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지나친 차값할인으로 늘 업계의 이슈메이커가 돼 온 BMW의 딜러들이 뭉쳤다. 실무자협의회를 강화해 그 동안 골칫거리가 돼 왔던 과다한 가격할인을 줄이는 대신 질 높은 고객서비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BMW 딜러들은 이미 사장단회의를 통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가격할인 외에도 프로모션, 지역별 딜러권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 그러나 구속력이 약해 결정된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이 늘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딜러들은 2003년부터 적자폭이 커져 결국 출혈로 이어지자 원인규명에 들어갔고, 가장 큰 문제가 가격할인이란 점에 동의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사장단회의와는 별도로 각 딜러별 영업임원 등 대표 1명이 모인 실무자협의회가 조직돼 가격할인을 잡고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BMW 딜러들은 모두 손해를 봤다. 가장 큰 딜러인 HBC코오롱은 70여억원, 저먼모터스는 30여억원, 한독모터스는 BMW 영업을 시작한 지 3년만에 총 50여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굵직한 딜러들이 이 정도이니 군소 및 지방 딜러들은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다. 이미 몇몇 전시장은 심한 적자로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소문도 간간히 흘러나오고 있다. 그나마 조직을 크게 늘리지 않고 가격 할인을 심하게 하지 않았던 바바리안모터스는 소폭 흑자를 기록했을 뿐이다.
BMW 딜러 실무자협의회는 한 달에 두 번 모임을 갖는다. 한 번은 전국적인 규모로, 다른 한 번은 서울 딜러 실무자 대표들의 모임으로 각각 이뤄진다. 이 모임에는 BMW측에서 나온 딜러 관리자들이 함께 참가해 가격할인 및 프로모션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나누게 된다.
한 딜러 관계자는 “최근 한 고객이 매장을 찾았다가 다른 딜러 매장에서 뽑은 견적서와 비교하며 가격을 깎아달라고 말했다”며 “우리측에서 다른 딜러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과연 그런 적이 있는지 알아보게 됐는데, 이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고급차를 구매하면서 마치 남대문시장 물건 깎기처럼 이뤄지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딜러들의 이런 움직임은 이전과 양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딜러들이 판매증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어 일단 다른 딜러와 경쟁이 붙으면 ‘밑지고라도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수입업체의 입김없이 딜러들 스스로 뭉쳐 의견을 내고, 토의해 내린 결과를 시행하는 것. 이런 움직임이 수입업체의 딜러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 물론이다. 최근 BMW는 520에 대해 가격 프로모션을 실시하려고 했으나 경영난을 우려한 딜러 측의 거부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미국 자동차시장을 쥐락펴락하는 NADA(미국 자동차딜러협회)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들의 모임은 아직 규모도 적고, BMW 딜러들만 뭉친 것이긴 하지만 업계 선두 브랜드인 만큼 이들의 움직임이 수입차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딜러들이 단기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브랜드 전체를 생각하는 게 결국 자신에게 득이 된다는 점을 깨닫고 협의회에서 결의된 사항을 적극 반영 및 시행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최근 강화된 BMW 딜러 실무자협의회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얻어낼 지, 또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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