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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망 마비로 중고차거래 타격


새해 벽두부터 전국 주요 시도 중고차조합의 전산망이 마비됐다. 이에 따라 중고차거래와 관련된 매매업체의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건 물론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서울·경기·대전·충남·광주·전남·대구·경북·부산 등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소속 17개 시도조합 중 9개 조합의 전산망이 1월1일부터 마비됐다. 이들 조합은 연합회와 통합전산망 구축 계약을 맺은 MPH(미디어파워하우스)가 새로 만든 전산망을 통해 1월1일부터 전산 서비스를 받게 돼 있었다. MPH는 전산망 구축작업을 전산개발업체인 S사에 맡겼고, S사는 12월말 전산망을 구축했으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조합 전상망을 통해 중고차 행정업무를 하던 조합 소속 매매업체들은 자동차원부조회, 제시·매도 신고 등을 전산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에 따라 관할 시·구청을 직접 방문해 원부를 조회, 압류와 저당 및 과태료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조합에 전화 또는 방문을 통해 제시·매도번호, 성능점검 일련번호 등을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조합에 문의전화가 폭주, 조합업무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업체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또 업체들은 양도증명서를 직접 작성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전산화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10년 전으로 돌아간 셈.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매매업체를 통한 거래가 개인 간 거래로 위장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는 차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당 업체에서 보상받을 수 없게 된다. 개인 간 거래에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법으로 규정한 성능점검이 적용되지 않아서다. 매매업체 전산직원들도 익숙치 않은 수작업으로 업무처리를 하다 보니 양도증명서 작성, 제시매도 신고 등에 실수가 발생해 중고차를 판매한 뒤 소비자와 마찰이 생길 수 있다.

MPH측은 이에 대해 조만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재영 MPH 홍보실장은 “기존 전산망 구축업체인 마이크로인포가 데이터를 변형해서 주는 등 업무협조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계속 문제를 제기한 데다 전산 개발기간이 짧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지금은 테스트기간중이고 늦어도 며칠 내에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매물정보 사이트 구축 등 다른 사업계획 추진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조합은 이 같은 설명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테스트는 가동 전에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지금이 테스트기간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앞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MPH측이 밝혔지만 솔직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재봉 마이크로인포 사장은 “기존 조합과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전산 서비스를 제공해줘야 하기 때문에 12월30일 업무종료 후 매매업체 정보 등 데이터를 CD로 만들어 조합 전산실장에게 줬다”며 “서울과 경기조합 전산 관계자들이 지난해말 테스트 데이터를 가져간 상태였고, 30일 넘겨준 데이터도 일부러 변형한 게 아니라 전산실장들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사장은 또 “전산망이 가동이 안된 진짜 이유는 MPH측이 매매업의 흐름을 모르는 비전문가들인데다 데이터 전환작업에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며 “연합회 소속 조합들 중 일부가 마이크로인포와 다시 계약하겠다는 뜻을 전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산개발업체인 아이앤씨알의 정영태 사장은 “전산망 가동 전에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는 상식조차 지켜지지 않아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며 “곤란을 겪고 있는 조합 산하 지부장들이 전산망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MPH에 대한 업계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이 처럼 연합회 산하 조합들은 통합전산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할 연합회는 다른 문제로 파행을 겪고 있다. 연합회장직을 놓고 신동재 씨와 최수용 씨가 자리다툼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

한편, 전국 22개 시도조합 중 다른 전산업체와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전국연합회 소속 7개 조합과 연합회에 소속되지 않은 4개 조합의 전산망은 현재 가동되고 있다.

<관련기사 : 기획특집면의 긴급점검, 중고차 통합전산망 구축사업>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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