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90의 페이스 리프트는 두드러지는 변화 없이 변한 듯, 안 변한 듯 섬세한 터치로 마무리되었다. 185마력을 발휘하는 직렬 5기통 터보 디젤 D5 엔진은 비교적 낮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40.8kg.m에 이르는 강력한 토크로 XC90을 때론 여유롭게, 때론 시원하게 움직여준다. 디자인과 공간, 주행감각에서 편안함이 돋보이고 디젤의 경제성이 그 가치를 극대화한다.
글, 사진 /
박기돈 (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투철한 안전철학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함께 갖춘 볼보의 베스트셀러 XC90의 페이스 리프트 버전이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국내에 상륙했다. 기자는 지난 여름 직접 스웨덴으로 날아가 살짝 예뻐진 XC90을 먼저 만나고 왔었는데, 계절이 두 번 바뀌어 찬 바람 부는 이 겨울이 되어서야 국내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난 스웨덴에서의 만남은 정해진 일정 때문에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아 그 속내를 다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느긋한 마음으로 우리네 땅에서 마음껏 즐겨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당시 시승했던 휘발유 직렬 6기통 3.2리터 엔진 모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기존에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었던 2.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은 T5 모델과 2.4리터 터보 디젤 엔진을 얹은 D5 모델이 우선 판매를 시작했다. 시승에 함께 한 것은 보다 실용적이고 여유와 재미가 두드러지는 D5 모델이었다.
볼보는 오랫동안 가족과 여유, 안전을 철학으로 내세우면서 왜건 만들기에 독특한 장기를 보여 오다 지난 2003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SUV를 선보였었다.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XC90은 볼보 모델들 중 베스트셀러에 올라 그 뛰어난 가치를 인정 받았다. 하지만 다소 늦은 출발 탓에 다른 경쟁자들이 2세대로 진화할 즈음, XC90은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동안 XC90의 행보는 활발했다. 최초로 소개된 T6와 2.5T를 이어 동급 초소형 경량 V8 엔진을 얹은 XC90 V8을 선보였고, 뒤이어 국내에서는 SUV에 선호도가 높은 디젤 엔진을 얹은 D5 모델도 선보였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서는 기존의 T6 엔진을 대체하는 V6 3.2 휘발유 모델을 선보였고, 지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XC90의 아랫급이 될 소형 SUV XC60 컨셉트를 선보여 라인업 확대의 의지를 표현했다.
작은 변화 속에 알찬 실속 다지기
지난 번 스웨덴에서의 시승기를 통해 새롭게 변화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간단하게 다시 한 번 그 변화를 짚어보자. XC90의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기존 모델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 실제로 고객들에 의해 요청된 부분에 대해서만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대신 소재를 개선하고, 새로운 안전장비를 확충하는 등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개선에 주력했다고 한다.
외부 디자인에서 바뀐 부분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헤드램프 안쪽 디자인이 바뀌면서 눈망울이 더 초롱초롱해졌다. 도어 핸들은 보디컬러로 치장했고, 루프 레일은 알루미늄으로 바뀌었다. 사이드 미러에는 턴 시그널이 내장되었고, 앞, 뒤 범퍼는 바디 컬러 면적이 넓어지면서, 아래에는 알루미늄 느낌의 스키드 플레이트를 적용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롬 부분을 더 넓게 적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크롬 사용이 늘어났고, 일렉트릭 실버 메탈릭과 섀도우 블루 등 두 가지 색상이 추가 되었다. 리어 램프는 안쪽에 삽입되었던 두 개의 원을 사각형으로 바꾸었다.
실내는 바뀐 부분을 찾기가 더 어렵다. 부분적으로 알루미늄 트림이 조금 더 적용되었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선보였던 가죽 시트는 D5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았고, 휘발유 모델과 달리 D5 모델은 역시 3열이 없는 5인승 구조를 갖추었다. 스웨덴에서의 시승차에는 적용되어 있던 측면 감시 장비인 BLIS도 D5 모델에는 생략되었다.
비록 변화는 적지만 XC90의 실내는 여전히 실용적이며, 편안함을 제공하는 안락한 공간이 매력적이다. 특히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시트 포지션이 낮아 타고 내릴 때 어렵지 않은 점은 XC90을 편안하게 느끼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비스듬하게 누운 센터 페시아도 여유와 편안함이 배어 있다. 여유 있는 실내 공간에 비해 도어 트림의 수납공간과 센터 콘솔이 넉넉하지 않은 점은 다소 불만이다.
스티어링 휠은 수동으로 틸팅과 텔레스코픽이 지원된다. 텔레스코픽의 길이 변화가 넉넉해 적당한 운전 자세를 잡기 용이하다. 스티어링 휠은 림 전체를 우드로 둘렀다.
센터 페시아 상단에는 다인 오디오 센터 스피커가 위치하는데 그 가운데 솟아 오르는 모니터가 내장되어 있다. 모니터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 같지만 새로운 리모컨이 마련되었는데, 내비게이션과 DMB 등 다양한 기능이 통합되어 있어 여러 개의 리모컨을 사용하는 불편이 없어졌다. 두께도 얇아져 수납하기도 좋다.
프리미엄 사운드 오디오 시스템에는 알파인의 디지털 클래스 D앰프와 뱅&올룹슨의 ICE Power 기술, 돌비 프로로직 II 서라운드 시스템, 그리고 하이 엔드 다인 오디오의 라우드 스피커 등이 어우러져 풍성한 오디오 사운드를 제공한다.
시승차인 D5는 5인승으로, 독특하고 깔끔한 작동이 돋보이던 3열이 없이 수납공간으로 대체되었으며, 2열 가운데 시트 역시 차일드 시트 기능이 생략되었다. 2열 시트는 간편하게 접을 수 있는데, 시트를 모두 접으면 넓고 평평한 화물 공간이 만들어져 활용도가 높다.
강력한 토크, 넉넉한 달리기
XC90이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엔진 라인업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오랫동안 볼보 최강의 엔진 자리를 고수해 왔던 직렬 6기통 터보 T6 엔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V6 3.2 자연 흡기 엔진이 차지했다. 그 외 V8 4.2와 2.5T, 그리고 D5 엔진은 그대로다.
이번에 시승한 XC90은 D5 모델로 D5 엔진은 이미 S60, S80, XC90은 물론 스웨덴에서 C70을 통해서도 계속 만났던 엔진인 만큼 친숙하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택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볼보 자동차들에 대부분 D5 엔진을 얹고 있을 정도로 성능과 내구성에서 인정 받고 있는 엔진이다.
이 엔진은 기존의 163마력 2.4D 엔진을 기본으로 지난 2005년 3단계 고압 연료 직분사 시스템과 저회전에서의 출력을 증강시키는 볼보의 VNT(Variable Nozzle Turbine) 터보 차저를 적용하는 등의 개선으로 성능을 높인 엔진이다. 최고출력 185마력/4,000rpm과 최대토크 40.8kg.m/2,000~2,750rpm의 강력한 토크를 자랑한다. 물론 반영구적인 디젤 미립자 필터 CDPF (Coated Diesel Particular Filter)를 장착해 친환경적이다. 흔히 하는 말로 토크 수치만 본다면 V8 4리터급 휘발유 엔진에서 발휘되는 토크와 맞먹는다. 이러한 강력한 토크는 적은 배기량의 엔진으로 2톤이 넘는 차체를 부담 없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
변속기는 수동 모드가 있는 자동 6단이 조합되었다.
시동을 걸면 소음과 진동은 최근 승용형 디젤 엔진의 평균 정도에 해당한다. 특별히 조용하다고 칭찬할 만큼은 아니고, 그렇다고 불평할 정도도 아니어서 조금 익숙해 지면 금새 디젤 엔진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된다. 특이할 점은 엔진음색과 진동이 두터운 느낌을 주는 편이어서 가속 시나 아이들링 시에도 소음과 진동은 좀 있지만 오히려 개성으로 받아 들일 만하다는 점이다.
최근 개발된 디젤 엔진들 중에는 아주 조용한 엔진이 있는가 하면, 진동과 소음이 조금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즐길 만한 느낌을 주는 엔진도 있고, 오히려 진동과 소음이 별로 크지 않으면서도 전통적인 디젤 엔진의 느낌 그대로여서 불쾌한 느낌으로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볼보의 D5 엔진과 폭스바겐 골프의 2.0 TDI 엔진이 대표적으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예이다.
가속을 하면 강력한 가속력을 발휘하기에는 무거운 차체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넉넉한 토크 덕분에 차체는 가뿐하게 움직인다. 제원표 상 0~100km/h 가속은 11.5초로 페이스리프트 전과 동일하다. 같은 엔진을 얹은 S80이 9초, S60이 8.7초가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가속이 더딘 편이지만 결코 굼뜨거나 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변속은 4,400rpm에서 이루어지는데 각 단 속도로는 35, 60, 100, 135km/h에서 각각 변속된다. 앞서 말했듯이 가속이 충분히 경쾌하고 무엇보다 디젤 엔진이면서도 회전 상승이 부드럽다. 5단으로 변속한 후에는 가속이 다소 주춤해 진다. 6단 3,500rpm에서 180km/h를 마크하는데, 제원표 상 최고속도는 190km/h다.
무거운 차체를 감안해 기어비를 좁혀 초반 가속을 유리하게 한 세팅이다. 따라서 6단 자동변속기는 재빠르게 기어를 바꿔 옮기면서 초반 가속을 돕지만 실제 운전자는 경쾌한 가속감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점이 디젤엔진이면서도 회전이 매끄러워진 최근의 디젤 엔진들과 효율 좋은 자동 변속기의 매치를 돋보이게 하는 점이다. 만약 수동변속기로 가속한다면 운전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오른손과 왼발을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수동변속기의 높은 효율과 더 좋은 성능, 그리고 빼어난 손맛이야 따라갈 수 없겠지만.
또한 여러 번 이야기한 바 있는데, 회전영역이 넓지 않은 디젤 엔진의 특성상 수동 모드로 주행 하는 것이 가솔린 엔진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라면 수동모드로 더욱 다이나믹한 주행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XC90 D5의 경우 수동모드에서 레드존에 이르러도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되지 않으므로, 변속 시점이 되면 운전자가 직접 변속해 주어야 한다. 5,000rpm에 이르면 연료가 차단된다.
실용적인 4WD 시스템과 안전 철학
4륜 구동 시스템은 할덱스 제 전자식 4WD를 채택해 평상시엔 앞바퀴를 중심으로 주행하다 위급한 상황에서 구동력을 앞, 뒤 최대 50:50까지 자동으로 분산해 주는 시스템이다. XC90 D5는 효율 좋은 4WD 시스템을 갖춘 프리미엄 SUV이면서도, 폭발적인 주행성능이나 강력한 오프로드 주파력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그것 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더 여유롭고 안전하면서, 활용도 높은 SUV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 만큼 파워나 공간에서 낭비를 찾아 볼 수도 없다.
이처럼 본격적인 오프로드 보다는 일상적인 주행영역에 더 많은 비중을 둔 만큼 XC90의 거동은 승용차에 가깝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은 SUV의 특성상 스트로크가 길긴 하지만 비교적 탄력 있는 세팅을 하고 있다. 노면을 장악하는 느낌도 수준급이다.
특히 XC90에는 세계 최초로 ROPS(Roll-Over Protection System), 쉽게 말해서 전복 방지 기능이 채택되어 있다. 네 바퀴의 브레이크와 롤 센서 등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전복의 위험이 감지되면 스로틀과 브레이크, DSTC (Dynamic Stability and Traction Control)의 제어를 통해 전복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언더스티어를 발생시키게 된다.
이 외에도 XC90은 볼보가 만든 프리미엄 SUV답게 EBD ABS를 비롯한 자세 제어 장치 DSTC(Dynamic Stability Traction Control), 측면 충격 보호 시스템 SIPS(Side Impact Protection System), 전 좌석 프리텐셔너 벨트(Pre Tensioner Belt) 등 다양한 첨단 안전 장비를 가득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충돌 시 상대 차량의 안전 까지도 고려해 프론트 서스펜션 프레임에 크로스 멤버를 설치하고 있다.
XC90은 세련되게 예쁘진 않지만 북구 유럽인들의 삶 속에 베어 있는 여유와 가족 사랑, 그리고 안전과 모험 정신이 깃들인 결정체다. 그리고 D5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는 그런 XC90과 가장 잘 어울리는 파워 트레인임에 틀림없다. 뛰어난 연비와 낮은 배기량으로 인한 세금 혜택, 넉넉한 파워 등 사랑 받을만한 다양한 조건에 매력적인 가격까지 갖추었다.
볼보 뉴 XC90 D5 주요 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07×1,898×1,784mm
휠베이스 : 2,857mm
트레드 (앞/뒤) : 1,634/1,624mm
차량중량 : 2,620kg
트렁크 용량 : 613리터
엔진
형식 : 직렬5기통 터보 디젤
배기량 : 2,401cc
보어×스트로크 : 81.0×93.2mm
압축비 : 17.3:1
최고출력 : 185마력/4,000rpm
최대토크 : 40.8kg.m/2,000~2,750rpm
구동방식 : AWD
트랜스미션
6단 자동 기어 트로닉
기어비 (1/2/3/4/5/6/R) : 4.148/2.370/1.556/1.155/0.859/0.686/3.394
최종감속비 : 3.750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파워)
타이어 : 235/60R17
성능
0-100km/h : 11.5초
최고속도 : 190km/h
연료탱크 : 80리터
연비 : 10.2km/L
가격
XC90 2.5T AWD : 6,900만원
XC90 D5 AWD : 6,6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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