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Z3, 벤츠의 SLK, 포르쉐의 복스터로 대변되는 소형 스포츠 로드스터들 간의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미디어들은 경쟁적으로 세 차종을 시승하고, 정밀하게 비교 분석해 각각의 장단점들을 파헤쳤었다.
하지만 그 전쟁의 불씨를 지핀 모델은 1989년 등장한 마쯔다의 미아타였다. 성능이 특별하진 않았지만 작은 차체에 낭만적인 디자인으로 전세계 젊은이들을 매료시킨 미아타의 등장 이후 알파로메오 스파이더, 피아트 바르게타 등의 모델이 등장했고, 95년에는 독일의 양대 럭셔리 브랜드인 BMW와 벤츠, 그리고 최고의 스포츠카 메이커 포르쉐가 가세, 전쟁의 양상은 세계 대전의 형태를 띄게 되었다. 이윽고 로터스 엘리제와 형제차 오펠 스피드스터, 르노 스파이더, 도요다 MR-S, 아우디 TT로드스터, 혼다 S2000등도 그야말로 줄줄이 뒤 따라 격전장에 몸을 던졌다.
세계 대전의 실질적인 포화를 처음 연 BMW Z3는 영화 007 골든아이를 통해 세상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사실 영화에서 Z3는 그리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진 못했고 영화도 다른 007시리즈들에 비해 성적이 다소 부진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Z3가 주목 받은 이유는 그 아름다운 자태 때문이었을 것이다.
Z3는 롱노즈 숏테크 스타일의 고전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처음 그 모습을 접했을 땐 다소 생소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Z3의 자랑인 앞 모습은 한 눈에 반할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펜더 뒤 쪽에 자리한 상어 지느러미 형상의 공기 출구 디자인, 둥글게 떨어지면서도 주름 잡힌 본네트 라인 등이 Z3의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굳이 더하자면 시승차와는 다른 초기의 뾰족한 5스포크 알루미늄 휠 디자인이 무척 아름다웠었다. 영화 ‘아마겟돈’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두 주인공과 함께 했던 Z3의 모습에서도 단연 알루미늄 휠의 디자인이 돋보였었다.
강인하고 화려한 앞 모습과는 달리 뒷 모습은 다소 수수하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뒤 펜더 부분을 부풀린 디자인이 나중에 도입되었다.
초기 Z3는 경쟁 모델과 달리 비교적 낮은 가격에 맞게 소프트탑이 수동이었고 뒷 창은 비닐이었다. 후에 전동식 소프트탑이 추가되었지만 양 쪽에 후크를 수동으로 잠그는 방식과 뒤 비닐 창은 그대로다. Z3의 소프트탑을 전동으로 열 때는 양 쪽 후크를 푼 후 지붕을 약간 들어 올려 줘야 전동 소프트탑이 작동하게 되어 있어 불편할 뿐 아니라 자주 헤매게 만들곤 했었다.
경쟁 3사의 모델이 모두 초기 모델에서는 파워 부족 문제를 지적 받았었는데, Z3역시 초기에 수입되었던 1.8L 118마력 엔진에 자동 4단 변속기를 얹은 모델은 스포츠 로드스터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부족한 힘이 문제였었다. 후에 1.9L DOHC 140마력과 2.0L DOHC 150마력 엔진이 선을 보였으며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직렬 6기통 2.8 DOHC 192마력 모델이 추가되었다. 또한 강력한 M3의 3.2L 321마력 엔진을 얹고 보다 강인한 이미지를 더한 M로드스터도 선을 보여 강력한 스포츠 로드스터로 자리 잡았다. 2001년부터는 3시리즈 엔진 라인업 변경과 함께 2.0과 2.8L 엔진이 각각 2.2와 3.0L로 바뀌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직렬 6기통 3.0 DOHC 엔진은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발휘하며 최고시속 236Km, 0 – 시속 100Km 가속 6.3초의 성능을 발휘한다. 구형의 2.8L 엔진에 비해 배기량은 불과 186cc가 증가되었지만 출력은 39마력이 증가하였고, 토크증가와 함께 전자 제어 스로틀 시스템등 첨단 기능이 추가되어 실제로는 그 이상의 파워 향상이 느껴진다.
비록 수동 변속기는 아니지만 스텝트로닉 5단 변속기는 원하는 때에 수동처럼 변속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파워를 전달해 달리는 재미를 더해 준다. 물론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굳이 스텝트로닉이 아닌 킥다운 만으로도 충분한 가속을 보이긴 하지만 스텝트로닉으로 운전하면 변속레그를 계산해 미리 시프트 다운을 하고 높은 rpm을 유지하다 언제든지 원하는 시점에 힘을 뿜어 낼 수 있어 훨씬 재미있고 또 안전한 운전이 가능하다. 특히 무게 중심이 낮고 50:50을 이룬 앞 뒤 중량 배분으로 인해 뛰어난 직진 안정성과 예리한 핸들링, 보다 안정적인 코너링 실력을 자랑한다.
롱노즈 숏테크 스타일답게 뒤 쪽으로 한껏 밀린 운전석은 가죽과 우드 그레인으로 단장했는데, BMW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스포티하게 꾸며졌다. 3.0i 모델에는 몸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버켓타입 시트가 장착되어 있다. 디자인이 M로드스터의 버켓시트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형 보다는 화려하고 기능적이다. 소형 경량 로드스터답게 간단한 슬라이딩과 높낮이 조절은 전동식으로 조절되지만 등받이 각도 조절은 수동으로 작동해야 한다. 에어백이 내장된 가죽 스티어링 휠은 M타입으로 삼색의 M로고가 박혀 있어 더욱 스포티하다. 계기판과 센터 페시아의 원형 미터에 크롬테를 두른 것도 기본형 모델과 차이가 난다.
편의 장비로는 CD체인저와 연결된 고급 오디오와 시트 히팅 장치, ECM 룸미러, 전동식 소프트탑등과 자세 안정장치 ASC, 듀얼 및 사이드 에어백, 롤 오버 바등의 안전 장치를 갖추었다.
화려한 외모와 멋진 달리기 성능으로 오랫동안 젊은 로드스터 매니아들에게 사랑 받아 온 BMW Z3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다. 얼마 전 포르투갈에서 새로운 Z카인 BMW Z4가 신차발표회를 가지면서 Z3의 뒤를 이어 새로운 세기의 로드스터 역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에 매료된 많은 사람들이 Z3를 오래도록 기억하며 또 사랑할 것이 틀림없다.
글, 사진 /
박기돈 (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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