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책은 \'수도권대기환경개선에관한특별법\'에 따라 2005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06년부터 본격 시행해 이후 2014년까지 추진할 10년 장기사업이다. 1~2년 시행으로는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고 5~6년 이상 꾸준히 정성을 기울여야 작은 성과라도 확인할 수 있는 대기정책에 속한다. 그러나 조기폐차 지원사업은 시작부터 참으로 실망스럽다. 사업을 본격화한 지 2개월 반이 지난 3월15일까지 신청대수가 30대 미만으로, 올해 배기가스 저감장치 부착차 목표대수인 2만4,478대의 0.12%에 불과하다. 매달 평균목표를 2,000대로 본다면 월 누적 실적 0.6% 수준에 그쳤으니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실패한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주관부서인 환경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고 개선대책을 만드느라 고심중이지만 경직된 행정체계에 부딪혀 내년에나 개선책이 반영이 될 지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작년 지방비 포함 100억원대, 올해 500억원대 예산을 편성해 놓고 첫 해 1%, 둘째 해 또 1%, 혹은 잘 해서 10% 목표를 달성한다면 셋째 해에도 필요한 예산 등의 지원을 국회와 지방의회로부터 받을 수 있을까.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으로서 사용빈도가 높으며 배기가스를 만들어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대기환경정책의 주요 대상이다. 그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오염원으로서 경유차 배기가스의 발생을 낮추려는 여러 정책 중 조기폐차는 저감장치 부착이나 저공해 엔진 개조, 혹은 저공해 완성차 보급이라는 주요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차에 대해 오염원의 완전제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저감에서는 두 정책이 \'약\'으로, 조기폐차 정책은 \'강\'으로 평가된다. 대기보전 및 온실가스 배출저감 수단으로서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조기폐차 사업이 현재와 같은 수준에 머문다면 전체 저감대책의 효율적 집행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정책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그 핵심은 보조금 지원율을 현실화해 자동차 소유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재 보험개발원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차량기준가액의 50% 지원안은 방안이 확정된 작년부터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 왔으나 오염자부담이라는 원칙에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원칙은 다른 저공해 저감대책과 비교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다른 배기가스 저감대책과 비교해 불공평하다. 차량 기준가액의 50%만 지원하는 조기폐차 지원사업은 저감장치 부착이나 저공해엔진 개조사업이 오염자부담을 5~30%로 하지만 환경개선부담금 및 정밀검사 면제로 오염자부담액 이상을 지원해주는 것과 비교할 때 같은 종류의 경유차에 대해 한 정책은 혜택을 주면서 한 정책은 자산을 잃으라고 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둘째, 자발적으로 손실을 누가 보려 하겠는가. 소유자들은 가입한 자동차 보험증서에 기재된 기준가액을 자기 차의 최소 혹은 기본 시세로 받아들이는데, 이 기준가액이 3개월마다 하락한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십상이다. 자동차 도난이나 침수와 같이 전체손실 판정을 받아 기준가액의 100% 보상을 받는 경우에 보험사와 계약자 사이에 자주 민원이 생기는 이유도 중고차 시세보다 낮다고 여기는 데다 보험가입 시 기준가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실제 적용되는 기준가액이 보험증서 상 기준가액보다 낮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무도 자기 자산가치의 50%만 보상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50%만 보상한다면 50% 손실을 보는데 그럴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중고차로도 팔 수 없는 극히 일부 차의 소유자만 이 지원안을 선택한다는 건 이미 지난 2개월 반의 시행결과로 드러났다.
따라서 조기폐차 지원안을 정상화하기 위해 기준가액의 50% 지원율을 8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현행대로라면 예산만 확보해 놓고 일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관련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 지원율 50%는 국무총리가 작년 서명해 공표한 수도권대기환경개선계획에 명기돼 있어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계획-실행-평가를 통해 기존 계획을 수정하거나 다시 계획을 세우는 건 일의 기본이 아닐까. 그럼에도 그 계획의 일부가 실효성이 없다는 게 2개년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도 높은 사람이 결재한 사항이어서 수정하기 어려운 게 현 정부의 행정체계다.
지난 10월 국회 예산결산 심사 때도 이 문제가 지적되자 기획예산처 장관은 계획이 세워진 만큼 좀더 해 본 다음 그 결과를 보고 검토하자고 답변했는데, 2개월 반 0.6%의 결과를 보고도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일까. 행정혁신을 하자고 군 단위마다 담당 공무원직을 신설해 놓고도 이런 장기사업에는 여전히 경직된 행정체계를 보이는 현실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지원율을 올리더라도 조기폐차 지원금 총액을 늘리지 않으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조기폐차 목표 차의 3분의 1를 차지하는 중·대형 트럭은 대체할 신차 트럭의 가격이 비싸고 저감장치가 대부분 개발돼 있으며, 저감장치 본인부담율도 5%에 불과해 조기폐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지원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중·대형 화물트럭 대신 지원금액이 낮은 소형 트럭이나 승합차, RV 등의 조기폐차가 늘게 되므로 전체 조기폐차 실행대수는 오히려 더 많아질 것이다. 지원율을 80% 이상 올리더라도 그 지원액이 중고차 시세보다 낮으므로 무리한 폐차로 인한 자원낭비를 우려할 이유도 없다. 중고차로 팔 수 있는 차를 80% 지원금을 받으려고 일부러 폐차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 않겠는가.
작년 1%에 이어 올해도 1~10%만 실행된다면 내년에도 예산확보는 어려울 것이며, 결국 이 정책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 없는데 누가 계속 예산승인을 하려 하겠는가. 이 정책의 실패를 바라지 않는다면 환경부와 기획예산처, 국무총리실은 관료주의라고 비난받을 수 밖에 없는 경직된 행정체계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해주기 바란다.
2006/03/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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