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보성은 우리나라 최대의 차 재배지다.
햇차가 나오기 시작하는 이 맘 때 보성을 찾아 가면 ‘차밭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하는 장관과 마주하게 된다. 보성읍에서 국도를 따라 율포쪽으로 가면 활성산. 이 산의 봇재를 넘으면 온 산이 마치 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황홀한 차밭으로 이어진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모 CF의 한 장면. 녹차밭 사이를 걷고 있는 비구니 스님과 자전거를 탄 수녀님의 만남이 이뤄지던 아름다운 풍경. 그 장면은 차향만큼이나 은은하고 깊게 아로새겨졌다.
이 장면이 촬영된 대한다원은 이제 보성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광고와 드라마, 영화 등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차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즐겨 보성을 찾고 있다. 차밭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봄부터 여름까지인 바로 지금. 그래서 얼마 전에는 보성다향제(5월5~9일)가 열렸다.
보성이 녹차 산지로 자리잡게 된 건 날씨와 관련있다. 아열대 식물인 차나무는 날씨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풍부한 곳에서 잘 자란다. 보성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에 따뜻한 해풍이 불고 기후변화가 뚜렷해 차나무 생장에 좋다. 현재 보성군의 270여 농가가 500여㏊의 밭에 녹차를 재배하고 있다. 이는 전국 차 생산량의 40%에 이른다고 한다.
보성읍에서 회천으로 빠지는 18번 국도를 타고 봇재고개에 오르면 차밭이 펼쳐진다. 성급하게 탄성을 지르지 말 일이다. 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고개를 넘어 산등성이를 내려가 만나는 다향각에 오르면 연녹색 차밭과 어우러진 득량만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오묘한 어우러짐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가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만히 서있고 싶다.
.....
초록이 펼치는 소리없는 대향연을 마주하며 문득 문정희 시인의 시 <찔레>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감상일까.

봇재를 넘어 회천에 이르면 율포해수욕장이 기다린다. 1998년 개장해 전국적으로 소문난 해수녹차탕(061-853-4566)이 이 곳에 있다. 해수녹차탕은 전국 최대의 녹차 주산지인 장점을 살려 풍부한 재료로 암반해수를 곁들인 녹차엑기스 목욕이 가능하다. 암반해수는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지하 해수로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네랄 등 각종 유기물이 풍부하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그 가슴에 더 짙은 여운을 남기고 싶다면 다리품(차품?)을 조금 더 팔아 근처 화순군의 운주사를 찾아가도 좋다.
*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동광주 인터체인지에서 빠진다. 광주(화순) 외곽순환고속도로(통행료 1,000원)를 연결해 달리다가 국도 29번(능주, 보성, 장흥 방면)-보성 미력 3거리-국도 18번(회천, 장흥 방면)-보성 용문 3거리(보성체육공원 방면)-국도 2·18번(장흥, 목포 방면)-보성 주공APT 4거리(보성육교 앞)-국도 18번(회천, 장흥 방면)-보성다원에 이른다.
*맛집
한길로회관(☏061-853-0202)이 소문난 맛집. 율포 앞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해물을 재료로 한 맛깔스런 한정식을 선보인다. 노릇노릇 구워낸 실한 조기구이, 초고추장이 곁들여진 삶은 문어와 새조개, 잔 칼집을 맵시있게 낸 오징어무침, 맛좋기로 소문난 보성 꼬막무침, 그 밖에도 고동과 새우, 주꾸미, 젓갈 등등의 해산물이 갖은 솜씨로 요리되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특히 홍어와 돈배젓(전어를 6개월이상 숙성시킨 젓갈류)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인 총각김치, 파무침, 애호박, 마늘쫑, 김치, 건대, 풋고추, 숙주, 고구마줄기, 깻잎 등의 기본반찬과 뚝배기에 쪄낸 계란찜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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