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수·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과제’에는 BT, IT 등 우리가 강점을 내세울 수 있는 과제가 망라돼 있다. 여기에는 미래형 자동차도 포함됐다.
국내 자동차 역사가 비록 30여년에 불과하지만 어느덧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고, 수출을 통해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다만 미래형 첨단 자동차 기술의 노하우를 선진국에 비해 덜 갖추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앞으로 20~30년을 책임질 핵심 하이브리드 부품은 물론 42V 전원시스템, 고연비 저배기 엔진기술, 첨단 배기처리 시스템, 무단변속기, 7~8단 자동변속기 등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자동차산업은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을 얼마나 조속히 파악하느냐가 관건인 만큼 능동적인 조직체계와 지원체계를 갖춰야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으로의 진입이 가능하다. 더구나 최근 세계 1, 2위 자동차메이커였던 GM, 포드가 방만한 조직에다 세계적 흐름에 뒤지면서 위기를 맞은 걸 보면 숨을 들이킬 만한 여유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은 필연적이며, 정부 및 기업 차원에서, 아니 산학연관의 차원에서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건 ‘미래형 이륜차’가 없다는 점이다. 수년 전부터 진행돼 천문학적인 지원 아래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면서도 미래형 이륜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건 아이러니다.
국내 이륜차문화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돼 있고, 이륜차시장 규모도 IMF 이전에 비해 40% 수준으로 작아졌다. 이러다 보니 국내의 대표적인 이륜차메이커들도 고사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도리어 수입산 대용량 모터사이클은 레저문화의 바람을 타고 점차 확대되는 걸 보면 부익부 빈익빈이 이 분야에도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는 이륜차가 약 170만대 등록돼 있다. 미등록 상태로 운행되는 이륜차도 50만대~100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길거리에 다니는 자동차 7대 중 1대가 이륜차다. 제2의 교통수단으로서, 대표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 자동차와 함께 역할분담을 톡톡히 하고 있으나 정부가 이륜차에 대한 개발 및 지원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는 건 무책임을 떠나 방관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지원할 경우 이륜차도 일부분 포함하고 있다. 모터쇼에는 미래형 컨셉트카 옆에 미래형 첨단 이륜차도 함께 전시되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세계의 환경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도 엄격해지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이륜차에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 및 제도의 정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의 움직임은 전혀 없다.
이는 전문가가 없어서 빚어진 현상이다. 문제점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고, 무엇을 어떻게 하고, 어떤 지원을 해야 할 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국내 이륜차산업 및 문화적 척도는 대표적인 후진형이어서 이륜차관련 법규 및 제도, 사회적 인프라 등은 물론 국민적 인식도 백지상태이거나 부정 그 자체다. 이런 채 몇 년 더 흘러간다면 우리의 이륜차시장 및 문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외국산 하이브리드 이륜차, 전기 이륜차, 연료전지 이륜차 등 첨단 이륜차가 우리 시장을 점령하고 우리의 구석구석을 누빌 것이라 확신한다. 당연히 국산 이륜차산업은 고사할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무엇이 문제인 지, 무엇을 지원해야 할 지 ‘특별위원회’라도 구성해 정리해 보자. 정부의 그 많은 할 일 없는 위원회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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