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이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북미시장에서의 판매가 부진했던 데 따른 여파다. GM은 주력시장인 북미에서 지난해 일본과 한국차의 약진에 밀리며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이유로 릭 왜고너 회장까지 \"북미를 직접 챙기겠다\"며 이른바 \'북미 올인\'을 선언한 것.
GM의 르네상스는 밥 루츠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대부이자 GM 내 캐딜락 부활을 이끌어낸 루츠 부회장은 특히 제품개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 동안 제품은 많았으나 팔 차종이 별로 없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내년 북미에 나올 차종을 보라\"며 \"특히 시보레 솔스티스와 허머 H3는 GM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 지 잘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세계 자동차는 성능과 기능면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며 \"앞으로는 제품 컨셉트와 디자인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만큼 디자인의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보여주듯 GM은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디자인센터로 기자단을 불러 캐딜락 CTS 후속차종과 북미 내 여러 다양한 브랜드의 미래 디자인을 보여주는 등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GM의 르네상스가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주력시장인 북미에서의 위기는 이 같은 우려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올 1~8월 GM은 북미에서 지난해 대비 20% 가량 판매가 늘었다. 그러나 이는 일본과 한국 등이 진출하지 않은 대형 SUV와 픽업시장에서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반면 승용차시장에서는 여전히 고전중이다.
GM은 한국업체들의 약진을 주목하고 있다. 또 일본업체들의 제품 확대를 두려워하고 있다. 혼다와 토요타는 미국 빅3의 주력제품인 픽업과 대형 SUV 등과 경쟁할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토요타의 경우 이미 동남아에서 입증된 픽업의 품질과 기능성을 앞세워 북미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들은 차의 크기를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형으로 만들되 실내 등은 일본 특유의 다기능과 편리함을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픽업과 대형 SUV 등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빅3 제품만을 구입했던 미국인들에게 일본차들은 분명 매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미 승용차를 통해 확인된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아서다. GM이 허머나 시보레 HHR 등의 다목적차를 앞세우는 것도 어찌 보면 일본차들의 공략을 사전에 방어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런 이유로 루츠 부회장은 현재 5개인 플랫폼을 8개로 늘려 1위 업체를 고수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제품군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빼앗긴 승용차분야에서 자존심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제품개발군이 폭넓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브랜드별 성격을 명확히 구분, 다양한 차종을 판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GM 산하 브랜드 중 지역별로 경쟁력이 강한 차종만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캐딜락 르네상스를 통해 이미 변화의 파장을 경험한 GM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GM은 최근 북미에서의 부진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일본의 환율정책 개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미시장에서의 부진이 결과적으로 제품에 있다기보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음을 주장한 것. 그러나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심지어 GM 내에서조차 일본 등에 밀리는 건 제품 열세지 가격 열세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일단 겉으로는 일본의 환율조작 등의 외부적 요인을 들먹여 일본업체들에게 압박을 가하되 내부적으로는 제품개선에 주력하는 셈이다.
결국 GM이 추구하는 르네상스란 대외적으로 경쟁업체, 특히 일본과 한국의 약진을 압박하되 대내적으로는 제품개선에 주력하는 동시에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GM의 부활전략이 꽃을 피울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세계 최대 업체인 GM 또한 양(量)에서 질(質)적 성장 전략으로 돌아섰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다트로이트=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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