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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이프] 한여름에도 얼음 어는 신비한 골짜기

비단처럼 흐르는 고운 폭포와 아름다운 연못이 어우러진 호박소.
삼복더위 때면 얼음이 얼었다가 처서가 지나면 다시 얼음이 녹는 신비한 골짜기. 세상에 그런 골짜기가 어디 있을까.

바로 경남 밀양군 천황산 북쪽 중턱에 있는 얼음골의 기이한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이 빚어지는 곳은 이 곳 밀양 천황산 얼음골을 비롯해 경북 의성군의 빙계계곡, 전북 진안군의 풍혈(風穴)·냉천(冷泉), 울릉도 나리분지의 에어컨굴 등 네 곳이 있다.

밀양의 얼음골은 시례빙곡(詩禮氷谷)으로도 불리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돌 틈새의 얼음구멍 속에 얼음이 얼어 있고 그 곳에서 찬바람이 솔솔 불어나온다. 얼음골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은 어찌나 차가운 지 맨발로 들어섰다가는 곧 되쫓겨 나올 정도다. 더위가 심할수록 바위틈새 얼음이 더 많이 얼고 겨울에는 더운 김이 나온다고 하니 참으로 신비한 골짜기다.


얼음이 어는 시기는 4월초순에서 8월초순까지로 비가 온 뒤에는 녹아서 얼음이 보이지 않으며 어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래도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냉장고 속에 들어간 듯 서늘한 얼음바람이 나와 순식간에 땀을 씻어준다. 얼음골의 여름 평균기온은 섭씨 0.2도, 계곡물은 12~14도.

얼음골은 천황사를 중심으로 서쪽 계곡에 있는데 얼음골을 지나면 암가마볼폭포, 숫가마볼폭, 제3폭포가 연이어진다. 골짜기가 좁아 가마솥을 걸 수 있을 정도라는 데서 비롯된 가마볼협곡을 감돌아 다시 천황사로 되돌아나올 수 있다. 천황사에서 시작해 얼음골을 거쳐 가마불협곡을 거쳐 나오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천연기념물 제224호.

얼음골 입구에서 동쪽 계곡으로 2km쯤 들어가면 작은 암자인 백연사를 지나 신비하고 아름다운 폭포와 소가 어우러진 호박소에 닿는다. 비단처럼 흐르는 고운 폭포가 만든 둘레 30여m의 큰 못이 마치 호박처럼 생겼다고 해서 호박소란 이름이 붙었다. 조각품처럼 매끄럽게 빚어진 호박소에 담긴 파르스름한 물빛은 더할 수 없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선이 노닌 듯한 소를 중심으로 상류쪽 울창한 숲에는 뿔없는 용이 하늘을 날기 위해 공부했다는 이무기동굴이 있고, 하류쪽에는 작은 폭포가 겹겹이 걸려 있다. 백연사에서 계곡을 따라 800m쯤 오르면 폭포와 바위가 어우러진 선녀소를 만난다. 선녀소를 지나면 드넓은 암반과 맑은 옥수가 굽이쳐 흐르는 오천평 반석이 펼쳐진다. 따로 돗자리를 마련하지 않아도 편하게 쉴 수 있다.

얼음골 가는 길목에는 가지산 기슭에 고즈넉하게 안긴 석남사가 위치하고 있다. 신라 헌덕왕 16년(824년) 도의국사가 창건한 이래 여러 차례 중건중수(重建重修)를 거듭했다. 지금의 사찰은 1912년 우운(友雲)스님이 중수해 1957년 비구니(比丘尼) 승인 홍스님이 각 당우를 일신, 현재에 이른다. 국내외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宗立特別禪院)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계곡을 자랑하는 석남사는 일주문에서 운치있는 숲길을 거닐어 청운교에 이르면 널찍한 바위와 맑은 물줄기가 구비치는 계곡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날씨가 가물 때도 산을 흔드는 계곡의 물소리는 더위를 가시게 할 만큼 장쾌하다. 석남사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도의국사 사리탑이 있다.


*맛집
얼음골 가는 길목에 거쳐 가는 언양은 불고기로 소문난 곳이다. 순수한 언양산 한우를 갖은 양념으로 재뒀다가 숯불에 구워내는데 그 맛이 유난히 부드럽고 연하다. 삼오불고기, 언양공원불고기 등 한 집 건너꼴로 총총히 머리를 맞댄 불고기집이 온동네를 달콤한 연기로 휩싸고 있다.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언양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국도 24번을 탄다. 12km쯤 가면 오른쪽으로 가지산 석남사가, 계속해 밀양 방면으로 달리면 석남터널과 고개를 넘어 14km 지점에 왼쪽으로 얼음골 진입로가 나온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2km 남짓 들어가면 종합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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