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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파업, 반 걸음만 물러서 생각하자


현대·기아자동차 파업이 끝나지 않고 있다. 두 회사의 파업은 이제 연례행사여서 그렇게 신선하게 들리지도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전 산업분야에서 파업에 시달리는 우리나라는 파업의 강도가 큰 것으로 외국기업들에 알려져 있어 그들이 국내에 투자할 때 가장 우선 고려하는 사항이다. 예전에는 봄에만 치르던 파업이 이제는 계절별로 진행돼 연중행사가 됐다.

파업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도 큰 피해를 치른다는 것이다. 노사 모두가 멍들어 화합은 물론 재출발의 기회를 잃어 국가 경제를 어렵게 한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모두가 전력을 다 해도 다다를 지 모르는 생존경쟁의 시기에 파업은 분명히 우리의 발목을 잡는 일임에 틀림없다. 자동차분야의 파업은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관련 부품업체가 수천 개 이상이다 보니 완성차메이커의 파업은 전 분야로 영향을 미쳐 더욱 주름을 깊게 만든다. 이미 국가 경제의 기본틀을 이룬 자동차산업은 고용률, 수출 등 각 분야에서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강성 노조로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현대·기아의 경우 파업은 매년 치르는 행사가 됐다. 현대는 올해까지 19년간 18회, 기아는 15년간 15회의 파업을 했으니 ‘제 몇 회’라는 명칭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그 동안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기아 3조6,900억원, 현대 8조5,100억원이다. 천문학적인 손실이다. 자동차메이커의 생존을 좌우하는 신차 개발에 3,00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하면 회사별로 수십 대의 신차를 개발하는 비용이 날아간 셈이다. 올해도 회사별로 한 대분의 비용이 파업으로 공중분해됐다.

현재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다. 자동차분야는 그 정도가 심해,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정도가 극에 달해 있다. 더욱이 차세대 기술, 차세대 자동차의 개발이 필수적이어서 선진 각국에서는 메이커는 물론 정부에서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토요타는 작년 미래형 자동차 연구개발비로 약 6조7,000억원을 쏟아부은 반면 현대는 1조4,000억원을 썼다. 연구비용이 이러니 기술 격차가 나는 건 당연하다. 노동생산성도 토요타는 우리보다 약 1.5배 높고 이윤도 10배 이상이다. 이 처럼 우리보다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질적, 양적 측면에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이나 노사분규가 없다는 것이다.

토요타는 1950년 극심한 노사분규 이후 지금까지 55년간 파업이 없었다. 1950년 50일간의 장기 파업으로 전체 직원 중 25%인 1,500명이 구조조정됐고 전 임원이 사퇴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해 노사 양측 모두 큰 상처를 입었다. 그 이후 노사 양측은 항상 한 걸음 물러서서 노사분규없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태어나 현재는 모든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와는 달리 세계 1위의 자동차메이커인 GM은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해 온 강성 노조로 비용의 악순환을 반복하다 결국 올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수준으로 추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GM의 경우 직원이 약 19만명임에도 불구하고 퇴직한 직원까지 의료복지혜택을 주는 정책으로 약 110만명을 먹여 살리다 보니 최악의 상태가 됐다. 최근 노사가 함께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그 만큼 분규의 상처가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서로가 아껴야 한다. 모두가 반 걸음씩만 물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져야 한다. 노측은 어렵더라도 무리한 요구는 하지 말아야 한다. 무리한 경영참여도, 상식을 벗어나는 요구도 자제해야 한다. 노측 집행부도 자리에 연연하거나 눈치를 보기보다는 크게 보고 ‘나의 회사’라는 의식을 조합원 개개인이 갖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측의 노력은 더욱 필수적이다. ‘가진 자’인 만큼 베풀고,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져야 한다. 모든 걸 개방하고 보여줄 건 보여주며 포용해야 한다.

‘반 걸음 물러서서 항시 서로를 아끼는 자세’, 이 자세를 우리는 잃어버리고 있다. 항상 기억한다면 실타래는 생각 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김필수(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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