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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완벽한 업그레이드 - 볼보 S80 D5

안전의 대명사 볼보자동차의 기함, S80 라인업에서 가장 인기 좋은 D5 모델이 신형으로 거듭났다. 기존에도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수입차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아왔는데, 2010년형으로 거듭나며 기대 이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보다 매력적인 S80 D5를 만나보자.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국내에선 독일 프리미엄 3사와 일본 메이커들의 그늘에 가려 인지도가 낮았던 볼보자동차. 하지만 특유의 안전성을 바탕으로 실내외 디자인과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키며 소리 없이 진화를 거듭해온 결과, 과거 투박했던 이미지는 사라지고 최신의 트렌드를 볼보만의 성격으로 승화시키며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이는 같은 스웨덴 메이커인 사브와 비교되는 부분. 사브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지만, 볼보는 날이 갈수록 세를 확장하고 있으며, 기함인 S80에서 D5 모델은 수입차 판매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디젤 세단 중에서는 최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고 내공이 깊은 모델들을 만들어왔던 볼보의 기함인 S80은 타 메이커의 대형 급 기함들처럼 거대하진 않지만 중형급의 차체 안에 볼보의 기술력을 모두 담아 높은 상품성을 갖추고 있기에, 예로부터 국내 소비자들 중에서도 마니아층 오너들에게 선택받는 경우가 많았다. 메이커만 보고 구입하는 겉모습 중시형 내지는 과시형 소비자가 아닌, 차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차량 자체를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하는 합리적인 사고의 자기만족형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배우나 탤런트와 비교하자면, 화려한 슈퍼스타인 주연급 배우와 다르게 눈에 확 띄진 않지만 뛰어난 내공으로 수준 높은 연기를 펼치며 은근히 매력을 발산하는 조연급 연기자와 비슷하다고 할까. 그러다보면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할 기회도 분명 잡을 수 있는 법. 그렇듯 볼보의 모델들은 충분한 실력과 상품성을 갖춘 채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으며, 차를 아는 소비자들 위주로 날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새로워진 S80 D5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현 세대의 S80에게서는 과거 네모로 각진 투박한 볼보차의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직선과 곡선의 적당한 조화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라인이 부드러우면서 강인하게 맞물려, 말끔하고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풍겨내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딱 봐서 눈에 확 띄진 않아도, 쉽게 질리지 않으면서 유행에 민감하지 않지만 뒤쳐지지도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무난한 것도 아니라, 다른 차들과 비슷하다는 논란 따위 일어날 걱정 필요 없는 볼보만의 디자인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기존 모델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얼핏 봐선 눈치 채기 힘들다. 이와 같은 부분 변경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신형이 출시되어도 구형의 오너가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일반적으로서, 기본적인 모습은 유지한 채 약간의 디테일 변화만을 추구하고 있다. 전면 라디에이터그릴 가운데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아이언마크가 더 커진 것은 최근 출시되는 볼보 신형 모델들의 공통점. 후방에선 높아진 성능을 표현하는 듯 작은 사이즈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는 듀얼 머플러가 변화된 부분인데, 기자의 시각에선 도려낸 범퍼의 모양에 맞게 일체형으로 다듬었다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신차발표회에서 보았던 은색 차체는 깔끔한 이미지였지만, 시승차로 주어진 검은색 차체는 중후한 멋이 풍겨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러면서 전면, 후면과 도어 하단, 윈도우 프레임을 등을 따라 얇고 적당하게 사용된 크롬 라인들이 보이는데, 크롬은 이정도만 사용하라는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번쩍이는 치장이 너무 과한 몇몇 차종이 떠오르면서 S80의 절제된 세련미가 더욱 돋보이는 부분.

볼보 특유의 강인한 숄더라인은 차를 튼튼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실제로 측면 충돌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와 연계된 디자인. 헤드램프부터 뻗어 나온 이 라인은 후면으로 이어지면서 우아하게 누운 C필러를 따라 트렁크리드까지 흘러내려온 라인과 어우러진다. 리어램프의 디자인은 이 두 개의 라인과 맞물려 굴곡진 형태로서, 야간에 아주 멀리서도 단번에 S80임을 알아챌 수 있는 빛을 보여준다.


실내 분위기는 모던하고 심플하며 정돈된 모습으로 외관 디자인과 통일감이 상당하다. 검은색 인테리어의 시승차는 짙은 색상의 우드그레인과 일부에 사용된 메탈 소재가 적당히 어우러져서 착좌감 좋은 시트에 앉아 둘러보면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느낌.

볼보 특유의 센터스틱으로 다른 차의 센터페시아와 사뭇 다른 느낌을 나타내는 것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데, 버튼들의 크기는 작지만 금세 익숙해지고 조작성이 우수한 편. 공조장치 부분 사람 모양 형태의 풍향 조작 버튼은 볼보의 대표적인 디자인으로서, 최근엔 국산 중형차가 이것을 과감하게 모방하기도 했다.

우드로 감싸진 스티어링휠은 안쪽 면이 가죽이라 미끄럽지 않고 적당히 두툼해서 손에 잘 감기지만, 손에 땀이 많은 사람을 위해서는 9시와 3시 부분만큼은 모두 가죽으로 처리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계기판은 깔끔하기 그지없는 모습, 두 개의 원 안에 모든 정보가 표시되기 때문에 특히 야간 운전에서 시인성이 뛰어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세심한 부분까지 안전을 우선시해서 만들어내는 볼보의 성격을 드러내는 단면. 시동버튼을 누르면 솟아올라오는 대시보드 중앙의 모니터 화면은 터치스크린과 리모컨 모두 작동 가능하며, 시승차엔 없었지만 판매 모델에는 후방카메라도 지원된다고 한다.

신형에서 또 하나 추가된 부분은 야간에 하얀 빛을 내는 도어스텝이 뒷좌석까지 적용된 모습. 넉넉한 뒷자리와 트렁크 공간은 흠 잡을 곳이 없다. 사이드미러에 장착된 카메라로 사각지대를 감지하는 BLIS는 가끔 혼자서 깜박거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은 필요할 것 같다. 차선 이탈 감지장치는 감도가 우수하고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을 때 경고음으로 알려주며 온/오프가 가능하다. 한국의 운전자들은 고속도로가 아닌 이상 꺼놓고 주행한다에 백만스물일곱표 걸겠다. 뒷좌석 열선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겨울철 뒷좌석 탑승자들의 칭찬이 자자할 것이다.


이제 성능으로 넘어가보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변화가 적지만, 신형 D5 엔진으로 출력이 상승한 결과 매서운 주행실력을 보여주는 S80 D5에게 흠칫 놀란 이번 시승을 통해 내공이 늘어가는 볼보의 실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2.4리터 배기량의 직렬 5기통 디젤엔진은 크기가 다른 트윈터보가 작동하며 출력과 토크가 상승했고, 낮은 회전수부터 넓은 구간에 걸쳐 최대토크가 터지기 때문에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가장 최근에 만났던 D5엔진은 XC60을 통해서였는데, 그보다 진일보한 S80의 신형 엔진은 성능과 연비, 소음과 진동 등에서 모두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다.

마력/토크 모두 향상되어 최고출력 205마력(4000rpm), 최대토크 43.0kgm(1500~3200rpm)의 파워를 바탕으로 6단 자동변속기의 배분을 거쳐 시원스런 가속을 이끌어낸다. 구형 엔진 대비 상승한 수치보다 체감 상으론 더 빠르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뻗어나가면서 속도가 붙는 순간엔 얼핏 대배기량 고출력 스포츠세단과 비슷한 맛도 느낄 수 있다.

그대로 고속까지 밀어붙이면 배기량과 덩치를 감안했을 때 200km/h 부근에서 더 이상의 가속은 힘에 겨워야 하는데, 끈질기게 속도가 상승하면서 230km/h까지 무난하게 달려준다. 결국 신형 엔진으로 인해 실용 영역 뿐 아니라 고속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자랑한다.


전륜구동으로 높은 주행 완성도를 보여주는 볼보의 모델들, S80 D5도 적당히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차의 성격에 알맞은 세팅을 추구하고 있다. 하체 특성은 독일 차들과는 분명 다르고 푸조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뭔가 다르다. 쉽게 풀어보자면 BMW는 하드함 속에 소프트함이 숨어있고, 푸조는 소프트함 속에 하드함이 살아있는데, 볼보는 때론 푸조보다 소프트하고 때론 BMW 비슷하게 하드한 감각이 느껴지기도 하는 묘한 세팅이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면 S80의 성격상 소프트함이 살아있어 차체의 기울어짐은 느껴져도 원하는 라인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때론 무리한 진입속도로 들어가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고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이 빠르게 이루어지며 손쉽게 제어가 가능하다. 다만 엔진이 업그레이드된 만큼 높아진 출력 덕분에 기존보다는 엔진이 하체를 이기고 있기 때문에, 연비보다 성능을 중요시하는 오너라면 구입 후 18인치 휠에 광폭 타이어 정도를 매칭해주는 것도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겠다. 스티어링휠의 무게는 메뉴로 들어가 단계별로 세팅이 가능한데, 그에 따른 가볍고 무겁고의 차이는 바로 느낄 수 있으며 평균적으론 약간 묵직한 감각이 기본이다.

디젤 모델에서 중요한 진동과 소음 또한 신형으로 오면서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준다. 기함인 S80에게 기대한 만큼의 정숙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주행 중에는 거칠게 달려도 기분 좋게 낮은 톤의 엔진음이 들려오면서 아주 부드럽고, 정차 시에도 소음과 진동이 꽤나 억제되어 있다. 차량 밖에서 들리는 디젤 특유의 엔진음을 들어보면 실내에서의 방음 대책에 꽤나 신경 쓴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신형 엔진으로 변하면서 향상된 출력을 감안하면 연비가 조금 나빠져도 흠이라 할 수 없겠는데, 오히려 소폭 상승했으며 실연비도 꽤나 우수해서 자꾸만 목적지를 더 멀리 선택하고 싶어지는 충동이 일어난다. 비싼 차 타는 사람은 기름 값 상관 안한다?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 심리라는 것이, 오히려 작은 돈에 더 민감할 수 있는 법. 더군다나 기자가 시승하는 차량은 내 돈으로 주유한 것도 아니고 다 써버려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연비가 좋으면 심리적으로 괜히 흐뭇해지곤 한다.


에필로그
안전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볼보자동차의 기함, 그 중 한국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려온 S80 D5는 신형 엔진으로 인해 성능과 효율성 모두에서 뚜렷한 업그레이드를 이루어 냈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살짝 내려갔기 때문에 흠잡을 곳 없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기자 개인적으론 기대하지 않았던 성능을 보여준 S80 D5가 기존에 비해 새삼 달라 보이기도 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메이커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언젠가부터 디젤 모델의 비중을 서서히 늘려나가기 시작해서, 이제는 아예 차종에 따라 가솔린 모델을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디젤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많아졌으며, 신차 출시 때도 디젤 모델을 먼저 선보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는 이젠 한국시장의 소비자들도 수입차라 하면 무조건 가격이 높고 과시하기 위한 용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효율성을 따지며 보다 다양한 모델들을 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엔 비싼 수입차 타면서 시끄러운 디젤차를 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지만, 유럽의 수준 높은 디젤엔진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인식도 많이 변했으며, 정숙성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는 부분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적당히 충족시키고 있다. 이번에 만나본 S80 D5처럼, 합리적인 가격의 수준 높은 디젤 모델이 인기를 구가하는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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