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차 출시와 함께 차값 인상에 열을 올렸던 수입차업계가 이제는 반대로 차값 인하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포드코리아는 지난 22일 출시된 3,000cc급 대형 세단 500을 3,880만원이란 가격에 내놔 업계를 놀라게 했다. 포드는 당초 4,000만원대 초반으로 500의 가격을 검토했다. 아랫급 모델이었던 토러스가 3,000만원대 후반이었으니 무리없는 가격이기도 했다. 그러나 포드는 최종적으로 경쟁력있는 가격을 택했다. 여기에는 자존심보다 판매실적을 높이겠다는 실리적인 판단과 함께 크라이슬러 300C, 혼다 어코드 등의 수입차는 물론 GM대우 스테이츠맨, 르노삼성 SM7, 현대 그랜저 등의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그 결과는? 지난 5월 서울모터쇼가 끝난 이후 500은 한 달만에 60여대가 계약되는 등 재고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앞서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4월 자사의 최고급 모델인 페이톤을 출시하면서 업계를 경악시켰다. 3.2(V6 3.2ℓ 241마력) 일반형이 8,440만원, 롱휠베이스(V6 3.2ℓ 241마력)는 1억200만원, W12 6.0(W12 6.0ℓ 420마력)은 1억5,060만원으로 가격을 정한 것. 이는 벤츠나 BMW, 아우디 등 경쟁모델보다 10~20% 정도 저렴한 수준일 뿐 아니라 독일 현지 판매가격과 비교해도 높지 않은 가격이다. 회사측은 수입차시장에서 폭스바겐 브랜드에 고급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기 위해 올 한 해동안 전략적으로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차 역시 출시 한 달만에 100대가 계약됐다.
이렇게 새로 판매되는 차들의 가격인하 경쟁에 불을 지핀 업체는 BMW그룹코리아. 이 회사는 지난 3월 뉴 3시리즈를 시판하면서 다른 업체들의 주름살을 늘렸다. 뉴 3시리즈의 엔트리급인 320i를 구형보다 240만원 인하된 4,390만원, 325i는 90만원 내린 5,940만원에 각각 내놓은 것. 가격정책에 성공한 320은 4월 155대가 등록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5월에도 등록대수도 138대로 선전했다.
뉴 3시리즈의 가격에 자극받은 라이벌 아우디코리아는 4월초부터 판매한 뉴 A4의 가격책정에 고심하다가 2.0을 4,190만원, 1.8T를 4,390만원으로 정했다. 이는 구형의 경우 2.0이 4,700만원, 1.8T가 5,050만원이었던 데에 비하면 각각 510만원, 660만원씩 내린 가격이다. A4는 3시리즈만큼 반응이 좋은 건 아니었으나 2.0의 경우 4월 52대, 5월 64대가 등록되는 등 구형보다 실적이 두 배 이상 신장했다.

이 밖에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DCK)는 PT크루저의 가격을 2003년 3,690만원에서 2004년초 2,970만원으로 720만원 인하하자 등록대수가 2003년엔 192대에서 2004년엔 253대로 61대가 늘었다. 사브 9-3 리니어 역시 지난해엔 4,023만원에 판매됐으나 올해부터 3,990만원으로 내린 이후 1~5월까지의 누적대수가 38대에서 46대로 증가했다.
수입차업체들이 가격을 내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볼륨’이다. 수입차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점유율 확보를 위해 판매차종 가운데 1~2종의 마진을 줄여 전략적으로 고객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 그런 면에선 일종의 \'미끼상품\'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같은 가격전략은 해당 업체에게는 판매증가라는 득을 가져오지만 경쟁업체에는 난감한 상황을 낳고 있다. 실제 500이나 뉴 3시리즈, 뉴 A4의 경우 비슷한 배기량과 가격대의 크라이슬러 세브링, 혼다 어코드, 벤츠 C200, 볼보 S60, 폭스바겐 파사트, 사브 9-5, 렉서스 IS200 등의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리드하는 주요 업체들의 전략적인 가격인하 정책으로 수입 중저가 브랜드들이 판매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BMW나 아우디와 달리 가격을 내릴 만한 여력이 없는 업체들로서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3시리즈나 A4 등과 경쟁할 신차들을 하반기 내놓을 때 가격으로 어떻게 정해야 할 지 고민하는 업체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수입차업체들의 차값 인하는 업계 파이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할인판매가 판치는 수입차시장에서 차값 인하로 전체적인 마진이 박할 경우 정가판매를 고수하게 만드는 장점도 있다. 달러화와 유로화 약세로 환차익을 남길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수입차업체들인 만큼 향후 가격인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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