 잘 안나는 점에서 대중에게 선택받고 있다. 쏘나타와 어코드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어코드를 사겠지만 그랜저XG나 오피러스, 더구나 국산 대형차까지 살 수 있는 가격이면 어코드를 고를 이유가 없다”

만일 처음 떠돌았던 소문처럼 2.4가 2,900만원대에 포진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딜러들이 이 가격대를 적극 추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혼다의 브랜드 이미지가 깎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혼다의 브랜드 이미지는 고급스러움이 아니다. 유학생들의 얘기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면서도 내실있는 차라는 게 혼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지난 90년대 후반 토요타가 한국에 수입판매사를 두고 캠리 판매에 나섰다가 국산차와 충돌하면서 참패한 전력도 ‘어코드 회의론’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당시 캠리는 2.2 엔진에 옵션도 뒤진 차를 3,000만원대 후반에 팔았다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 이렇게 몇 년간 한국시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테스트를 했던 토요타가 렉서스를 국내에 앞장세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렉서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그 만한 차를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요인이 됐으나 혼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젊은 쪽에 집중돼 있다”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은 어코드를 살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 잠재고객은 미국에서 어코드와 같은 대접을 받는 국산 중형차 고객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경계선 이 쪽, 즉 국산차와 비교한 시각이라면 저 쪽의 그 것, 수입차 간의 비교에서는 상황이 약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비슷한 가격대에 있는 폭스바겐이나 크라이슬러, 포드, 푸조, 사브, 볼보 등은 상당한 지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수입차를 사기로 결심한 사람이라면 혼다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렉서스 ES330이 한 수 아래이면서도 벤츠, BMW가 포진한 럭셔리카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고객을 상당수 끌어들이는 것과 같은 현상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어코드는 과거 캠리에 비해 비교적 충실한 옵션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도 캠리보다 낮게 책정했다. 디자인은 ES330과 비슷한 유선형이다. 이는 렉서스와 혼다를 ‘별로 다르지 않은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생활을 해보지 않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오피러스보다 어코드를 사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ES330의 고객 중 70~80%가 국산차를 타던 사람”이라며 “그러나 이들이 ES330으로 건너뛰기엔 가격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어코드는 이런 고객을 끌어들이기에 안성맞춤인 차”라고 말한다. 그는 또 “혼다가 렉서스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게 아니라 렉서스와 혼다가 ‘결국 포장만 다른 동급의 일본차’라는 전략을 펼친다면 상당히 효과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어코드는 국산차시장에 뛰어들기엔 아직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입차시장에서 쏘나타와 겨루는 차가 아닌, 렉서스와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면 상당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차로 꼽힌다. 여기에다 ‘고객만족’이라는 누구나 다 내세우는 혼다의 다소 식상한 의지에 고객들이 감동했을 때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으나 ‘오토바이 메이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상당히 어려운 길을 걸을 가능성도 있다.

혼다는 지난 88년부터 93년까지 대림혼다를 통해 어코드를 한국시장에 판매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한 전력이 있다. 물론 그 때와 지금은 한국시장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두 번째, 이젠 직접 도전하는 혼다가 어코드로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자리를 잡을지 궁금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차를 많이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는 혼다측 주장은 판매가 부진할 때를 대비해 이미 발 하나를 도망갈 쪽으로 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줘 개운치 않다. 왜냐하면 좋은 차,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의 차는 사지 말라고 해도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혼다의 철학이 ‘사는 기쁨, 파는 기쁨, 만드는 기쁨’이라면 그 철학은 많은 사람들이 누릴 때 더욱 값어치가 있다. 고객만족과 판매는 서로 비례한다.

강호영 기자(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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