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잉공급 상황을 맞은 국내 모터스포츠가 시즌 개막을 눈 앞에 두고 정리가 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힘든 일들이 경기를 주최하는 프로모터들에게 남아 있다.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현재의 모터스포츠판과 어쩌면 이렇게 비슷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서로를 헐뜯으며 자신이 돋보여야 살아남는다는 구태의연한 의식이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다면 국내 모터스포츠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제는 서로 잘 해보자고 손잡았던 사람들이 오늘은 적으로 만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싸우는 현실을 보며 아직도 성숙된 모터스포츠문화를 만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절감한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발전의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외면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국내 모터스포츠는 과감한 결단력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문제는 그 칼자루를 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처럼 당에 속한 의원이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총재가 나서서 사임을 요구하면 되겠지만 국내 모터스포츠는 이런 역할을 할 곳이 없다. 굳이 찾는다면 국제자동차연맹(FIA) 산하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를 꼽을 수 있으나 현재는 통제 불가능의 상황, 국가로 말하면 ‘무정부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KARA는 문화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국내에서 모터스포츠 중심기구로서의 역할은 물론 총체적인 위상확립에 힘쓰는 단체로 규정돼 있다. 이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모터스포츠 경기를 올바로 선도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련의 무질서 상황을 겪는 와중에도 KARA는 중재역할을 전혀 못했다. 한 마디로 단체의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KARA가 무기력해진 이유 중 하나로 국내 경기가 아마추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KARA를 통해 경기를 공인받지 않는 것. 그렇다고 해서 경기 개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KARA는 선수보호 차원에서 라이선스를 발급, 관리하고 있으며 선수들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시즌 오픈이 가까워진 3월초 라이선스 발급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30%에 머물러 있다. 이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면허이 경기에 참가하겠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선수들은 600여명이 넘으며, 라이선스는 1년마다 갱신해야 공인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로모터들과 선수들은 같은 목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견해가 달랐다.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이라는 과제가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작금의 대립구도가 시사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초심을 버리고 이익에 매달리는 모터스포츠를 보면서 팀들의 어려운 재정난도 이해되지만 힘든 시기에 더욱 수렁으로 빠져드는 건 아닌 지 우려된다.
KARA가 이런 상황을 불구경하듯 지켜봐선 안된다. 라이선스를 발급받지 않은 선수들이 국내 공인기간이 끝난 경기장에서 레이스를 펼치다 문제가 생기면 비난의 화살은 KARA로 돌아가게 된다. 국내 모터스포츠를 관리감독하는 단체인 KARA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올 시즌이 진행되는 도중에 잠수하거나 사임할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모든 사태가 중심을 잡아줘야 할 단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해 나타났다는 지적을 KARA는 무겁게 받아들여 한다.
한창희 기자 motor01@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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