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박물관이 등장했다.
지난 5월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팔당호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언덕 위에 문을 연 \'얼굴박물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연극 연출가이자 전 문예진흥원장이며 중앙대 교수를 역임한 김정옥(72) 선생의 땀과 열정이 빚어낸 곳이다.
1970~80년대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을 비롯해 해외 세미나나 공연에 참석할 때마다 발품팔아 모은 것들을 한자리에 선보였는데, 옛사람이 만든 석인을 비롯해 목각인형, 유리로 된 인형, 세계 여러 나라의 가면, 사람의 얼굴 모양을 본뜬 와당, 초상화 등 약 1,000여점에 달하는 \'얼굴\'관련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의 전시공간은 150평의 \'실내 전시공간\'과 \'야외 전시장\' 그리고 전라도 강진에서 옮겨 온 100년 전의 유서깊은 \'전통한옥\'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실내 전시공간은 전시장뿐만 아니라 극장으로도 쓸 수 있는 연극무대 형태의 박스형 건물이다. 손님들 객사 형식으로 지어진 전통한옥은 차를 즐기며 문화적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한옥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 곳에서 하룻밤을 잘 수도 있다.
\"연극을 하다 보니 사람 표정에 관심이 많아 석인이나 인형들을 하나둘 수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컬렉션이 100점 이상 되면 그 것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것이라는 말이 있죠? 함께 보고 즐겨야 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 곳에 옛사람들의 풍부하고 다양한 표정, 장인의 예술적 감수성과 시대의 흐름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옛사람을 만나 자연스러운 교감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김정옥 원장의 이런 욕심 때문인 지, 전시된 석인들의 표정에선 어수룩하면서도 선하고, 빙긋이 웃고 있는 옛 한국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사람의 표정은 장독대의 장독같이 서로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듯한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한다. 만나면 만날수록 정겨워지고 푸근한 정이 있음을 알게 해주듯이, 이 곳에는 흥겨운 한국인의 얼굴과 마음이 있다.
김 원장은 얼굴박물관을 단순히 미술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이 아닌 미술과 연극 그리고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예술실험의 퓨전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곳은 사람이 그리운 사람, 옛사람이 그리운 사람,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사람,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 전통한옥의 시원한 마루에서 전통차를 즐기며 옛 석인과 정서를 교류하고 싶은 사람, 때로는 답답한 도심을 떠나 자연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 속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싶은 사람을 위한 곳입니다. 사람이 싫은 사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틀에 박혀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 그들에겐 얼굴박물관의 문은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얼굴박물관에서 만난 김 원장의 모습 또한 전시된 석인의 표정처럼 소탈하고 욕심 없는, 장독같은 표정이다.
노르웨이에 인간의 생로병사를 주제로 한 비겔란 조각공원이 유명하다면 우리나라에는 바로 이 곳, 인간의 표정과 그 풍부한 한국인의 얼굴과 마음을 담은 얼굴박물관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곳이 될 것이다.
△개관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 화 휴관)
△입장료: 3,000원
△문의: 031-765-3522, http://www.visagej.org
*가는 요령
승용차로 갈 때는 중부고속도로 광주·천진암 IC에서 나와 우회전해 천진암 방향으로 3km 정도 가면 도마리 3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우회전, 천진암쪽 퇴촌 으로 3km 가면 다시 4거리, 좌회전해 남종·분원/분원백자자료관 방면으로 가다가 분원리 초입 고개를 넘어 가면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엔 강변역에서 13-2번 버스를 타고 퇴촌에서 하차, 분원에 가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퇴촌에서 얼굴박물관까지는 5~10분 소요.
*맛집
광주 분원리까지 갔다면 붕어찜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분원강촌붕어찜(031-767-9055)을 비롯해 거의 모든 음식점이 붕어찜을 전문으로 한다. 이 곳 붕어찜 맛의 비결은, 주변 남한강변에서 잡은 살아 있는 참붕어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데 있다고 한다. 또 고추장, 고춧가루, 짠지, 절임고추 등을 직접 담궈 토속적인 맛으로 승부한다고. 붕어는 비위가 약하고 입맛이 없을 때 좋고, 붓기를 가라앉히고 당뇨병, 오랜 기침에 효과가 뛰어나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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