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4~6일 ‘아시아 포뮬러 르노챌린지’가 열리는 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 국제 서킷을 다녀 왔다. 상하이 서킷은 세계적인 서킷 가운데 가장 최근에 건설돼 시설과 규모, 운영능력 등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국내에서도 서킷 건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하이 서킷과 그 주변 여건을 상세히 소개한다.
▲경기장 주변 이모저모
중국에는 주하이 서킷과 함께 지난 6월초 개장해 오는 9월26일 F1 중국 그랑프리를 치를 상하이 국제 서킷 두 개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개장한 상하이 서킷은 전통적인 중국의 돛단배 모양을 하고 있다. 상하이는 양쯔강의 하류에 자리잡아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무역항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또 세계 최대의 조선소를 건설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상하이정부는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서킷의 모양을 돛단배 형태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서킷은 푸동공항에서 승용차로 약 1시간20분 떨어진 자딩(嘉定)구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상하이시의 북서부 외곽이고, 최근 ‘동방의 디트로이트’라 불릴 수 있게 대규모 국제 자동차타운을 목표로 신도시 조성공사가 시작된 곳이다.
이 곳에는 폭스바겐 공장이 있어서 시내를 주행하는 자동차의 70% 정도가 폭스바겐과 아우디차였다. 폭스바겐공장에서 상하이 서킷에 일정 부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경기장의 관리는 정부가 맡지만 폭스바겐도 차의 테스트 등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말이다.
F1 개최를 홍보하는 포스터와, F1 개최까지 남은 기간을 알리는 전광판이 도시 곳곳에 있어 F1의 열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상하이 북쪽지역이어서 큰 호텔이 2~3개 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고, 숙박시설을 늘려 가고는 있으나 F1을 관람하려면 예약이 필수다. 그렇지 않을 경우 1시간 이상 떨어진 상하이시내로 나가야 한다.
▲서킷 소개
멀리 두 개의 원기둥 위에 대형 유조선의 위와 아래를 싹둑 잘라 옆으로 올려 놓은 듯한 조형물 사이에 울긋불긋 거대한 관중석을 가진 그랜드 스탠드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서킷은 실제보다 더 커보였는데 이유는 우선 서킷 주변이 평지여서 사방 어디를 봐도 끝없는 평지가 계속돼서다. 2개의 다리를 건너 서킷 가까이 오는 데까지도 상당히 걸렸고 경기장의 규모가 너무 커 입구를 한참이나 헤맨 후에야 찾았다.
서킷에 들어서자마자 경기장의 규모와 현대식 시설에 놀랐다. 30개동의 피트와 그 위에 설치된 5개의 대형 스크린이 관중에게 경기의 모든 장면을 보여준다. 이 스크린을 포함해 전체 경기장의 80% 이상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2만9,500석의 그랜드 스탠드는 경기장면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관람자 입장에서 설계됐다.
피트의 2층과 양 측면 원기둥 건물에는 6대의 엘리베이터가 각 팀 관계자 및 경기 스폰서들과 VIP 등의 손님들을 기다리는 불편없이 이동시켜줬다. 각 층의 로비와 라운지 등은 그레이톤의 카펫과 붉은색 장식으로 아주 고급스럽고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코스는 총 길이 5.451km로 2개의 긴 직선로를 포함해 오르막과 내리막이 쉼없이 연결돼 있으며 오른쪽 7개, 왼쪽 7개 총 14개의 코너가 있다. 각 코너의 연석은 계단처럼 크게 층이 져 있다. 직선은 스타트 라인의 메인 스트레치와 피트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위치한 길이 1.175km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직선로 바로 옆에는 약 1km 정도로 별도 포장된 직선이 있는데, 이 곳에서 드래그 레이스를 개최한다.
상하이 서킷은 ‘달팽이’란 별명을 가진 1, 2, 3번 코너와 10, 11, 12번 코너에 만들어진 회전각도가 큰 두 개의 코너가 있다. 우리나라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1, 2, 3번 코너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경기장의 고도는 최저 4.50m, 최고 11.24m이다. 등판각도는 최고 3%, 하강각도는 최저 8%로 내리막 경사각이 더 크다. 연이은 2개의 고속 직선구간에 이은 저속의 코너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추월구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F1 머신을 시뮬레이션한 바에 따르면 직선에서의 최고 스피드는 시속 327km이며, 달팽이 모양을 한 코너에 진입하기 위해 시속 87km까지 감속해야 한다. 예상되는 코스 1랩 주파시간은 F1 경주차의 경우 1분34초57 정도로 예상된다.
상하이 서킷에는 5km의 로드코스, 1km의 드래그 코스, 1.5km의 카트코스가 독립적으로 설계돼 복합 모터스포츠 스터디움이라고 할 만하다.
▲상하이 서킷 오프닝 세레머니
상하이 서킷의 오픈을 기념하기 위해 아시아 포뮬러 르노 챌린지 결승일에 F1 페라리팀이 축하주행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대회 시작 전부터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F1 경주차가 등장하기 30분 전, 세상에 어디서 이렇게 많은 페라리들을 모았을까 싶을 정도로 85년식 몬디알부터 F40, F355, F50, 스파이더, 모데나, 엔초 페라리까지 50여대의 페라리가 경기장에 늘어섰다. 평생동안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는 페라리들을 그 날 다 본 것 같았다.
스타팅 그리드에서 멋지게 정렬한 후 피트 개방으로 수백 명의 사진기자들과 갤러리들로 스타트 아치 사이가 꽉찼다. 사람들이 다 빠지고나서 신호등과 함께 동시에 시동을 걸자 \"부아앙\"하고 일제히 굉음을 쏟아냈다. 경주차처럼 찢어지는 소리가 아닌 저음으로 묵직하게 나면서 고rpm으로 갈수록 빨려드는 듯한 그 소리는 듣는 모두에게 마음 속의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시원스럽게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3바퀴의 주행은 그야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경기장을 4바퀴 주행하는 동안 페라리 F1 에서 눈을 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쉽게도 하늘에서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처음에는 드라이버조차 생소한 경기장과 젖은 노면에 조심스러운 주행을 했다. 그러내 이내 적응한 듯 2랩 이후부터는 마치 코스를 휘어잡는 듯한 엔진소리와 함께 시원스럽게 질주하며 4랩째에는 관중에게 팬서비스로 피트에 거의 정지하다시피하다 약간의 휠스핀을 하며 스타트하는 장면을 연출, 수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언제쯤 우리는 이런 훌륭한 경기장을 갖게 되고, 모두의 꿈인 F1 경기를 열 수 있을까\'하는 부러움과 아쉬움에 잠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러나 올해 우리나라에도 국제적인 모터스포츠 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최용석(경기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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