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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우아한 악동이 전해준 힌트 - 닛산 로그

불경기는 마치 전염병처럼 세계적으로 번져 최근엔 지구인 모두가 이를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시장 또한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황. 이런 어려운 시기와 맞물려 한국시장에 진출한 닛산은 과연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갖고 있을까? 그것에 대한 해답은 그들이 선보인 차량을 보면 가장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닛산이 선을 보인 두 가지 SUV모델 중 최근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심형 컴팩트 SUV인 로그와 만나 그 해답을 풀어보았다.

글, 편집 / 김정균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일본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 되고 있다. 과거 수입차는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 고가모델 위주로, 특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판매되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삶의 질이 높아지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언젠가부터 수입차는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점차 대중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국시장에서의 이런 판도변화에 발맞춰 대중적인 수입차 브랜드도 점차 늘어났으며, 국산차와 별 차이 없는 가격의 차종들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불경기 속에서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가장 유리한건 바로 일본의 메이커들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의 그들이 만들어낸 자동차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높은 판매량으로 큰 수익을 기록해 왔으며, 그 이유는 상품성 높은 차들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뛰어난 마케팅 능력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일본 브랜드들은 다른 나라 시장 공략에 있어선 이미 쌓여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결 수월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들이 공략하기 가장 까다로운 나라가 바로 한국. 이유는 뿌리 깊은 반일감정 때문인데, 전 세계가 경쟁하는 글로벌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공략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선 차량의 국적을 떠나 자신의 취향과 원하는 가격이 맞아떨어지면 그것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 따라서 국산차도 일본에 내다팔고 있으니 정정 당당히 공평하게 경쟁하면 그만이라 한들, 그러한 생각에 돌을 던질만한 논리적 이유는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당장 내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으로 내가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상황이 되면 그 제품의 국적은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돈 앞에 장사 없듯이 돈 앞에 상품의 국적 없다고 해야 할까.

이야기가 너무 차량 외적인 소재로 흘러버렸는데, 아무튼 렉서스와 인피니티 등 일본의 고급브랜드가 진출한 후, 대중적인 시장의 흐름에 맞춰 혼다가 진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뒤를 이어 과거 현대차의 동반자였던 미쓰비시가 등장했으며, 이번엔 이미 인피니티 브랜드로 한국에 진출해 있던 닛산이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그 명함에 처음 새겨 넣은 두 가지 차종은 도심형 SUV인 무라노와 로그이며 그 중 더 젊은 분위기의 대중적인 모델인 로그를 통해 그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좋은 결과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도 힌트를 얻어 보자.


익스테리어
닛산에선 로그(악동) 라는 이름에 맞게 로그의 이미지에 대해 귀여운 악동이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겉모습을 찬찬히 뜯어보면 악동의 모습이라기 보단 단아하고 우아한 요조숙녀 같은 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곡선의 라인이 많이 사용되었고 대게의 SUV들과 다르게 범퍼의 색상도 투톤이 아닌 차체와 일치시켜 외모에서부터 부드러운 세단의 감각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전면에선 그나마 악동의 이미지를 풍겨내는 직선의 그물 형태인 라디에이터 그릴이 다부져 보이며 가운데 마름모꼴 안에 닛산 엠블럼이 첫 선을 보이고 있다. 헤드램프는 옆에 노란 아이라인이 그려진 세로형태의 귀여운 디자인. 동그란 안개등이 내장되고 헤드램프와 앞 펜더의 라인이 연결된 앞 범퍼는 아래쪽 공기 흡입구의 모양을 통해 약간의 스포티함도 보여준다.

측면은 다부진 사이즈의 차체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해 여성들이 호감을 가질 만한 우아한 모습으로 차의 급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겨내고 있다. A필러는 아예 세단의 각도처럼 누워 있고 옆면의 희미한 캐릭터 라인은 뒤쪽으로 가면서 도드라져 보이는데, 인피니티 EX의 필도 약간 느껴진다. 앞, 뒤 펜더의 모양 역시 동그란 곡선으로 그 안엔 17인치의 개성 있는 휠이 자리 잡고 있다. 후면은 풍성한 볼륨감을 나타내며 헤드램프와 반대로 가로 형태인 적당한 사이즈의 리어램프와 깔끔한 구성이 눈에 띈다.


인테리어
심플하고 편의성 높은 일본차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실내 디자인은 아기자기 하면서도 깔끔하다. 차량의 겉모습이야 도로에서 마주치게 되면 쉽게 인지할 수 있지만 실내의 모습을 접하기란 그보다 쉽지 않기에 로그의 실내에서 디자인 외적인 부분을 한 가지 전달해 드린다면, 차의 급과 가격대를 감안했을 때 의외로 재질감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대쉬보드, 센터페시아, 도어트림, 시트 등에서 원가절감만을 위해 단순한 플라스틱이나 값싸보이는 재질을 사용하지 않은 점은 한국의 소비자들이 반길 만한 장점이다.

이젠 차의 급을 막론하고 당연한 장비처럼 포함되어 있는 마치 인피니티 차량의 것을 닮은 스마트키가 마련되어 있어 키를 꼿을 필요 없이 손으로만 시동을 걸 수 있다. 이쁘장하게 생긴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패들시프트 레버는 우수한 조작 감을 갖고 있는데, 기어변속을 위해 손가락으로 당겨 누르면 딸깍거리는 느낌이 좋아 자꾸만 수동모드로 패들시프트를 사용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계기판은 속도계와 알피엠 게이지가 동그란 원 안에 표시되고 연료량과 수온계는 가운데 동그란 정보창 안에 디지털 계기로 보여준다. 센터페시아 상단과 양쪽 끝에 위치한 동그란 송풍구는 크롬 링을 덧댄 스포티한 모습. 그밖에 오디오 부분과 공조장치 부분은 심플하며 수동 모드가 포함된 기어변속 레버는 귀엽고 손에 쏙 들어온다. 실내의 전체적인 공간이나 시트의 착좌감은 흠잡을 것 없는 무난한 형태. 운전석 시트엔 역시 조금은 의외의 장비인 전동식 시트 조절장치가 달려있다.


파워트레인 & 퍼포먼스
우아한 악동 로그의 심장은 배기량 2,488cc의 직렬 4기통 DOHC엔진으로 최고출력 168마력, 최대토크 23.4kgm의 힘을 발휘하며 이와 맞물린 미션은 무단변속기인 6단 CVT로 D레인지로 주행 시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에서 느껴지는 울컥이는 변속충격을 느낄 수 없다. 이러한 파워트레인 구성은 같은 혈통인 르노삼성의 QM5와도 닮아 있다.

스포츠 성향이 강한 모델을 시승할 때 가장 기대하며 중점을 두는 부분은 역시 성능 위주의 퍼포먼스지만, 로그와 같은 도심형 SUV라면 그런 부분을 기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악셀패달을 깊숙이 밟아주자 차의 장르나 머릿속에 입력된 수치와는 다르게 쌩쌩하게 달려 나가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아하게만 보였던 이 녀석이 왜 악동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으며, 비슷한 배기량의 국산SUV나 혼다CR-V와 비교해 몸으로 느끼는 체감 성능에선 좀 더 우위로 다가왔다.

이는 성능 위주의 세팅을 자랑하는 인피니티 모델들에서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닛산 엠블럼을 달고 있는 더 대중적인 모델이지만, 같은 가문답게 기본적인 주행의 특성만은 닮아 있는 것이다. 평범한 모델이라 해서 무조건 물렁하고 느긋하게만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스포티한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시속 60km정도의 정속 주행 중에도 오른발에 끝까지 힘을 주면 꾸준히 속도가 상승하여 시속160km정도를 넘어 설 때까지는 지치는 기색 없이 달려준다. 실제 수치상으론 스포츠세단과 같은 달리기 실력을 가진 모델이 절대 아니기에 대단한 성능이라고까지 치켜세울 수는 없지만, 앞서 언급했듯 차량의 성격과 배기량을 감안했을 때 느껴지는 감각에서 뛰어나다는 것이다. 스티어링 핸들에 달린 조작성 우수한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기어 단수를 오르내리며 달려 보면 한층 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하체가 갖고 있다. 차체 사이즈와 잘 어울릴법한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의 세팅으로 인해 시야가 높은 SUV지만 세단의 감각으로, 아니 세단 중에서도 무른 성격이 아닌 약간 하드한 쪽에 가까운 주행감각을 느끼게 해 준다. 따라서 이젠 너무 물렁한 것만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의 오너들에겐 평균적으로 딱 알맞은 정도의 단단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한 하체로 인해 코너에서의 회두성도 우수한 수준이며, 이는 더 큰 덩치의 SUV들과 비교해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SUV다운 4륜구동 시스템. 앞, 뒤 구동력을 상황에 맞게 알아서 분배해주는 풀타임 방식이며 오프로드가 아닌 온로드 지향의 도심형 SUV인 만큼 험로 주파를 위한 4륜구동 시스템이 아닌 포장도로에서 주행성능을 뒷받침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답력이 적당한 악셀페달 조작의 깊이에 따라 편안한 주행시엔 정숙함으로 감싸주지만, 풀악셀을 하며 신나게 달릴 땐 때맞춰 적당히 그르렁 거려주는 엔진음 또한 의외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이는 스포티함을 머금고 있는 주행느낌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경쟁모델들과 비교했을 때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그러다 멈춰선 후엔 아이들링 시의 소음과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어 가솔린 SUV의 장점이 느껴지는 순간.

위에 열거한 로그의 주행특성들로 인해, 최근 GT-R 이라는 모델로 포르쉐의 자존심을 건드릴 정도로 성능 부분에서만큼은 자신있어하는 닛산이 대중적인 모델에서는 어떤 성격의 차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로그의 안정장비로는 운전석, 조수석 차량 탑승 감지형 어드밴스 에어백, 사이드, 커튼 에어백과 함께 자세 제어장치인 VDC, TCS, ABS, BAS 등이 장착되어 있어 안전에 대한 장비가 부족함 없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여타 수입차 모델들과 같은 맥락이다. 아직까지 한국형 수입차들의 라인업과 옵션 선택이 다양하지 않고 풀 옵션 위주인 것은 단점일 수 있지만, 원하는 옵션을 추가하기 위해 원치 않는 그레이드를 선택해야 하는 머리 아프고 불만스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 차라리 마음 편하지 않을까. 그래서 돈이 좋다고들 하는것 같다.


에필로그
닛산 브랜드가 어떤 포부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한국에 진출했는지는 현시점에서 자세히 알아내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과연 좋은 결과를 얻어 낼지에 대한 궁금증은 이틀간 함께했던 로그에게 물어보니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힌트는 얻어 낼 수 있었다. 일단 현시점에선 동급인 CR-V와 차의 구성 자체만으론 전혀 꿀릴 것이 없어 대항마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닛산의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해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혈통이 비슷한 타 브랜드의 모델과 차량의 성격 내지는 상품성이 겹치지 않느냐는 것. 하지만 막상 닛산 엠블럼을 단 차량을 접해보니 그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어내도 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혈통이 닮았다 해서 결과물도 동일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낯설어도 보면 볼수록 질리지 않는 한국소비자들의 취향에 잘 맞을 것 같은 디자인, 차량의 구매력이 높아지는 젊은 층의 니즈에 부합할만한 평범하지 않은 주행느낌 등은 타 브랜드 모델과 차별화되는 로그만의 개성이며 장점이라 보여 진다. 따라서 앞으로 들어올 닛산의 다른 모델들도 이런 장점들을 무기로 내세워 시장을 공략할 것이 분명하며, 그렇다면 경쟁자들을 위협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내년엔 브랜드 이미지 리더인 괴물 GT-R 과 패션카 큐브 등도 선보일 계획이라니 닛산의 차후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del}






닛산 로그 주요제원
길이 x 너비 x 높이 4,660 x 1,800 x 1,680mm
휠베이스 2,690mm
트레드 앞 1540, 뒤 1550mm
승차정원 5명
공차중량 1,610kg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배기량 2,488cc
최고출력 168마력/6,000rpm
최대토크 23.4kg.m/4,400rpm
연료탱크 용량 60리터
변속기 CVT 6단
구동방식 4WD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스트럿/멀티링크
타이어 앞,뒤 P235/65R18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V디스크
연비 10.7k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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