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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법규 위반과 자동차보험료 할증


정부가 내년 9월부터 적용하려는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증’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교통사고 감소라는 취지에 공감하는 운전자들도 있으나 ‘카파라치 제도’에 이어 국내 도로 및 교통상황 등을 감안하지 않은 안이한 정책이라는 비난도 많다. 이에 교통법규 위반과 자동차보험료 할증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가 본지에 보내 온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증의 문제점’을 소개한다. 편집주

정부는 내년 9월부터 교통법규 위반 1회 당 10%의 보험료를 할증시켜 최대 30%까지 높이는 보험료 할증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렇지 않아도 논란이 되는 교통관련 정책이 많이 거론돼 혼란을 부추기는 상황에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불난 데 부채질하는 격이다. 예전 ‘카파라치 제도’도 ‘국민의, 국민의 돈으로, 국민이 감시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문제가 돼 폐기된 게 엊그제인데 또 다른 악법이 만들어진다니 답답하다.

정책을 만들기 앞서 가장 중요한 건 누구나 수용하고 인정하는 보편타당성의 논리다. 시간이 걸리고 효과는 반감되더라도 교통관련 교육에 투자해 각자가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선진형 교통안전의식이 몸에 배어야 한다. 10년 아니면 그 이상이 걸리더라도 꾸준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일관된 정책을 유지해햐 한다. 우리의 정부는 이런 마음이 부족하다.

국내의 도로 및 교통상황은 혼돈의 연속이다. 물론 예전보다는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관련 정책이나 계몽활동이 효율적으로 제시되고 시행된다면 그 효과는 투자비용에 비해 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의 교통안전 인프라적인 하드웨어와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살펴 보자.

인프라적인 하드웨어에는 도로망을 비롯해 신호등, 교통안전시설 및 보조시설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의 시설은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다. 도로는 지하매설물 때문에 자주 뜯어내 엉망이 되기 일쑤여서 자동차가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고 위험한 경우마저 있다. 신호등은 선진 외국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너무 많고 일관된 기준이 미약해 혼동을 일으키기 쉽다. 이정표와 같은 교통안전 표지판 등 관련 시설은 가로수에 가리거나 사설 표지판과 혼동되기 쉽고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교통흐름 및 안전에 문제가 되곤 한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제한 표지판을 두고 과속단속기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교통관련 정책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인프라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된 선진형 교통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인프라의 수준에 맞는 정책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 돼야 할 것이다. 인프라 시설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이에 걸맞는 정책 입안은 국민의 신뢰 구축은 물론 우리가 바라는 선진형 교통정책의 완성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자동차 보험료 할증문제는 또 하나의 악법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의 교통관련 시설이 매우 열악하고 투명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보편타당성이 약한 무리한 정책 시행은 극심한 반발을 초래하는 하나의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증에 앞서 필요충분조건인 도로실정에 맞는 속도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할증문제도 국민이 납득하는 기준으로 제시돼야 한다. 이미 현실적인 도로사정에 맞춰 제한속도 상승이라는 공감대도 제시되고 있고 이를 구체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만큼 이 부분이 결정된 다음 보험료 할증문제가 제기돼야 한다. 특히 할증문제도 이권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한 전문가 회의 및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하고, 무책임한 1회성 정책입안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책으로 승화돼야 한다. 특히 할증이 된다면 할증으로 인한 이득을 무사고 운전자에게 되돌려주는 실질적인 혜택이 만들어져야 한다.

통계상 운전하는 전 국민이 연간 약 1회씩 속도위반으로 범칙금을 낸다는 사실로 보면, 전 국민이 10% 할증대상이 된다는 산술적인 계산도 나오는 만큼 무리한 정책 만들기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누구는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최고 30% 할증이니 30% 보험료 더 낼 각오하고 편하게 어기며 살겠다고. 이런 생각이 전염되면 국민의 신뢰는 더욱 멀어진다.

김필수(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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