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승기

거침없는 Z 바이러스 - 닛산 370Z

한국 시장 진출 후 무라노, 로그, 알티마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차례로 선보여 왔던 닛산에서 제대로 된 스포츠카인 370Z를 선보였다. 올해로 출시 40주년을 맞은 Z시리즈의 6세대 모델인 370Z는 전작인 350Z에 비해 모든 부분에서 충실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으며, 같은 계열인 인피니티의 G시리즈와 차별화된 정통 스포츠카로서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2009년은 정말이지 신차 출시의 홍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국산차와 수입차를 불문하고 수많은 신차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럴수록 허리가 휘는 기자이지만, 올 한 해 동안 출시될 수많은 모델 중에서 나름의 순위를 정해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는데, 이번에 만난 370Z가 바로 그 중 하나.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지만 낮고 빠르고 단단한 녀석들을 가장 좋아하는 기자의 성향과 욕구를 왠지 370Z라면 흡족하게 채워줄 것만 같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370Z를 기다리던 와중에 본의 아니게(?) 괴물 같은 고성능을 자랑하는 몇몇 녀석들을 시승하기도 했는데, 그런 괴물들이야 워낙 고가라서 가격 대비 당연히 그 정도 실력은 되어줘야 하고, 그래서인지 막상 시승할 땐 흡족했지만 이후엔 오히려 별다른 감흥 없이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하지만 370Z를 시승하고 난 후엔 여운이 많이 남았다. 하드한 감각을 바탕으로 고출력 후륜구동의 짜릿한 주행감성을 선사해준 이 샛노란 스포츠카는 예상했던 대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으로 최상의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정식 수입되진 않았지만 그레이마켓을 통해 판매되어 도로에서 가끔 마주칠 수 있는 전작인 350Z에 비해 전장은 짧아졌고 전폭은 늘어났으며 전고는 낮아졌다. 따라서 기존보다 낮고 와이드해진 차체로 인해 정통 스포츠카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독창적인 라인과 디테일들이 가미되어 370Z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완성한 모습이 돋보이고, Z의 시초였던 초기 페어레이디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분도 가미되어 역사와 전통이 함께 스며들어 있다.

실물과 사진이 꽤나 차이나는 모델이 가끔 있는데, 370Z도 그러한 축에 속하는 것 같다. 각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 하지만 실물을 마주대하면 낮고 와이드한 차체로 인해 시종일관 자세가 나오고 나름의 포스를 뿜어낸다. 보면 볼수록 싫증나지 않고 새로움이 느껴지는 타입이기 때문에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에 속한다.

부메랑처럼 날카롭게 꺾인 제논 헤드램프와 LED 리어램프는 전, 후면의 라인과 맞물려 개성 있는 마스크를 연출하고, 전면에선 본닛과 펜더가 살짝 솟아오른 근육질의 느낌으로 시작해 A필러 부근에서 리어까지는 루프라인을 바탕으로 GT-R과 같은 직선의 느낌이 살아나다가 리어는 넓게 쫙 퍼져서 완전 와이드한 엉덩이를 뽐낸다. 여기서 라인은 다르지만 911의 엉덩이가 잠깐 떠오르기도 한다. 도어손잡이는 세로 형태로 370Z만의 스포티한 모습, 리어스포일러는 적당한 넓이와 높이로 차체 라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다운포스를 증대시킨다.

외관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휠하우스 대비 살짝 작아 보이는 18인치 휠/타이어. 해외사양에 있는 19인치를 선택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진 못했지만, 외관의 멋과 성능 모두를 고려해 19인치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제대로 낮은 포지션의 단단한 버킷타입 시트에 앉아 실내를 둘러보면, 닛산의 다른 모델들과 비슷한 느낌도 있으면서 370Z의 성격에 맞게 각 부분의 디테일이 한껏 스포티하고 개성 있게 디자인된 모습이다. 카이맨, Z4, SLK처럼 완전한 2인승 형태이며 시트 뒤에 약간의 수납공간이 존재한다.

Z로고가 큼직하게 박힌 스티어링휠은 작지만 그리 두툼하진 않고 손에 감기는 맛은 뛰어난 편이며, 뒤쪽에 달린 패들시프트는 인피니티 G의 것과 동일한 타입. 계기판은 타코미터가 가운데 위치한 3개의 원으로 전형적인 스포츠카의 모습이지만, 좌측 원 안에는 정보창과 위 아래로 막대 램프 형식의 주유게이지, 수온계가 위치해 있어 디지털과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동시에 느껴진다.

대쉬보드 중앙에도 3개의 실린더 타입 원으로 계기가 표시되어 스포츠카의 느낌을 한껏 살리고 있으며, 센터페시아 상단부는 수납공간, 하단에 오디오와 공조장치 조작버튼, 다이얼들이 일체형으로 위치해 있다. 상단 수납부는 에프터마켓 매립형 네비게이션을 장착하는 공간으로 알맞을 것 같다. 기어변속레버 또한 자그맣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아래 메탈 테두리 좌측에 비상등 조작버튼이 위치한 것은 적응되기 전엔 약간 불편한 요소. 컵홀더는 1개, 수납공간은 2인승 스포츠카로서 더 이상은 무리인 것 같지만, 리어해치를 열면 꽤나 넓은 트렁크 공간이 나타난다. 이 공간과 시트 뒤편 사이엔 두터운 스트럿바가 가로지르고 있어 단단한 강성을 확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전반적인 실내 재질은 무난한 수준으로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와 비교하면 급의 차이가 느껴지긴 하지만, 시트와 도어패널에 스웨이드 재질을 가미한다던지 센터페시아 부근에 바늘땀을 넣어 최대한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분위기를 나타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보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오디오 시스템은 실제로 만족할만한 사운드를 내뿜어 신나는 주행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370Z에겐 겉으로 보이는 실내외 디자인이나 장비들보다 중요한 것이 주행성능이라는 것을 모두 아시리라. 일단 국내에선 인피니티 G시리즈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VQ엔진의 최신 버전과 7단 자동변속기가 동일하게 장착되고, 스티어링과 하체 등의 전반적인 감각은 정통 스포츠카답게 G시리즈보다 한 차원 더 하드하게 세팅되어 있다.

배기량 3.7리터로 최고출력 333마력(7000rpm), 최대토크 37.0kg.m(5200rpm)의 출력을 발휘하며, 같은 출력의 G37쿠페 대비 150kg가량 가벼운 차체로 보다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는 가속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뛰어난 가속력을 일컬어 흔히들 \'몸이 시트에 파묻힌다\' 라고 표현을 하는데, 실제로 시트에 몸이 파묻히는 느낌을 제대로 받으려면 0-100km/h 가속성능이 대략 6초를 넘지 말아야 한다. 370Z는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뻗어나가면 이러한 느낌을 확실히 받게 되며, 기대 이상이었던 부분은 그대로 200km/h까지 전혀 거침없다는 것이다. 초, 중속을 지나 고속으로 내달리는 맛이 박스터S나 카이맨S와 비교해도 체감상 크게 다르지 않아 흠칫 놀랐다. 다만 고속 안정성에선 이쪽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여하튼, 거침없기도 하지만 인피니티 G와 비교하면 더 거칠다고도 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과 가속/브레이크 페달 등의 감각도 확연히 무거우면서 날카롭고, 7단 자동변속기의 반응도 G보다 약간 빠르다. 7단 이전의 5단과 비슷한 반응이라고 할까... 물론 그 차이는 미세하다는 것을 알아두자. G에 있는 S모드가 370Z에 없는 이유는 언제나 G의 S모드 정도로 달리기 때문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전체적인 반응이 더 빠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수동모드를 사용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고회전 지향 엔진의 회전수를 이끌어내면서 직설적인 변속감을 즐기며 눈앞에 펼쳐진 도로상황에 맞게 원하는 만큼 치고나갈 수 있다.


고출력과 하드한 감각을 바탕으로 한 코너링 성능 또한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준다. 이쪽에선 박스터/카이맨보다는 Z4와 닮았다고 할 수 있는데, 속도를 높여 코너를 돌아나갈 때 예상보다 뉴트럴한 반응이 의외였으나, 후륜구동 특유의 오버스티어로 인해 고출력을 도로에 전달하는 리어 타이어가 살짝 살짝 미끄러지면서 재미난 주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예상했던 대로. VDC의 개입은 운전재미를 해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Z의 성격에 알맞은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G가 매끄럽고 진중하게 돌아나간다면 Z는 보다 직설적으로 타이트하게 돌아나가는 감각인데, 외관상의 미적인 요소나 고속주행의 접지력에서도 그렇지만, 코너에서도 리어를 보다 안정적으로 컨트롤하기 위해선 18인치보다는 19인치 휠/타이어가 매칭 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여기서도 그 차이가 크진 않겠지만, 어차피 하드한 감각을 바탕으로 하는 370Z이기 때문에 더 높은 한계를 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엔진/배기 사운드는 G37보다 직설적으로 들려와 오른발을 자극해댄다.

결론적으로 370Z의 성능은 뛰어난 출력을 바탕으로 시원한 가속감과 짜릿한 후륜구동의 운전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으면서, 속도만 빠른 값싼 스포츠카의 느낌이 아니라 오랜 시간 숙성되고 다듬어진 기술력에 의한 나름의 흡족한 주행감성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이자 매력이다. 꽉 짜여진 하드한 감각을 기반으로, 타면 탈수록 내 몸에 맞게 적응되어 이후엔 어지간한 빠른 주행도 편하게 느껴진다는 것 또한 독일 국적의 잘 달리는 녀석들에게서 흔히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에필로그
\'포르쉐는 벅찬 상대를 만났다\' 라는 강렬한 문구를 내세우며 등장한 370Z의 자신감이 과연 무모한 것일까, 아니면 그럴만한가 라는 질문을 기자에게 물어온다면, 그럴만하지만 포르쉐와의 직접 비교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넓게 보면 굳이 포르쉐가 아니더라도 독일차들의 \'주행감성\' 과 꽤나 닮아있으면서, 그것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Z만의 감성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포르쉐와 비교해 매몰차게 평가하면 듀얼클러치인 PDK장착 이전의 박스터나 카이맨에겐 정말 벅찬 상대일수도 있었겠지만, PDK 이후라면 370Z가 아쉬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격차이를 감안하면 비슷한 성능으로 나름의 주행감성을 갖춘 370Z가 다시 기특해지기도 한다. G37과는 성격이 꽤나 다르기 때문에 차를 아는 오너일수록 둘을 놓고 고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결국 기대가 컷던 370Z는 역시 기대한 만큼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시승 후 기자의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거침없이 내달린 370Z는 그렇게 여운을 가득 남긴 채 멀어져 갔다.
{del}
[메가오토] 닛산 370Z 프리미엄 갤러리
[메가오토] 닛산 370Z 프레스 갤러리
[메가오토] 닛산 370Z 신차발표회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매거진

2025-04-28 기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