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중고차를 산 뒤 24시간 시승을 통해 차 상태가 알려진 내용과 다를 경우 은행을 통해 곧바로 환불받을 수 있는 안심매매 서비스가 등장한다. 이에 따라 사고차 등 문제 중고차로 피해를 보거나 중고차값을 떼이는 일이 크게 줄어들어 중고차 신용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중고차 프랜차이즈업체인 U사와 제휴를 맺고 빠르면 오는 2월말부터 중고차 거래금액을 보관하고 있다가 구매자가 구입결정을 한 뒤 판매자에게 결제금액을 보내주는 ‘하나매매보호서비스’(에스크로 결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에스크로 결제는 옥션 등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컴퓨터, 가전제품, 의류 등에 적용하고 있으나 중고차에 활용되기는 처음이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들이 사기성 사이트 등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난해 에스크로와 관련된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올 4월부터 전자상거래업체는 에스크로, 소비자피해보상보험 등 거래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한다.

하나매매보호서비스는 ▲중고차 딜러(판매자)가 판매용 중고차 등록 및 입금 계좌번호 입력 ▲소비자는 해당 중고차의 성능점검기록부와 사고이력정보 및 해당 차의 내외부 30곳의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 확인 뒤 구매예약 ▲U사 전국센터 또는 판매자와 구매상담 ▲하나은행의 매매보호 서비스를 통해 구입금액 입금 ▲판매자가 구매지역 U사 센터에 탁송 요청 ▲탁송업체는 구매지역 U사 센터 또는 소비자가 원하는 곳으로 탁송 ▲소비자는 센터 방문 또는 집 앞에서 중고차 확인 ▲24시간동안 30km 한도 내에서 시승 뒤 U사 센터에서 구입 또는 반품 결정 ▲구매결정 후 하나은행은 판매자에게 대금 입금 또는 소비자에게 환불 등의 과정을 거친다.

탁송료는 전액 판매자 부담이다. 차 상태가 사이트 게재내용 및 판매자의 말과 다를 때도 판매자가 탁송료를 모두 책임진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시승동안 발생할 지 모르는 사고피해를 줄이기 위해 판매자가 가입해둔 자동차 책임보험의 보험료(2만원 안팎)뿐이다. 단, 차 상태는 사이트 게재내용과 같으나 소비자의 취향 변화 등으로 구입을 포기하는 단순변심의 경우 소비자가 왕복 탁송료를 내야 한다. 탁송료는 서울을 기준으로 수도권은 왕복 7만원, 대전은 10만원 수준이다.

이 밖에 매매보호 서비스는 중고차 매매가 차를 직접 소유한 판매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로 이뤄지게 만들어 판매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낳는다. 판매대금이 판매자의 실거래 은행계좌에 입금되므로 다른 딜러의 매물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딜러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대신 소개비를 받는 중간 유통단계가 줄어들게 된다.

U사 관계자는 “하나매매보호서비스로 소비자들은 문제차 구입이나 환불에 대한 걱정없이 차를 살 수 있고 딜러들은 클레임 처리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또 중고차시장에서 잠시 시승한 후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24시간동안 성능을 시험할 수 있어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에스크로(Escrow)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신용이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중계해주는 매매보호 서비스다. 법률적인 용어로 특정물을 제3자에게 기탁하고 일정 조건이 충족된 뒤 상대방에게 교부할 것을 약속하는 ‘조건부 양도증서’를 뜻한다. 전자상거래에서는 거래대금을 제3자에게 맡긴 뒤 물품배송을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소비자가 대금을 은행, 공신력있는 기업체 등에 보관시키고 배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뒤 판매자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물품을 받지 못했거나 반품할 경우 금융기관이 즉시 환불해주므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사기 피해 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판매자도 후불제를 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채권추심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199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고, 국내에서도 은행권과 지불업체가 잇따라 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