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 무료할 때 삼청동으로 가보자. 그 곳엔 오래된 시간들이 골목골목을 누비며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다. 조용하지만 개성 뚜렷한 골목들엔 색다른 볼거리가 발목을 잡는다.
삼청동 큰길에서 금융감독원을 지나 감사원쪽으로 꺾어져 올라가다 보면 \"으흠!\"하는 감탄사를 절로 내뱉게 만드는 풍경과 만난다. 재미화가 문범강의 작품을 벽면에 옮긴 와인바 ‘BG MOON’이 시선을 잡아챈다. 문 화백은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고, 섬뜩하면서 묘하게 에로틱한 작품세계로 유명하다. 카페 이름도 그의 이름 영문 이니셜을 땄다.

가로 5m, 세로 3m 크기 벽면에 핑크와 민트, 레드와 블랙에 이르기까지 감각적인 색깔의 타일 200개를 부착한 벽화는 ‘붉은 바람 흰 시간’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벽화 속,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개 한 마리를 발견했는가?
이 곳에서 더 좁아지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부엉이 모양의 귀여운 간판을 만난다. 건물 외벽에 온통 부엉이 벽화와 아기자기한 꽃 화분을 장식해 놓은 ‘부엉이박물관\'이 그 곳에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엉이 모양 장식의 풍경소리가 방문객이 왔음을 알려준다. 부엉이가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라 그랬을까. 전시장 안은 여느 곳과 달리 어두침침한 조명을 하고 있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작은 규모지만 네 벽면을 빼곡하게 부엉이관련 장식품들이 메우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 곳은 30여평의 공간에 부엉이를 소재로 한 미술, 공예품, 생활용품, 액세서리로 꾸며진 박물관으로, 휴지걸이, 동화책, 종, 우표, 스티커, 엽서, 책, 그림, 수석, 술병, 동전, 병따개, 양초, 시계, 유리촛대, 도자기, 돌조각, 접시세트, 가죽 저금통, 부엉이빵, 재떨이, 핸드백, 라이터, 습도계, 나무 부엉이 맥주컵 등 2,0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부엉이\'라는 전시소재가 워낙 특이할 뿐 아니라 평범한 가정주부가 박물관을 열어 개관 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컸다.

배명희 씨는 중학교 수학여행 때 경주에서 부엉이의 목조 공예품을 샀던 걸 계기로 부엉이관련 소품들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30여년간 수집한 게 꽤 많아 주변에서 이를 보고 \"카페를 하나 차리는 게 어떠냐\", \"혼자 보기 너무 아깝다\"는 소리를 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 보고자 박물관을 열게 됐다.
이 곳의 80% 이상이 외국 제품이지만, 그녀가 가본 해외라고는 이 박물관을 오픈하기 위해 찾은 일본뿐. 그녀는 국내에서 열리는 특이한 전시회나 바자회, 박람회, 백화점, 벼룩시장 등을 거의 빠지지 않고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지인들의 선물도 있었지만, 주위에 외국에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부엉이에 관련된 물건을 사다주세요\"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박물관 내부에는 엔티크한 탁자가 마련돼 있어 같이 온 사람들과 함께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하거나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 특별히 박물관을 찾는 어린이들을 위해선 색연필과 종이를 준비해 놓고 부엉이 그림을 맘껏 그릴 수 있게 했다.
사진촬영은 안되지만, 특별히 마련된 귀여운 부엉이 장식품이 있는 나무의자에선 가능하다. 관람시간은 10시부터 오후 8시, 입장료는 5000원이며 여러 종류의 음료가 제공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02-3210-2902(www.owlmuseum.co.kr)
추가정보를 입력해주세요!
서비스(이벤트, 소유차량 인증 등) 이용을 위해, 카이즈유 ID가입이 필요합니다.
카이즈유 ID가 있으신가요?
카이즈유 ID를 로그인 해 주세요.
SNS계정과 연결되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