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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유럽 V12에게 깨끗함으로 맞서다, 렉서스 LS600hL

렉서스 LS600hL은 V12급 성능을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실제 성능은 그에 못 미치지만 동급 최저 수준의 CO2 배출량이 LS600hL의 존재 가치를 높인다. EV 모드를 사용하면 공회전 시 모터의 사용 시간을 늘려 불필요한 배기가스와 연료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실내의 소재와 감성적인 면이 비슷한 급의 유럽차 보다 떨어지지만 마사지 시트를 비롯한 갖가지 편의 사양은 LS600hL의 또 다른 장점이다.

글 / 한상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1989년 렉서스 LS400이 데뷔할 당시만 하더라도 고급 대형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만의 것이었다. 고급차 브랜드라고 새로 런칭하기는 했지만 렉서스가 토요타의 그늘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이라는 새 컨셉트와 토요타 특유의 품질이 어우러진 LS400은 보기 좋게 판매에 성공했고 이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다. LS430 역시 기본 컨셉트는 동일했다. 전작의 성공을 의식한 듯 비교적 안전 지향의 개선이 이뤄졌고 벤츠를 닮았다는 개성 없는 스타일링은 여전히 혹평의 대상이었다.

그런 면에서 신형 LS는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하겠다. 스타일부터 기술, 가격까지 수세였던 자세가 공세로 바뀌었다. 외관은 엘-피네스 때문에 렉서스만의 정체성이 뚜렷해졌고, IS와 ES, 그리고 LS까지 이제는 겉만 보아도 렉서스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 요소가 생겨났다.
그리고 LS430은 가격만큼이나 차체 사이즈도 유럽 3사의 기함들 보다 조금씩 작았다. 하지만 신형 LS460은 한 둘레가 커져 덩치 면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휠베이스가 120mm 확장된 롱 휠베이스 버전은 신형 LS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롱 휠베이스 버전은 렉서스로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동안의 LS는 높은 품질을 갖추긴 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유럽 메이커에게 반 발짝 뒤쳐져 따라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신형 LS의 경우 그 안에 적용된 적극적 안전 장비가 유럽차와 때를 같이 하고 부분적으로는 앞선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의 프리-세이프 같은 기능이 똑같이 적용되었다. 사고가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시트를 당기고 헤드레스트를 조절하며 창문을 닫고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끌어올린다. 여기서 메르세데스 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은 사고가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스티어링 기어비도 짧게 설정된다. 적극적 안정성까지 고려한 것이다.

라인업의 최상위 모델인 LS600hL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유럽 메이커의 V12에 대항하는 토요타식 대응이다. 상징적 의미의 12기통 엔진 대신 자신들의 장기인 하이브리드로 유럽의 V12와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V12 엔진의 승용차는 S600, 760Li, A8L W12, 페이톤 W12, 벤틀리 컨티넨탈 정도이다.

뚜렷한 엘-피네스, 렉서스의 새 정체성 만들어

신형 LS는 렉서스가 밀고 있는 엘-피네스가 가장 잘 나타난 모델이다. 렉서스로서는 상당히 멋을 부린 디테일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심플하게 정리된 프런트 엔드는 크롬으로 멋을 냈고 곳곳에 부드러운 에지가 살아 있다. 예전보다 외관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찾은 건 틀림없어 보인다.


디테일은 오히려 뒷모습이 더 화려하고 눈에도 잘 들어온다. 지붕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C 필러는 푸조 406 쿠페처럼 유리 보다 튀어나와 있고 이는 GS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테일램프의 디자인이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범퍼에 내장된 머플러는 보기에 무척 고급스러워 보이고 구경도 상당히 크다.
측면에 붙은 하이브리드 로고와 LS600hL을 뺀다면 이 차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다는 것을 눈치 채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릴에 붙은 렉서스 엠블렘의 푸른색 바탕은 ‘친환경’을 의미한다.

일본차들이 그렇듯 전장에 비해 전폭은 평균 보다 좁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LS600hl은 전장과 휠베이스가 기본형 보디에 비해 120mm씩 늘어났지만 그 수치만큼 와닿지는 않는다. 겉에서 보면 유리의 면적은 다소 작은 편이다. 그만큼 벨트 라인이 높다는 뜻도 된다. 구형 보다 휠베이스와 전폭이 45mm씩이나 늘어났지만 엘-피네스 때문에 더 날렵해 보이는 것은 큰 수확이다.

타이어는 덩치와 출력에 비해서는 좁은 편이다. 235/50R18 사이즈의 타이어는 역시 성능 보다는 연비를 고려한 세팅이다. 타이어 자체의 트레드 패턴도 그립 보다는 정숙성이 메인이다.

화려한 기능의 실내, 마사지 시트 가장 돋보여

LS600hL은 타기 전부터 기분 좋게 시작한다. 키를 소지만 하고 있으면 오너임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도어 록이 해제되고 접혀 있던 사이드 미러도 저절로 펴진다. 자리에 앉으면 시동도 저절로 켜질 분위기다. GS와 동일한 (멋없는)시동 키는 크게 유감이다.
시트는 잡아주는 면은 부족하지만 자세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시트는 쿠션 그 자체가 늘어나는 방식이며 럼버 서포트도 위아래로 조절할 수 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 시트가 데워지기도 전에 따듯해지는 열선 스티어링 휠은 고마운 존재이다.

실내는 다소 실망스럽다. 번쩍이는 느낌이 고급차의 성격을 강조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소재가 하위 모델과 크게 차별이 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아발론을 베이스로 고급스럽게 꾸민 느낌이다. 그리고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이 GS와 동일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단지 더 반짝이고 버튼의 개수가 많은 정도이다. 최고급 모델이 아래급과 인터페이스와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닮은 것은 흠 잡힐 수도 있다. 인터페이스에서 달라진 것은 메뉴의 하이브리드 작동 모습 정도이다. 대중차 베이스의 색깔이 아직까지도 희미하게 묻어난다.


RX400h는 아예 타코미터가 없었던 것에 반해 LS600hL는 수온계 자리에 하이브리드 게이지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계기판 가운데에는 휠과 모터, 엔진 아이콘이 있어 그때그때의 작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주변에는 EV 모드 등 많은 버튼들이 자리잡고 있다.

실내의 하이라이트는 2열 공간이다. 뒷좌석 오토만 시트는 비행기의 비즈니스(일등석 못 타봤음) 좌석처럼 다양하게 움직이고 이동 거리도 1열 보다 넓어 좌석을 눕히면 가장 편한 자세를 잡을 수 있다. 2열은 좌우의 블라인드조차도 전동식일 정도로 대부분의 기능이 버튼으로 움직인다. 블라인드를 모두 올리면 아늑한 공간이 완성된다.
암레스트의 컨트롤 패널에는 시트 냉난방과 오디오, 공조장치 등의 스위치가 모여 있고, DVD 체인저와 쿨 박스는 시트 사이에 위치해 있다. 쿨 박스 상단에는 DVD 감상을 위한 이어폰 단자도 있다. 암레스트 앞에는 테이블이 있는데 회전하기까지 해 쓰임새가 좋다. 9인치 모니터는 천정에 달려 있다.

암레스트에는 뒷좌석용 리모컨이 3개나 있다. 이중 하나는 렉서스가 자랑하는 마사지 기능을 위한 리모컨이다. 다른 마사지 시트를 경험 못해봐서 직접적인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받아본 결과 기대 이상으로 기능이 뛰어나다. 등 전체를 골고루 문질러 주며 지압 효과까지 낸다. 거기다 진동의 정도도 다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취향에 따라 마사지 기능을 즐길 수 있다. 한 10분 받다보니 몸이 노곤하고 졸음이 밀려올 정도다. LS600hl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마사지 시트가 아닌가 싶다.

트렁크는 하이브리드를 위한 배터리 팩과 많은 편의 장비 때문에 공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2열 시트 밑에 위치한 배터리 팩 때문에 505리터의 트렁크 용량이 330리터로 줄어버렸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반 이상 줄어들었고 골프백 2개 정도의 공간 정도만이 확보된다. 하이브리드를 위한 희생인 셈이다.
트렁크 역시도 파워 클로저 기능이 적용되어 소리 없이 부드럽게 닫힌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뒷좌석 승객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아주 조심스럽게 닫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체 시 연비 개선 효과 확실, 추월 가속력도 대단

LS600hL은 엔진의 스트로크를 늘려 배기량을 5리터로 확장했다. 엔진 형식도 1UR-FSE에서 2UR-FSE로 달라졌다. 5리터 엔진은 4.6리터의 스트로크를 키워 출력을 389마력으로 올렸고 전기 모터와 합산된 출력은 442마력이다. 우선 출력의 수치 면에서 유럽의 V12와 비슷하다. 442마력을 항상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두 개의 전기 모터가 구동력과 스타터, 발전기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다른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LS600hl 역시 엔진과 전기 모터는 유성 기어와 맞물려 있다. 하이브리드에 맞는 E-CVT가 적용되었다. 이 CVT는 임의로 기어비를 8단으로 나눈 수동 모드가 내장되어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엔진이 켜지는 게 아니라 계기판 가운데 ‘READY\'가 뜬다. 주행 가능한 대기 상태라는 뜻이다. 요즘처럼 겨울철 아침에서는 빠르게 배터리를 충전시키기 위해 엔진이 시동된다.


LS600hL이 다른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와 다른 점은 RX400h와는 달리 EV 모드가 추가된 것이다. 사실 RX400h 보다 모터 의존도는 적은 편이지만 친환경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EV 모드를 실행하면 공회전 시 모터의 사용 시간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배터리의 잔량이 약 80% 정도 남은 상태에서 15분 이상 EV 모드가 유지된다. 물론 EV 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주정차 시에는 엔진이 꺼지긴 하지만 배터리를 최대한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상태에서는 가장 낮은 단계로 틀어놓은 히터 소리만이 고요하게 들릴 뿐이다.

EV 모드를 사용하면 배터리 떨어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 배터리 잔량이 약 30% 정도 남을 경우 자동으로 엔진이 시동되어 충전을 시작한다. 대도시 운전자들은 정말로 공회전 시 불필요하게 연료와 배기가스를 소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면에서는 그 효용성이 피부에 와닿는다. 신호 대기 시 연료를 아낀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도 흐뭇하다. 당연히 EV 모드에서도 모든 전장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EV 모드는 주정차 시에는 모를까 실질적으로 주행에 사용하기는 어렵다. 속도가 높아지거나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을 경우 곧바로 엔진이 켜지기 때문이다.

EV 모드에서 엔진이 들어오면 그 조용하다는 렉서스의 엔진 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울린다. 실제로 공회전 시 소음이 분명 커진 느낌도 있다. 예전과 달리 일부러 돌아가고 있다는 음량을 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전기 모터가 더해진 가속력은 정지 출발이나 추월 시 빛을 발한다. 전기 모터는 0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고 이후 점진적으로 힘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반응이 즉각적이다. 모터 없이 엔진만 구동될 때의 가속력은 이보다 조금 떨어진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회전수 바늘이 레드존에 고정된 채 속도가 빠르게 붙는다. 속도 제한은 210km/h에 걸리는데, 계기판 상으로는 220km/h에서 바늘이 멈춘다. GS460처럼 적절한 속도 제한이라 생각된다.

보디 컨트롤이 구형 보다 월등히 좋아졌지만 주행성 면에서는 유럽차와 여전히 갭이 있다. 대단히 부드러운 하체는 올라오는 충격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흡수해 안락한 승차감을 만들지만 코너를 돌아나갈 때 몸이 많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가장 단단한 스포트 모드에서도 여전히 부드럽다. LS600hL의 스포트 모드는 독일차의 컴포트 보다 물렁하다.
재미있는 것은 운전 감각이 얼마 전 시승했던 GS460 보다 좋다. 특히 핸들 감각이 차체가 작은 GS460 보다 믿음직스러운 것은 의외이다.

그리고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시스템의 브레이크는 벤츠의 SBC처럼 문제점이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의 느낌이 기존의 유압 보다 명확하지 않고 답력 이후 제동력이 발생할 때 약간의 시간차가 있다. 반면 일단 작동하기 시작하면 큰 제동력이 생긴다. 무거운 차체를 쉽게 세울 만큼 강력하며 노즈 다이브 현상도 의외로 적은 편이다.
새로운 장비는 토르센 센터 디퍼렌셜을 갖춘 AWD 시스템이다. 이 AWD는 평상시 40:60으로 토크를 배분하고 슬립이 감지될 경우 한 쪽 액슬에 70%의 힘을 보낼 수 있다.

LS600hL의 연비는 EU 기준으로 유럽 3사의 V12 보다 10mpg 내외나 좋다. 물론 도심에서만 국한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CO2 배출량이 현저히 작다. LS600hl의 CO2 배출량은 219g/km으로 340g/km의 메르세데스 S600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LS600hL의 CO2 배출량은 출력이 훨씬 낮은 아우디 A8 2.8FSI(199g/km), BMW 730d(210g/km), 재규어 XJ 2.7 TDVi(214g/km), 메르세데스 S320 CDi(220g/km)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미국에서 팔리는 동급의 차 중 SULEV(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에 해당되는 차는 오직 렉서스 LS600hl 뿐이다.


엄밀히 본다면 LS600hL은 유럽 V12와 V8 사이에 위치한다. 차체 크기나 편의 장비, 기술은 모자람 없지만 실내의 소재와 성능 면에서는 유럽 V12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보이고 있다.
계급장 떼고 봐도 가장 부족한 것은 역시 실내이다. 그리고 주행의 안정성 면, 특히 핸들링 성능은 턱없이 처진다. 그러나 라이벌에게 없는 하이브리드가 있다. 이 하이브리드 때문에 동급에서 가장 깨끗한 차가 바로 LS600hL이다.


렉서스 600hL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5,150×1,875×1,480mm
휠베이스 : 3,090mm
트레드 (앞/뒤) : 1,615mm
최저 지상고 : -
중량 : 2,365kg

엔진
형식 : 자연흡기 V8 DOHC 듀얼 VVT-I
배기량 : 4,969cc
최고출력 : 394마력/6,400rpm
최대토크 : 53.0kg.m/4,000rpm
전기 모터 : 224마력(31.0kg.m)
종합 출력 : 445마력
보어×스트로크 : 94.0x89.5mm
압축비 : 11.8:1

섀시
구동방식 : AWD
서스펜션 (앞/뒤) : 모두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변속기
형식 : ECVT
기어비 :
최종감속비 : 3.916

성능
0-100km/h 가속 : 6.3초
최고속도 : 210km/h(속도 제한)
최소회전반경 : 6m

타이어 : 225/50R18
연료탱크 용량 : 84리터
트렁크 용량 : --
연비 : 9.5km/ℓ 1등급(8군:3000cc 초과)

차량 가격 : 값 1억9,700만원(부가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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