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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르쉐 911 터보, 도로 위의 제왕

최고의 스포츠카 포르쉐 911의 기함 911 터보는 VTG를 처음으로 적용해 역대 터보 모델들 중 가장 강력한 480마력/6,000rpm의 파워와 620Nm/1,950~5,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팁트로닉 S 5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하고 0~100km/h 가속 3.7초의 폭발적인 가속력과 최고속도 310km/h에서도 탁월한 안정성을 자랑한다. 강력한 4륜 구동 컨트롤 시스템 PTM과 차체 제어 장치PSM은 전천후 주행 능력을 배가시키고 PASM은 안락한 장거리 여행을 보장한다. 퓨어 스포츠보다는 최강 GT스포츠를 지향하는 911터보는 도로 위의 제왕임에 틀림없다.

글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사진 / 고병배(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포르쉐 911 터보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영화 ‘나쁜 녀석들’에 등장한 검정색 964 터보에 대한 인상이다. 똑바로 선 원형 헤드램프를 마지막으로 간직한 모델이면서, 한껏 비대해진 지금의 911과는 달리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가 가장 돋보였던 보디에 거대한 고래 꼬리를 갖춘 964 터보는 어쩌면 기자에게는 영원한 로망일지도 모르겠다.

이후 기자가 경험해 본 911 터보는 수동 변속기 밖에 없었던 마지막 공랭식 터보 엔진의 993 터보와 태백 준용 서키트에서 만난 하얀색 보디의 996 터보였었다. 996 터보는 한성자동차를 통해 비교적 많은 수가 판매되어 도로 위에서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고 기자도 여러 번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포르쉐를 공식 수입하는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 주식회사를 통해 뉴 911 터보 시승 기회를 얻었다. 이는 한국에서 포르쉐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일반 911 카레라 모델이 아닌 강력한 911 터보를 시승하기란 그 동안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 대 판매되지 않는 차를 위해 별도의 시승차를 운영하기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시장은 다르다. 공식 수입 업체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 주식회사의 출범 이후, 안정적인 마케팅 활동과 때를 같이한 매력적인 신모델 투입의 결과로 국내 포르쉐 판매 대수는 놀라운 수준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전 모델에 수동 변속기 라인업을 확충하고, 독일의 포르쉐가 제공하는 옵션은 어떤 것이라도 선택해서 장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포르쉐가 가져야 할 진정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도 크게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에 의해 국내에서 포르쉐 911 터보의 가격은 1억 9,900만원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국내에서 911 터보를 주문한 이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개성을 잘 표현한 옵션들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제 거리에서 똑같은 911 터보를 만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911 터보는 지난 6월 말 국내 출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11월까지 21대가 판매되었으며, 내년 2월까지 출고 예정인 차량까지 합하면 총 40대에 이른다고 한다. 1월부터 11월까지 터보를 제외한 911 전체 판매가 55대인데, 같은 기간만 따지면 911 터보 단일 모델의 판매가 911 기타 모델 전체 판매와 맞먹을 정도니 911 터보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올해 11월까지 판매한 포르쉐의 총 판매 대수는 193대다.

포르쉐 911 터보는 911 모델들 중에서 기함이다. 911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가장 기본형인 911 카레라에 카레라 카브리올레와 카레라 4, 그리고 카레라 4 카브리올레가 더해진다. 그 위로 911 카레라 S가 있으며, 역시 카레라 S 카브리올레와 카레라 4S, 그리고 카레라 4S 카브리올레가 위치한다. 911에서 카레라가 아닌 모델로 911 타르가와 타르가 4, 그리고 911 타르가 S와 타르가 4S가 있다.
이들 위에 위치하는 모델이 바로 911 터보다. 기본적으로 터보차저가 더해진 강력한 터보 엔진과 와이드하고 터프한 차체, 그리고 4륜 구동이 특징이다. 911 터보에는 추가로 911 터보 카브리올레 모델이 더 있다. 그리고 이전 세대인 996의 경우 마지막으로 더 강력한 911 터보 S가 등장했었는데, 아직 신형 911 터보에는 터보 S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도로용 911 전 라인업이다.
굳이 도로용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포르쉐 그 자체가 워낙 오랫동안 레이스와 연관되어 왔었던 만큼 911 라인업 중에는 출력의 수치를 떠나 911 터보 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델들은 대부분 레이스와 관련되어 있다. 997의 경우 현재 911 GT3와 GT3 RS 등이 발표되었다. 911 시리즈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GT2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911 터보는 최강의 성능을 발휘하는 수퍼카임에도 도로용 911의 기함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오직 달리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레이싱 모델들과는 달리 일상에서 가장 빠르고 안락하게 달릴 수 있는 모델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997 터보의 등장은 우선 제원표에서부터 놀라움을 불러 일으켰고, 원형 헤드램프로 회귀한 새 911 터보라는 점에서 마음이 더욱 흔들렸다. 카레라 S에 비해 썩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하얗게 반사하는 LED 턴 시그널은 신선했다.

열쇠를 건네 받고는 찬찬히 주위를 둘러 볼 겨를도 없이 터보에 올랐다. 어차피 복잡한 도심에서 까만색 터보의 미모를 감상하기란 어려운 법이니까. 하지만 실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시트와 페달, 스티어링 휠의 위치를 맞춘 후에 각종 기기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당장 터보가 길 위에 나선다면 그때는 실내 여기 저기를 둘러볼 여유가 없을 거다. 여러 번 시승했던 911 카레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익숙해 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았다.

스티어링 칼럼 왼쪽의 키를 돌려 시동을 걸었다. 우렁찬 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오지만 아직까지는 터보이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점은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911 터보에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것은 이제는 새삼스러울 일도 아닌데 그래도 뭔가 어색한 기분이다.
도로위로 나섰다. 한껏 벌린 거대한 입 사이로 하얀색 LED 이빨을 드러낸 새까만 야수가 도로에 낮게 웅크리고 금방이라도 먹이를 향해 튀어나갈 것 같은 자세로 조심스럽게 차들 사이를 누비는 모습이 터보 안에 있는 운전자에게도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 데프콘이라는 말이 있다. 젊은 독자들이라면 자두와 함께 부른 ‘오빠는 열아홉’으로 유명한 가수 데프콘을 떠 올리겠지만, 그 데프콘도 원래는 군대 용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데프콘은 ‘전투 준비 태세’ (Defense Readiness Condition)를 일컫는데, 데프콘에는 1~5단계가 있어서 1단계는 전쟁 발발 상황이고, 5단계는 평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은 남북이 대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평상시가 데프콘 4 상황이며, 서해 교전이나 911 테러, 이라크 전쟁 등이 발발하면 데프콘 3 상황이 되어 경계가 더욱 강화된다.
설명이 길었는데, 911 터보를 타고 있으면 평상시가 데프콘 2 정도에 해당하는 분위기다. 실제 전쟁이 발발한 상황은 아니지만 전 군인이 무장한 상태로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데프콘 2처럼 911 터보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배틀 상황에 대비해 완전히 무장한 상태다. 하지만 엑셀 페달을 깊이 밟지 않는 한 911 터보의 실내는 데프콘 4 상황이다.

시내와 간선도로를 지나는 동안에는 911 터보의 안락함이 돋보인다. 997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PASM,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스포츠 모드에서는 레이싱 머신 그 자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탄탄한 하체를 선보이지만 노멀 모드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안락한 포르쉐의 세상이 펼쳐진다. 장거리 GT를 지향하는 911에는 더없이 매력적인 장비다.

차들이 많은 간선도로를 지나는 동안 가볍게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꺾어본다. 여지없이 간발의 차이도 허락하지 않고 머리를 흔들어 대는 것이 역시 포르쉐다. 일반적으로 4륜 구동 모델의 경우 핸들링의 예리함이 무뎌 지는 경향이 많은데, 포르쉐의 기함인 만큼 핸들링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었으리라. 좌우로 머리를 흔드는 모습이 마치 F1 경주차들이 포메이션 랩에서 타이어 온도를 높이기 위해 지그재그로 주행하는 듯한 느낌이다.

차들이 많은 지역을 벗어나면서 내제되어 있던 엄청난 파워가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5단 80km/h로 주행하다가 액셀을 지긋이 밟으면 기어를 변속하지 않고도 무섭게 속도가 증가한다. 200km/h 가속이 순식간이다. 만약 엑셀을 깊이 순식간에 밟으면 즉시 데프콘 1 상황이 되면서 주위의 자동차들을 사이드 미러 속의 점으로 만든다. 이 때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터보의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911 터보에 처음으로 적용된 오버 부스트가 작동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보다 강력한 파워가 터보를 쏘아 보낸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면 터빈으로 흡입되는 바람소리가 포르쉐 특유의 사운드와 어울려 과거공랭식 엔진의 그것을 닮은 사운드를 연출하기도 한다.

대형 에어 인테이크, 와이드 바디, 대형 스포일러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촬영하면서 그제서야 찬찬히 외모를 살펴 보았다. 911 터보는 항상 기본 911에 비해 공격적인 외모를 가져 왔었다. 대표적인 특징으로 대형 에어 인테이크, 와이드 바디, 그리고 대형 스포일러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993 터보 S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뒤 펜더 앞쪽에 뚫린 공기 흡입구도 이제는 터보 모델의 상징이 되었다.

997 터보 역시 범퍼 아래 에어 인테이크를 더 넓게 확장하고 좌우 인테이크 상단에 가로 일자형 LED 턴 시그널을 배치했다. 에어 인테이크 좌우에는 동그란 안개등을 박았다.
옆모습에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뒤 펜더 앞쪽에 터보 엔진에 공기를 불어 넣는 공기 흡입구가 위치한다. 993 터보 S때는 조그만 원형이었던 것이 996 때는 반달형으로 커지고, 997에서는 거의 사다리꼴로 변모했다. 그리고 가운데 가로 핀도 넣었다. 미드십 엔진 구성을 한 박스터의 흡입구도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크롬을 입힌 19인치 대형 알루미늄 휠은 997 터보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 되었다. 전통적인 5 스포크에 마치 짐승이 발톱으로 할 퀸 듯한 홈을 두 개씩 만들어 넣었다. 이 휠은 911 터보를 위해 디자인 되었지만 911과 복스터 등에서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911 터보의 특징 중에 하나는 펜더를 부풀린 와이드 바디가 적용되는 점이다. 997의 경우 4륜 구동 모델과 동일하게 와이드 바디가 적용된다. 공기 저항 계수는 0.31로 매우 뛰어난 에어로 다이나믹 특성을 보여 준다.

뒷 모습 또한 911 터보의 강한 아이덴티티가 잘 살아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변형 리어 스포일러다. 초기 모델부터 993까지의 터보 모델에는 고래 꼬리를 닮은 형상 때문에 훼일 테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대한 스포일러가 911 터보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잘 표현했었는데, 996부터는 사이즈가 작아져서 내심 불만이기는 하다. 하지만 300km/h를 넘나드는 초고속 영역을 안정적으로 달리는 데는 두말할 나위 없는 일등 공신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120km/h가 넘으면 올라가고, 60km/h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내려간다.
스포일러 아래 엔진 후드에는 turbo 로고가 붙어 있다. 범퍼 좌우에는 펜더 뒤쪽으로 디퓨저가 위치하고 그 안쪽으로 넓은 배기구가 위치한다.

911 터보에는 경량화를 위해 도어와 프론트 리드에 처음으로 고강성 경량 알루미늄이 적용되었다. 안전성은 스틸 재질과 동일하지만 중량은 14kg이 덜 나간다. 이로 인해 다양한 첨단 장비들을 대거 장착하고도 새로운 911 터보는 이전 모델에 비해 5kg이 덜 나가는 1,584kg의 몸무게를 가지게 되었다.


실내는 911 카레라나 카레라 S 모델과 거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가죽이나 알루미늄, 우드 혹은 블랙 트림 등은 취향에 따라 주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시승했던 911 들과 다른 옵션은 천정을 알칸타라로 감싼 정도가 다르다. 실내에서 911 터보임을 알아 볼 수 있는 단서는 단 두 곳 밖에 없다. 도어 스커프와 계기판이다. 도어를 열면 알루미늄 패널에 새겨진 turbo 로고가 바깥 세상과의 경계임을 알려 준다. 그리고 계기판에서는 회전계 가운데 turbo 로고가 위치해 있다. 속도계가 카레라는 330km/h, 터보는 350km/h까지 기록되어 있고, 회전계는 카레라가 7천rpm부터 레드존인데 비해, 터보는 6,500rpm부터 레드존으로 표시되어 있다.

시승차에는 옵션인 어댑티브 스포츠 시트가 장착되어 있다. 기본적인 8웨이 전동식에 4웨이 전동 럼버 서포터가 추가되었고, 운전 상황에 따라서 옆구리와 허벅지를 조이거나 느슨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더해진 매력적인 시트다. 물론 911 카레라 모델들에서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옵션인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터보가 장착되어 있다. 911 카레라 모델들에서 제공하는 기능과 같지만 응답성을 높이고, 중속 영역에서 급 가속시 부스트 압력을 순간적으로 높여서 더 강력한 토크를 발생시키는 오버 부스트 기능이 더해졌다. 센터 페시아 하단의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오버 부스트가 작동하면서 순간적으로 부스터 압력을 0.2bar 정도 올려 주며, 80~12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 3.5초를 3.3초로 줄여 준다.

VTG와 3.6리터의 마력

1974년 911 터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배기량은 3리터였다. 수평대향 6기통 3리터 터보 엔진은 260마력을 발휘했다. 그 후 수평대향 6기통 레이아웃은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77년에는 배기량이 3.3리터로 커졌다가 93년 964 터보 때 3.6리터로 확대되었다. 그 이후 3.6리터의 배기량은 95년 등장한 993과 2000년 996을 지나 지금의 997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현재 911 카레라 S의 배기량이 3.8리터인 것을 감안하면 배기량이 증가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전통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같은 배기량으로도 뿜어내는 출력에는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각 모델별 특징을 살펴보면, 930 터보에서 993으로 가면서는 배기량이 증가하였고, 996 터보 때는 공냉식 엔진이 수냉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997에서는 다시 최첨단 가변 터빈 지오메트리(VTG) 기술이 적용되었다. 지난 911 터보 각 모델들의 최고출력은 260, 300, 360, 408, 420, 그리고 현재의 997에서는 480마력으로 증강되었다.

터보 차저 시스템은 배기가스의 압력을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그 터빈으로 공기를 압축해 더 많은 공기를 엔진에 넣어줌으로 배기량 대비 강력한 파워를 얻어내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배기압력이 낮은 저회전 영역에서는 터보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터빈이 강하게 돌면서는 파워가 순식간에 급상승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993 터보부터는 용량이 작은 두 개의 터빈을 장착한 트윈 터보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저 회전에서의 응답성을 높이고 출력 상승을 부드럽게 하는 기술 개발에 힘쓰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새로운 911 터보에는 가변 터빈 지오메트리(VTG)가 적용되었다. 터빈을 통과하는 공기의 흐름을 상황에 따라 조절함으로써 보다 낮은 회전대에서도 강력한 출력을 얻어 낼 수 있으며, 회전이 상승하면서 증가하는 출력 또한 부드럽게 추출해 낼 수 있다.

VTG의 적용은 911 터보 엔진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배기량이 정확이 3,600cc로 이전 모델과 같지만 최고출력은 무려 60마력이 증가한 480마력을 6,000rpm에서 발휘하게 되었다. 최대토크는 620Nm로 60Nm가 더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처럼 강력한 토크가 1,950rpm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5,000rpm까지 지속된다.

911 터보에는 국내에서도 수동 6단과 팁트로닉 S 자동 5단 변속기가 모두 제공된다. 시승차는 팁트로닉 S 5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911 터보에서 또 하나 놀라운 변화 중의 하나는 팁트로닉 S가 0~100km/h 가속에서 수동 6단 변속기보다 0.2초 더 빠른 3.7초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3.7초의 가속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토록 강력한 초반 가속이 너무나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기자가 타본 차들 중 가장 빠른 가속력을 가진 차이면서도 휠스핀이나 토크스티어 없이 가장 안정적인 출발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PSM에 의한 것이 아니라 4륜 구동 컨트롤 시스템인 PTM(Porsche Traction Management)과 노즈가 들리지 않도록 고려한 에어로 다이나믹 특성, 엔진과 변속기의 조화 등이 총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결과라 생각된다.
단지, 페라리 등에서 제공하고 있는 론치 컨트롤 시스템이 없어 단순한 킥 다운으로는 초반 반응이 더디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3.7초 만에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가속이 더디다고? 물론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불과 수분의 1초 사이의 머뭇거림 이후에 이어지는 폭발적인 파워는 그 머뭇거림조차 답답하게 느끼도록 만든 것이다.
결국 좀 더 효과적으로 출발하려면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오른발로 엑셀을 살짝 밟아 클러치를 미트 시킨 효과를 낸 후에 브레이크를 떼면서 급가속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한다면 물론 초반의 답답함 조차도 없이 강력하게 출발할 수 있다.


시속 300km의 세계

뉴 911 터보가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3.7초다. 수퍼카 중의 수퍼카임에 틀림없다. 이는 가장 강력한 포르쉐의 수퍼카 카레라 GT의 0~60mph 가속 3.9초보다 훨씬 앞서는 가속력이다. 200km/h에 도달하는 데는 12.2초가 걸린다. 웬만한 중형 승용차가 100km/h에 도달할 시간이면 벌써 200km/h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기어는 60km/h에서 2단으로, 120km/h에서 3단으로, 190km/h에서 4단으로 265km/h에서 5단으로 변속한다.
폭발적이면서도 너무도 부드럽게 상승하는 속도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5단으로 변속한 후에도 가속력에는 차이가 없다. 기본기가 다른 차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5단에서 6,000rpm에 이르면 꿈의 영역인 300km/h에 이른다.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300km/h에 도달하는데 전혀 머뭇거림이 없다는 점이다. 300km/h를 지나서도 100rpm이 상승할 때 5km/h씩 상승하기를 멈추지 않고 6,200rpm에서 911 터보의 최고속도인 310km/h에 이른다. 5단의 기어비는 너무나 깔끔해서 2,000rpm에서 100km/h, 4,000rpm에서 200km/h, 그리고 6,000rpm에서 300km/h를 마크했다.

이처럼 초고속 영역을 너무나 쉽게 돌파하는 911 터보에서 역시나 돋보이는 부분은 이러한 초고속 영역에서의 놀라운 안정성이다. 이 상황에서 불안정한 것은 오로지 911 터보 외부의 상황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탁월한 제동성능 또한 포르쉐라면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최고의 매력이다.

시승차에는 매력적인 세라믹 브레이크 옵션인 PCCB (Porsche Ceramic Composite Brakes)가 적용되지 않았다. PCCB는 GT3와 GT2등 레이싱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되며, 911 터보에는 빨간색 캘리퍼가 돋보이는 대용량 브레이크가 기본이다. 911 터보에는 앞쪽에 6피스톤 캘리퍼와 42% 증가한 브레이크 패드, 그리고 직경이 330mm에서 350mm로 커진 이너-벤티드 디스크가 적용되었다. 뒤에는 역시 350mm 디스크에 4 피스톤이 적용되었다.

911 터보의 진가는 안정적인 초고속 주행뿐 아니라, 강력한 코너링 성능에서 다시 한번 드러난다. 포르쉐의 4륜 구동 장치에 새롭게 적용된 전자기제어 다판 클러치는 앞 뒤 구동력 배분을 상황에 따라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돕는다. 또한 통합 제어 장치인 PTM(Porsche Traction Management)은 자동 브레이크 디프렌셜(ABD)과 자세 제어 장치(ASR)가 통합되어 있어 상황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자세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이로 인해 눈길이나 빗길에서의 주행 안정성과 고속 코너링의 안정성 등이 탁월하다.

실제로 911터보로 연속된 코너를 달려 보면 코너와 코너 사이의 짧은 직선 구간에서조차 그 어떤 차로도 도달할 수 없었던 속도를 기록했고, 당연히 코너 진입 전 원하는 속도로 순식간에, 안정적으로 급감속할 수 있었다. 또한 더 높은 속도에서 코너에 진입해도 안정적으로 재가속해서 높은 속도로 코너를 탈출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코너링 고속 주행이 가능함을 실감할 수 있다.
이는 이전 911(996)터보로 태백 트랙을 주행할 때도 느낀 바였지만, 새로운 911 터보는 더욱 강력한 가속과 보다 부드럽게 상승하는 엔진파워로 인해 코너링 중 가속 컨트롤에서 훨씬 유리함을 발견할 수 있다.
코너 진입 후 브레이킹을 푸는 동작이 부드럽지 않거나 재 가속 시 엑셀 페달을 다소 과격하게 밟으면 포르쉐의 엄청난 접지력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파워로 인해 차체는 순간적으로 뒤가 흐르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네 바퀴가 살짝 바깥으로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PSM이 있어 911 터보는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 잡는다.
예전부터 포르쉐는 그립의 한계가 높지만 한계를 넘어섰을 때는 컨트롤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를 살짝 넘나드는 정도의 주행은 PSM이 있어 조금만 숙련된 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새 911 터보는 이전 모델에 비해 보다 가볍고 안정적인 차체 비례와 더욱 강력한 엔진 파워, 그리고 VTG의 적용으로 보다 부드럽고 빠르게 상승하는 엔진 회전 등으로 인해 훨씬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 졌다. 보다 진보된 4륜 구동 시스템은 눈길이나 빗길은 물론 고속 코너링 등 전천후 주행에 가장 든든한 동반자이면서 강력한 가속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997 모델을 시승할 때마다 이미 여러 번 이야기한 것이지만 PASM은 세계 최강의 포르쉐를 부드러운 승용차로 변신시키는 이중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최고속도까지 한 번의 머뭇거림도 없이 단숨에 몰아 부치는 강력한 가속력과, 여전히 예리한 핸들링, 뛰어난 고속 코너 주파 능력은 도로에서 더 이상의 적수가 없을 만큼 완벽한 통제력을 제공한다.

세상에 터보 엔진을 단 자동차는 많지만 터보 그 자체로 불릴 수 있는 차는 포르쉐 911 터보 단 하나뿐이다. 새 911 터보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도로 위의 제왕이다. 보다 가벼운 차체에 보다 직결적이고 강력한 파워, 그리고 고도로 조율된 섀시 성능 등이 어우러진 강력한 포르쉐의 레이싱 모델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주요제원 포르쉐 911 터보

크기
전장×전폭×전고 : 4,450×1,852×1,300mm
휠 베이스 : 2,350mm.
트레드 (앞/뒤) : 1,490/1,548mm
공차중량 : 1,585kg
최소회전반경 : -m

엔진
형식 : 수평대향 6기통 VTG 트윈터보
배기량 : 3,600cc
최고출력 : 480마력/6,000rpm
최대토크 : 620Nm/1,950~5,000rpm
680Nm/2,100~4,000rpm (오버 부스트 작동 시)
보어×스트로크 : 100×76.4mm
압축비 : 11.8:1
구동방식: 뒤엔진/4륜구동

트랜스미션
5단 자동 팁트로닉 S
기어비 (1/2/3/4/5/R) : 3.59/2.19/1.41/1.00/0.83/3.17
최종감속비 : 3.44 (rear), 3.33 (front)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터럿 / LSA 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 6피스톤, 이너-벤티드 디스크 / 4피스톤, 이너-벤티드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파워)
타이어 : 235/35 ZR 19(앞), 305/30 ZR 19(뒤)

성능
0-100km/h : 3.7 (수동 6단 3.9)초
0 - 160 km/h : 7.8 (8.4)초
0 - 200 km/h : 12.2 (12.8)초
최고속도 : 310km/h
연료탱크 : 67리터
연비 : - km/리터

가격
1억 9,90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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