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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내 눈에 캔디 ~ 기아 포르테 쿱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을 총괄한 이래 ‘직선의 단순화’ 라는 컨셉으로 점차 패밀리룩을 완성해나가고 있는 기아자동차에서 포르테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쿠페 모델인 포르테 쿱(KOUP)은, 국산차로선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등장했던 쏘울 이후 다시 한 번 기아차 디자인의 성격을 잘 표현한 모델이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바야흐로 대세는 쿠페다. 메이커마다 멋들어진 쿠페모델 하나쯤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하며, 평범한 세단들도 저마다 쿠페형 디자인을 표방하면서 C필러를 미끈하게 눕히고 있는데다가 투박한 맛을 점차 잃어가는 SUV들까지 이러한 디자인 추세를 따르고 있는 상황.

폭스바겐 CC, BMW X6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벤츠 CLS는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쿠페형 디자인의 4도어 세단이 아니라 말 그대로 4도어 쿠페이기 때문에 기자의 시각에선 그냥 쿠페로 본다. 라인만 비슷하다 해서 와이드하고 낮은 제대로 된 쿠페의 존재감과 시트포지션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CLS는 완전한 쿠페 그대로에 도어만 4개일 뿐이다.

여하튼 쿠페라 하면 매끈하게 빠지는 디자인을 위해 실용성은 포기해야 하는 게 정설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디자인과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기 시작한 메이커들은 쿠페 이외의 장르에도 쿠페형 디자인을 신나게 적용하고 있다. 이는 에어로다이나믹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날로 미끈해지는 디자인 추세와도 맞물리는 부분.

때문에 날이 갈수록 도로에서 마주치는 차량들을 바라보는 눈이 즐거워질 수밖에 없다. 사람으로 치면 늘씬한 S라인 미녀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이를 반기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나. 실제 우리 사회도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접어들면서, 특히 여성들의 경우 다이어트 열풍이 몰아치고 S라인, V라인, 꿀벅지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며 저마다 기를 쓰고 몸매 관리에 열중하고 있는 현실.

기아차도 S라인 미녀들을 보면서 쿠페의 필요성을 인식했는지, 젊은 층에게 인기 많은 포르테를 기초로 쿠페 컨셉카를 선보인 이후 그 모습 거의 그대로 양산형 모델을 출시했다. 아직까지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수입차로 착각할 만큼 쏘울 이후 다시 한 번 디자인이 크게 부각되는 포르테 쿱을 만나보자.


외관은 포르테의 쿠페버전이라 보면 되겠다. 언뜻 떠오르는 것이 아우디 A4와 A5 정도의 차이랄까, 확연히 다른 느낌 없이 전체적인 인상은 거의 닮았는데 쿠페의 멋스러움이 은근히 풍겨져 나온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실제 수치도 미세하지만 세단인 포르테보다 전장과 전폭은 늘어나고 전고는 낮아졌기 때문에 깔끔하고 당당한 뒤태와 맞물려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기왕 쿠페라면 C필러쪽 라인을 좀 더 과감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는데, 직선적인 느낌이 강한 포르테 쿱인지라 어색하진 않다. 꽤나 유용한 뒷좌석 탑승 공간에 일조하는 부분도 있으니 적당한 라인으로 타협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듯. 그러고 보면 포르테 쿱은 납작하고 미끈한 정통 쿠페들보단 BMW 1시리즈 쿠페처럼 오동통한 몸매를 갖고 있어 변종이라 할 수 있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레이색상 시승차의 디테일을 살펴보니 세단과 다르게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 주변, 사이드미러, 도어손잡이, 루프 안테나, 그리고 휠의 일부까지 매끈한 블랙으로 도색되어 있는데, 범퍼의 형상이나 리어 디퓨져 등과 맞물려 살짝 튜닝된 분위기를 풍겨내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은 과거 국산차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젊은 층을 겨냥한 스포티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기왕이면 더 과감한 디테일을 사용한 고성능 버전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희망사항도 생긴다.

값비싼 쿠페처럼 프레임 없는 도어를 여닫을 때 윈도우가 알아서 살짝 내려가고 올라가주는 기능은 없으나, 도어가 완전히 닫히는 순간 전체적으로 약간 위로 업 되는 절묘한 각도를 주어 이 부분을 커버함으로서 밀폐성을 높이고 있다. 세심한 처리가 돋보이는 부분.


풀 옵션 사양의 실내는 국산 준중형급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정도. 대쉬보드나 도어트림에 붉은색 투톤을 가미해 화려함을 주고, 스티어링휠과 시트에도 같은 색상의 바늘땀을 넣어 스포티한 느낌을 부여했다. 계기판과 버튼류, 그리고 쏘울에서 보았던 라이팅 스피커의 조명도 붉은색으로 빛나 전체적인 통일감이 상당하다.

그밖에 센터페시아, 기어변속레버 주변부, 스티어링휠 중앙부, 실내 도어 손잡이 등은 메탈 느낌과 피아노 블랙 재질을 적절하게 섞어 스포티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실내에선 곡선의 느낌이 더 많아서 외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적지만, 이 정도면 스포티한 쿠페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겠다.

음성 인식 DMB 네비게이션, 하이패스 포함 ECM 룸미러, 버튼 시동장치, iPod-USB 단자,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 모드 전환되는 라이팅 스피커 등,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준중형급에선 탐할 수 없었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장비들이 이젠 당연하다는 듯 다양하게 탑재된 모습을 보면 세월의 변화와 함께 국산차의 상품성 높이기 전략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3링 형태의 계기판은 스포티하긴 한데, 수온계가 트립컴퓨터 안으로 들어가서인지 우측에 혼자 너무 크게 보이는 주유게이지가 조금 어색하다. 차라리 수온계와 함께 배치되던지, 에코드라이빙 점멸과 기어모드 표시를 더 크게 나타내서 전체적인 배치를 적절하게 했다면 더 자연스러워 보일 것 같다. 뒷좌석은 차체 크기 대비 놀라울 정도로 실용적인 탑승 공간을 자랑하다.


아무래도 쿠페이니만큼 부족함 없는 성능을 위해 1.6보단 2.0을 원했던 기자의 희망과 맞물려 시승차는 최고출력 158마력(6200rpm), 최대토크 20.2kg.m(4300rpm)를 발휘하는 세타ll 엔진과, 너무나도 익숙한 4단 자동변속기가 매칭 된 상위 트림. 이러한 파워트레인은 신형 이전의 쏘나타와 로체 등의 중형급에 일반화된 조합이기 때문에 보다 가벼운 포르테 쿱에서는 한층 경쾌한 주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대면 일반적인 1.6리터 가솔린 엔진의 준중형급이나 덩치 큰 2.0리터 중형급 대비 확실히 시원하게 뻗어나가는데, 주목할 부분은 엔진음을 적당히 전달한다는 것이다. 국산 가솔린 모델의 방음대책이야 흠잡을 곳 없는 수준이라 정지 상태에선 조용함 그 자체이지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의 엔진음이 꽤나 직설적으로 들려온다는 점에선 쿠페라는 성격과 잘 어울리는 세팅을 해놨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듣기 좋은 엔진 사운드인지는 오너의 판단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여하튼, 시원스레 뻗어나가면서 그리 특별할 것 없고 부족함 없는 무난한 가속을 보여준다. 국산 준중형 가솔린 모델을 구입하는 오너들은, 특히 남성 오너라면 한번 쯤 2.0모델의 유혹을 받다가 이런 저런 계산에 의해 그냥 1.6모델을 선택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국내에선 첫차나 소가족의 패밀리카로 가장 많이 선택되어지는 것이 준중형급이기 때문.

그렇게 1.6을 선택하고 나선 출력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2.0은 엄청 잘 달릴 것이라는 환상도 갖게 될 수 있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2.0리터 세타ll 엔진의 포르테 쿱은 배기량만큼의 값어치를 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4단 자동변속기가 살짝 아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전체적으론 무난한 가운데 꽤나 경쾌한 가속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 이상의 욕심보다는 만족하게 되는 편이라 할 수 있다. 공인연비는 불과 몇 년 전의 1.6리터가 나타내던 수치를 2.0리터 배기량으로 넘어선 수준이다.


쿱의 하체는 꽤나 단단해서 i30 내지는 라세티 프리미어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 역시 쿠페의 성격을 감안한 세팅이라는 점에선 높이 평가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론 소프트 지향이지만 노면의 요철이 와 닿는 느낌은 어느 정도 직설적이며, 출렁대는 중형급 세단 대비 보다 안정적이고 활발한 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정도로 꽤나 세련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고속으로 넘어가도 직진 안전성에선 수준급이라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

하지만 기왕 일반적인 소프트함을 버리고 쿠페의 성격을 나타내려 했다면, 욕심 같아선 조금만 더 단단하게 잡아주는 하체인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아쉬움은 i30와 라세티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어차피 마냥 물렁한 하체만 원하는 소비자를 벗어나 젊은 층을 타깃으로 잡았다면 좀 더 과감해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물론 엔진과 하체의 조화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도로 조율되어 있고, 1.6리터 모델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결국 기자 입장에서의 욕심일 뿐이지, 실제 오너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 정도의 세팅이 가장 무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욕심을 떠나서 정작 아쉬웠던 부분은 녀석이 신고 있는 신발이었다. 215/45R17 사이즈는 준중형급에선 보기 드문 수치이긴 하지만, 금호 SOLUS KH16 이라는 기본형 타이어로서 일반적인 준중형급의 출고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제품인데, 일상 주행에선 무난할지 모르나 2.0리터 배기량으로 꽤나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한 포르테 쿱에겐 아쉬운 접지력을 제공한다.

속도를 높이지 않더라도 급브레이킹을 시도하면 타이어가 먼저 끌리는 현상이 쉽게 발생하거나, 코너에서도 타이어의 비명소리가 실제 상황보다 먼저 들려오기 때문에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다. 따라서 기본형 타이어를 교체할 시기가 되었을 땐 같은 제품 보다는 품질이 더 좋은 상위 등급을 선택하길 권한다. 타이어 하나로 인해 주행 감각이나 안전성이 확연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대부분의 오너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다른 부분의 유지비를 아끼더라도 타이어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에필로그
현 시점의 기아차 라인업에서 유일한 쿠페로 자리매김한 포르테 쿱은 디자인의 힘이 상품성을 높이는데 있어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를 여지없이 깨닫게 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성능과 화려한 장비들로 부족함 없는 구성을 갖추고 있어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는 것 또한 날이 갈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국산차의 현 주소를 잘 나타내고 있다.

반면에, 흠잡을 곳은 없어도 뚜렷하게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디자인을 제외하면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 국산차가 해결해야할 과제 중의 하나다. 특히 스포티함을 내세우는 모델이라면 인상적인 성능도 함께 갖춰나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 부분에 있어선 제네시스 쿠페에 탑재되는 2.0 터보엔진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러한 과제만 잘 풀어나간다면 지금의 상품성은 더욱 극대화 될 것이고, 골프나 미니처럼 세계적인 아이콘이 될 수 있는 모델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아 다가올 것이다. 여하튼, \'디자인의 기아\' 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멋진 자태로 도로를 누비는 포르테 쿱은 마주칠 때마다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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