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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출발! 모닝 와이드, 2008년의 강한 경차, 기아 뉴 모닝

2008년 새로운 경차규격의 적용과 함께 모닝이 뜨고 있다. 기존 경차보다 10cm가 더 넓어 상대적으로 넉넉한 차체와 200cc 더 큰 1.0리터 엔진의 여유를 바탕으로 새롭게 변경된 실내외 사양까지 갖춘 뉴 모닝은 만만치 않은 경차혜택과 함께 날개를 달았다. 침체됐던 국내 소형차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뉴 모닝은 뛰어난 상품성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작은 차\'에 굶주렸던 잠재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font color=굿 모닝 에브리바디, 출발 모닝 와이드!"/>
칼바람이 매섭던 어느 겨울날, 뉴 모닝을 만났다. 새해가 밝자마자 기아에서 내놓은, 2008년의 대한민국 첫 신차다. 물론 뉴 모닝은 완전히 새로운 차가 아니라 흔히 말하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메이커에서는 ‘개조차’라고도 부르는 부분 변경 모델이다. 하지만 2008년이 모닝에게 주는 의미는 어느 신차 못지않다. 올해는 모닝이 처음 출시된 지 꼬박 4년 만에 드디어 경차로 인정 받기 시작하는 첫 해이기 때문이다. 모하비와 제네시스가 일찌감치 출시일정을 공표하고 천천히 관심 끌기 작전에 돌입했던 것과는 달리, 마음 고생이 심했던 현대•기아 자동차그룹의 막내는 실속 차리기에 바빴다. 신차발표회도 생략하고 시무식과 동시에 판매에 들어갔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던 2008년인가. 하루라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었다.

결과는 소위 말하는 대박이다. 1월 한달 동안의 판매대수는 7,848대. 계약은 2만대가 이루어져 한 달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단다. 2만대는 2006년의 연간 판매대수에 해당한다. 그나마 2004, 2005년에는 그보다도 한참을 밑돌았었고, 경차편입이 가까워오면서 겨우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경차혜택을 받게 되는데다 상품성까지 업그레이드 되었으니 올해 판매목표였던 내수 5만대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 회사측은 생산량에 한계가 있으니 수출물량이라도 빼와야겠다고 엄살이다. 대당 수익이 적은 경차의 대박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회사에 금전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없어서 못 파는 차가 갖는 무형의 가치는 작지 않을 터. 작은 차는 모조리 찬밥신세였던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간만에 듣기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쟁사는 파격적인 가격인하로 맞서고 있으니 앞으로 1년 후, 양측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승차는 바다색, 카탈로그 상에는 ‘파라다이스 블루’라고 표기된 색상이다. 찬바람에 벌벌 떨다 보니, 자그마한 차도, 색상(명)도 날씨랑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지만 새로 나온 모닝은 암만 봐도 귀여웠다. 누구는 피카추를 닮았다고 하고 누구는 구형 임프레자가 떠오른단다. 기자는 스즈끼의 오래된 알토 워크스를 연상했다. 스즈끼 알토는 대우 티코의 베이스가 된 모델이고, 워크스는 거기에 터보를 올린 고성능 버전으로 동그란 헤드램프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모닝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1991년 당시 티코의 전폭은 1,400mm에 불과했다, 후속모델인 마티즈에서는 1,495mm로 늘어났지만 2000년 마티즈II를 거쳐 2005년 올 뉴 마티즈로 진화할 때까지 차체 폭만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폭이 1,500mm로 제한되어 있었던 그 동안의 경차 규격을 따른 탓이다. 이와는 달리 새 경차규격의 조기 적용을 철썩 같이 믿고 2004년에 출시된 모닝의 전폭은 1,595mm였다. 모닝은 10cm가 더 넓고 배기량이 200cc 더 높은 탓에 경차로 편입되지 못한 채 4년 동안을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해야 했다. 하지만 ‘이건 경차도 아니고 소형차도 아니여’라던 핍박은 이제 안녕이다. 10cm, 1,000cc의 여유는 ‘제대로 된 경차’임을 내세울 수 있는 비교우위의 상품성으로 탈바꿈했다. 게다가 데뷔 만 4년만의 그럴싸한 페이스리프트는 아기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구형 모닝은 아기 볼 살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얼굴과 C필러를 앞두고 살짝 꺾어져 올라가는 측면 윈도우 라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펑퍼짐한 엉덩이가 특징적이었다.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고픈 호감 가는 디자인이었지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각을 넣은 부분들이라던가 멍청할 만큼 크기만 한 15인치 휠, 예의 그 엉덩이 등은 아쉬움을 남겼다. 나중에 나온 연식 변경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로 형으로 바꾸고 도어핸들과 사이드 프로텍터에 크롬 장식을 더하는 등 몹쓸 고질병이 도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신형 모닝은 유럽에서 잘나가는 쌔끈한 형, 씨드를 닮았다. 이는 비슷한 그릴 모양을 쓴 일반 모닝과 여성고객을 위한 ‘뷰티’에서 두드러진다. 시승차는 앞뒤로 더욱 스포티한 범퍼를 단 ‘블랙 프리미엄’ 모델로, 라디에이터 그릴의 안쪽 역시 벌집모양으로 처리했다. 기본형의 ‘별로 도움 안될 것 같은’ 범퍼 몰딩과 ‘생기다 만 것 같은’ 안개등 언저리의 모양이 싫어서라도 블랙 프리미엄을 선택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이름에도 ‘프리미엄’이 들어간 모양이다. 이 녀석은 헤드램프 안쪽을 검게 칠한 블랙베젤을 채용했고 앞뒤 범퍼 가운데 하단도 검게 처리했다. 마치 별도의 부품을 결합시킨 것처럼 보이는 범퍼의 이 검정색 부분들은 사실 범퍼에 그어진 홈을 따라 색만 달리 칠한 것으로, 그 고급스러운 질감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앞범퍼의 에어댐 부분이 로보캅의 턱받침을 생각나게 한다면, 뒷범퍼는 기자가 좋아하는 스마트랑 닮았다. 범퍼 위쪽을 살짝 침범한 테일램프의 원형부분도 신형 스마트 포투의 테일램프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고 보니, 먼저 출시된 젠트라X도 이러한 배치를 응용했다. 유럽에서 유행할 스타일인 모양이다. 딱 두 개만 박혀있는 주차센서는 그 모양새가 다부지고, 사이드미러에 내장된 LED 깜빡이는 호사스러운 사양이라고는 해도 안전운전에 도움이 되니 싫지 않다. 못생겼던 15인치 휠마저도 노플랜지 타입에다 일명 ‘GTI휠’이라 불리는 형상으로 변경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흠잡을 곳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 크롬도금된 아웃사이드 도어핸들은 NG다. 그리고 색상은 예쁘지만 차체의 도장상태는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구형과 마찬가지로 차체색상을 그대로 노출시킨 윈도우 프레임 부분은 블랙아웃 처리를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닐지 여전히 헷갈린다.

소형차에서 옮겨 타보면 모닝의 실내는 그다지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는 기존 경차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특히나 작은 차에서 10cm의 여유는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실내 디자인은 송풍구와 도어트림, 글로브박스 정도만 그대로 둔 채 상당 부분을 새로 만들었다. 차급에 어울리지 않게 점잖을 떤듯해서 못내 아쉬웠던 구형과는 달리 신형은 확실히 젊어졌다. 게다가 블랙 원톤으로 통일된 실내 색상까지 제공하니 실로 장족의 발전이다. 초기의 모닝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오묘한 색상조합으로 기자를 안타깝게 했었고, 2007년형 모델에서야 블랙과 그레이의 투톤 색상을 적용하기 시작했었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삼각형 비상등 스위치를 중심으로 한 버튼 배치는 위치만 다를 뿐 씨드에서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 반갑고,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괜찮은 모양이었던 스티어링휠은 더욱 괜찮아졌다. 복잡해서 촌티가 났던 오디오 디자인도 한결 깔끔해졌고, 그 아래로 위치한 공조장치 조작부는 무려 풀 오토 에어컨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기 좋아진 디자인과 사양에 비해 실제 제품의 품질감은 한참을 뒤쳐진 듯 해서 아쉽다. 반질거리거나 닭살이 돋은듯한 플라스틱의 표면은 차급을 감안해 그렇다 쳐도, 부실한 마무리와 어긋난 내장재들, 곳곳에서 삐그덕 거리는 잡소리가 나는 것은 모닝이 기아자동차 공장이 아닌 하청업체에서 위탁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연히 상기시킨다. 이는 모닝이 채용하고 있는 고급스러운 사양들과도 정면으로 대치되는 부분이다. 기름 쪽 뺀 기본형 경차 못지 않게 큰 차들이 부럽지 않은 고급 사양을 갖춘 경차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의 기본기는 갖추어야 ‘경차=싸구려 차’ 라는 등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아닌가. 시승차처럼 블랙 프리미엄 내장이 아닌 그레이 투톤을 적용한 차량은 차라리 이러한 아쉬움이 덜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말이다.


검정색 톤으로 심플한 느낌이었던 계기판은 한 단계쯤 복잡해졌고 두 단계쯤 입체감이 더해졌다. 오렌지색 조명의 적용으로 덜 심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판넬의 인쇄상태라던가 구성부품의 질감 등이 아슬아슬하다. 운전자를 향해 틀어진 센터페시아는 그 자체의 세련된 모양과는 달리 구형 그대로인 송풍구와의 조화가 아쉽고, 구형에서 비상등 스위치가 놓였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들어앉은 뒷유리 열선 스위치는 생뚱 맞아 보인다. 열선시트 매니아인 동승자는 ‘제일 중요한 스위치’가 비상등 옆에 자리했다며 좋아했다. 기존에 열선 스위치가 있던 센터 콘솔의 컵홀더 앞자리에는 핸즈프리, AUX, 아이팟 USB단자가 커버와 함께 배치되었다. 기본인 1단(DIN) CDP 대신 2단 MP3 CDP 오디오를 선택하면 트위터와 함께 따라오는 이 USB 단자는 메모리 스틱이나 MP3기기뿐 아니라 수백 기가짜리 외장하드 안에 들어있는 MP3파일도 인식해 카오디오를 통해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파일정보의 한글지원도 무시 못할 장점이다. 단자부분 앞쪽으로 기기를 수납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있지만 완충처리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약간의 DIY가 필요할 것 같다. 깊숙하게 위치한 탓에 배 나온 사람은 사용하기가 다소 괴롭기도 하겠다.

아웃사이드 미러의 폴딩은 수동이지만 각도 조절은 전동식이고, 운전석 창문은 원터치 다운이 된다. 일정속도가 되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기능도 있는데, 차에서 내릴 때 이를 해제하려면 몸을 비틀어 어깨 옆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 올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짜증이 난다. 리모컨으로 문을 잠글 때 경적이 울리는 것도 신경이 거슬리는 부분. 시트는 인조가죽이고 자동변속기 모델에는 운전석 팔걸이가 제공된다. 운전석은 펌핑방식으로 높이를 4cm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시트를 높여도 머리공간이 넉넉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반면 동반석 시트 밑에 드라이빙 슈즈 따위를 넣어둘 수 있도록 마련된 서랍은 얕고 움직임이 부드럽지 못해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 않았다. 스티어링 컬럼 하단에 있었던 작은 우산수납공간은 사라졌고, 대신 멍텅구리 스위치가 두 개 생겨났다. 계기판에 ESP 경고등 자리가 만들어져 있던데 이와 관련된 스위치가 장착될 수도 있겠다. 아니면 수출용의 동승석 에어백 OFF 스위치? 모닝은 전 모델에서 운전석 에어백이 기본이고 22만원을 더 내면 동승석 에어백을 추가할 수 있는데, 시승차에는 달려있지 않았다. 사이드 에어백은 뷰티 모델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가만, 이것은 남녀차별인가?)


큰 부족함을 느낄 수 없는 앞좌석과 달리 뒷좌석은 확실히 좁다. 각도조절이 가능한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뉘여도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는 기분이고, 무릎과 정강이는 앞좌석 등받이에 문대야 한다. 머리공간만은 여전히 넉넉해서 그나마 왠간한 쿠페형 차량들보다는 편하게 앉을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얻는다. 용도를 생각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정도의 공간이다. 방석부분을 앞으로 젖히고 등받이를 눕히면 적재공간이 넓어져 해치백 특유의 실용성을 만끽할 수 있지만 덜렁거리는 방석 탓에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되지 않을 것이다. 트렁크 해치는 안쪽에 별도의 손잡이가 없어 닫을 때 신경이 쓰인다. 구형과 비교하면 개선된 부분들 못지않게 원가절감을 위해 희생시킨 부분들도 쉽게 눈에 띈다.

어쨌거나, 한때 모닝의 구입을 검토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몇 가지 부분들로 인해 다른 차를 구입해버린 기자는 기대 이상으로 좋아진 뉴 모닝을 접하고 적잖은 동요를 일으켰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시승차는 자동변속기를 달고 있었다. 자동변속기를 단 소형차의 한계는 익히 알고 있는 바, ‘경쾌한 달리기’를 필요충분조건으로 내건 기자와는 어울릴 수 없는 존재였다. 1.6리터급 소형차에서도 그 점을 뼈저리게 느꼈을진 데, 하물며 아토스•비스토 시절부터 허약하기로 소문났던 입실론 엔진을 이식한 경차에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배기량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늘어난 살집 역시 만만치 않다. 결국 기자의 입장에서는 수동변속기가 장착된 차량만 피해 다니면 견물생심으로 인한 지름신은 영접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었다.

역시나, 달리기 실력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64마력짜리 SOHC 12밸브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만 올려놓고 부드럽게 조작하면서 천천히 달리기에 적합하다. 욕심을 내서 가속페달을 밟아대면 조용하던 엔진만 불쌍하게 낑낑댈 뿐 속도는 그다지 빨라지지 않으며, 리터당 16.6km라는 공인연비와는 허무하게 멀어져 간다. 이렇게도 달려보고 저렇게도 달려본 시승차는 100km를 달리고 나자 연료계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 와중에 느리게 움직이는 덩치 큰 앞차가 답답해서 추월을 시도했다가 생각만큼 가속이 안돼 위험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풀 가속 시의 변속 타이밍은 6,000rpm. 동승자는 차가 불쌍하다며 격한(?) 주행을 말렸다. 하지만 정말 차가 불쌍하게 생각된다면 옆에 아무도 태우지 않은 것이야말로 차를 돕는 길이다. 10cm의 여유가 큰 차이를 만들었듯이 사람 하나 더 탄 것도 작은 차에서는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엔진의 최대토크는 8.8kg.m에 불과해 저배기량 엔진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게다가 4,500 rpm이라는 비교적 높은 회전수에서 나오는 수치인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수출용 1.0리터 엔진의 토크곡선을 보면 ‘M’자형을 그리면서 3,000rpm에서 먼저 최대토크가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실용영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설정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데뷔 때에 비하면 엔진출력이 높아졌고 동시에 자동과 수동변속기 모두 연비가 좋아졌다.

100km 정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는 4단 2,750rpm, 3단 4,000rpm. 80km/h 주행 시에는 4단 2,250rpm, 3단 3,500rpm이었다. 가속이 더뎌서 그렇지, 100km/h 내외에서도 안정감은 소형차에 뒤지지 않는다. 소음? 소형차라고 크게 낫지 않더라. 도토리 키재기다. 아무튼 80km/h만 돼도 이미 한계에 도달한 듯 불안감을 자극했던 오래 전의 경차와는 사뭇 다르다. 때마침 불어 닥친 강풍에 휘청거리는 모습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강 다리 위를 스쿠터로 건너 다니던 시절의 스릴을 떠오르게 했지만 말이다.

어느 나라의 황송한 경차처럼 수동모드나 변속 패들 따위는 없지만 체인지 레버에는 오버드라이브 버튼이 달려있고 시프트레인지를 D-2-L로 조작할 수 있어, 아쉬운 대로 적극적인 엔진 갈구기는 가능하다. 레인지 변경 시의 조작감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O/D버튼의 감촉만은 모닝의 모든 조작부분 중 최고라 할만하다. 미션은 주차를 위해 전후진을 반복할 때 다소 툴툴거려서 그렇지, 주행 중에는 부드럽고 편하다. 계기판에는 현재의 레인지가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조작하려면 시프트 패널을 내려다 봐야 하는데, 메탈 그레인 처리된 이 부분의 밋밋함은 카본룩 트림에 약간의 입체감도 있던 구형보다 못해보인다. 수동변속기를 골라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변속기에 따른 차이는 소음과 진동 등 운전의 질감 면에서도 나타난다. 기자가 수동 모닝을 멀리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력시장인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듯 나름 단단하게 설정된 하체는 파워트레인의 허약함을 더욱 아쉽게 만든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인도산 i10에 올라가는 신형 1.0 엔진이나 아토스•비스토에 달았던 터보차저라도 이식해주면 어떨까. 기왕 폼 나게 나왔으니 성능도 좀 받쳐주면? 이와는 반대로 수출용의 3기통이라도 좋으니 디젤엔진을 올리면 좋겠다는 수요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전형적인 소형차의 서스펜션 구조를 쓴 하체는 과속방지턱 같은 큰 요철의 통과 시에는 성숙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잔요철이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취약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래도 통통 튀어 오르는 불안함은 없으니 다행이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가운데 그루브에 오렌지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센 CP621로, 175/50R15 사이즈가 적용되었다. 승차감과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신차출고용 OE 타이어다. 예전 같았으면 하위 트림에 적용되는 13~14인치 휠과 고편평비 타이어로 순발력과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쪽을 추천할 수도 있겠지만 주행 안정감과 디자인 면에서 순정 15인치의 유혹을 뿌리치는 힘들 듯 하다.

뉴 모닝에 적용된 EPS 혹은 MDPS라 불리는 속도감응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은 국산 경차 최초의 것으로, 사실 구형 모닝의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은 부족한 엔진 힘을 더 축내고 있었던 셈이다. EPS가 처음 적용됐던 예전의 현대•기아차들만큼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새 전동식에 익숙해진 탓이라기 보다는 만드는 쪽에서 세팅 노하우가 생긴 탓이리라. 딱 적당한 크기인 스티어링 휠과 물컹거리지 않는 하체, 작은 차체크기 덕분에 막히는 시내에서 요리조리 틈새를 비집고 다니는 재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덤으로 저속에서는 방향을 튼 상태로 앞뒤로 움직일 때 태엽 자동차 소리가 나서 재미있었다.

앞쪽에 디스크, 뒤쪽에 드럼식 브레이크를 채용한 제동계통의 반응은 평범한 편. 시승차에는 ABS까지 적용되어 있었는데, ABS의 작동 시 후륜 드럼을 때리는 소음과 진동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차 전체를 울릴 만큼 요란스러웠다. ABS는 SLX에 기본으로, 뷰티에는 30만원짜리 옵션으로 제공된다. 그러고 보니 구형의 ABS 옵션은 후륜에 디스크 브레이크와 함께 적용되는 대신 더 비쌌었다.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이든 간에 원가절감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구매자의 입장에서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대신이라기엔 뭐하지만 모닝은 사면서, 끌면서 미소 지을 일이 많아졌다. 2008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새 경차 규격은 배기량 1,000cc 미만, 길이 3.6m 이하, 폭 1.6m 이하, 높이 2.0m 이하의 차량을 경차로 규정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차량들에게는 이른바 경차혜택이 주어지는데, 구입과정에서는 등록세, 취득세, 도시철도공채, 특소세, 교육세가 면제되며, 운행 과정에서는 혼잡통행료 50%, 공영주차장 주차비 50%, 환승주차장 주차비 80%, 고속도로 통행료 50%가 할인된다. 티코, 다마스, 타우너, 아토스, 비스토, 마티즈 시리즈에 이어 올해부터 구형•신형의 모닝들도 혜택을 받게 되었다. 혼잡통행료 낼 일도 없고 공영주차장이나 환승주차장 쓸 일도 없으며 고속도로도 거의 탈일이 없으니 경차혜택은 부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기자도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경차가 부러워지는 상황을 종종 겪곤 한다. 경차에는 여전히 취약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단점들을 덮고도 남을만큼의 장점을 가진 강한 경차가 등장했다. 동력계통과 실내 등 일부요소만 지금보다 더 좋아지면 그 동안 기자의 드림카 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몇몇 황송한 외국 경차,소형차들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기아 뉴 모닝 SLX 블랙프리미엄 A/T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3,535×1,595×1,480mm
휠 베이스 : 2,370mm
트레드 (앞/뒤) : 1,400/1,385mm
최저지상고 : 145 mm
중량 : 897kg (M/T : 877kg)

엔진
형식 : 4기통 가솔린 SOHC 12밸브
배기량 : 999cc
최고출력 : 64마력/5,600rpm
최대토크 : 8.8kg.m/4,500 rpm
보어×스트로크 : 66 × 73 mm
압축비 : -

섀시
구동방식 : 앞엔진 앞바퀴굴림 (FF)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토션빔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드럼 , ABS
스티어링 : 랙&피니언,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변속기
형식 : 자동 4단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

성능
0-100km/h 가속 : 16.4 초 (M/T)
최고속도 : 150 km/h (M/T)
최소회전반경 : 4.6 m

타이어 : 175/50R15
연료탱크 용량 : 35 리터
트렁크 용량 : 157 리터 (뒷좌석 폴딩시 882리터)
연비 : 16.6 km/ℓ (M/T: 19.4 km/ℓ)

차량 가격 : 11,340,000원
= SLX 블랙프리미엄 (8,810,000원) + 4단 자동변속기 (1,250,000원) + MP3 오디오 (250,000원) + 풀오토에어컨 (750,000원) + 15인치 알루미늄휠&타이어 (28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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