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승기

타고난 유전자 그대로 - 렉서스 IS250C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렉서스 IS250에 컨버터블 버전이 추가되었다. (이하 IS250C) 다양한 신모델의 출시가 부진했던 렉서스에게 있어선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 적당한 성능과 특유의 쾌적성, 정숙성, 고급스러움 등을 간직한 IS 세단의 장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면서 하드탑 컨버터블로 거듭난 IS250C를 만나보도록 하자.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국내 시판되는 수입차를 통털어 중고 가격의 감가상각이 적은 차종 순위에서 IS250이 1위에 꼽혔다는 뉴스를 접했다. 사실 요모조모 따지고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적당한 성능에 괜찮은 연비, 고장 적고 A/S좋고,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세련된 디자인과 풍부한 장비 등으로 실제 오너들의 만족도가 높으며, 경쟁 모델들 대비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더 잘 들어맞는다는 것도 부정하기 힘들다.

준중형급 크기지만 주행 감각과 실내 분위기는 고급 대형 세단의 그것과도 비슷하기 때문에, 국산차엔 그런 모델이 없는 이유로 IS가 시장에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으며, 브랜드 밸류가 앞서는 동급의 독일차들도 있으나 IS와 비슷한 가격으론 배기량이 낮고 출력이 부족한 모델밖에 선택할 수 없다는 이유도 한 몫 거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인피니티 G세단처럼 비슷한 가격대에 고성능을 발휘하는 경쟁자도 포진하게 되었다. 여하튼, 그것은 어디까지나 세단의 이야기이고, IS250C는 컨버터블인지라 성격과 여건이 다르다.

올해 출시된 다양한 컨버터블들은 모두 봄이나 여름에 시승을 진행했는데, IS250C의 시승은 가장 뒤로 미뤄서 스케줄을 잡았다. 이유인즉, 컨버터블이라 하면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보단 선선한 가을에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것이 더 적합하기도 하고, 하드탑인데다 안락하고 정숙한 렉서스의 DNA를 갖고 있다면 추운 겨울 등 계절과 상관없이 세단과 다를 바 없는 외부와의 단절감과 쾌적함을 보여주리라 예상했기 때문. 결과적으로 그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오픈했을 때 진정 멋진 컨버터블이라는 장르의 모델들은, 탑을 닫고 나면 왠지 모르게 어색한 루프라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붕이 두 세 겹으로 겹치며 트렁크 안으로 쏙 들어가 자취를 감춰야만 하니, 쿠페와 같은 유려한 라인까지 갖추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모델들은 3피스 하드탑을 적용하며 그러한 디자인적 단점까지 극복을 해내고 있는 추세다. IS250C 또한 탑을 닫았을 때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날카롭고 세련된 IS의 디자인을 컨버터블에서도 잘 표현해냈기 때문에 탑을 닫고 있으면 그냥 쿠페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전면은 안개등 주변의 범퍼 형상만 제외하면 IS세단의 얼굴과 동일한 인상이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측면을 지나 후면부에선 마름모꼴 리어램프, 살짝 올라가는 트렁크리드, 글래스 안테나를 대신해 꼽혀 있는 안테나 등으로 세단과 다른 차별화가 농후하다. 기자 개인적으론 얄쌍한 세단의 것과 달리 너무 커 보이는 리어램프가 거슬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흠잡을 곳 없는 미려한 라인과 세련된 조화가 돋보인다. 오픈하면 뒤쪽의 롤오버 바가 튀어나와 있는데, 높이가 적당해서 거슬리진 않는다. 굵직한 5스포크 18인치 휠은 스포티함을 배가시켜주는 요소.

완전히 정지하고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작동하는 3피스 하드 탑 루프에서 특이한 것은, 대게 조작을 멈추면 움직이다가 얼음 땡~ 하며 그대로 멈춰있는 타 모델의 것과 달리 버튼에서 손을 떼도 진행 방향으로 아주 천천히 스르르 움직인다는 것. 루프의 작동 퍼포먼스는 꽤나 복잡해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작동 속도까지 여느 모델보다 빠른 편이라 만족도가 높다.


실내로 들어서 착좌감 적당한 시트에 앉으면 IS세단에 앉아있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받게 된다. 차의 급에 비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질감과 분위기는 언제 봐도 흡족해지는 부분으로 상위 모델들이 부럽지 않기 때문에 겉모습을 감상할 때보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구입 충동이 느껴질 것 같다.

구형인 알테자 때부터 정말 예쁜 IS의 계기판, 속도계와 타코미터 안에 원하는 세팅에 따라 점등되는 주황색과 붉은색 링도 세단과 동일한 그대로다. 선명한 모니터가 자리 잡은 센터페시아는 비상등 조작버튼과 혼자서만 없어 보이는 시계가 하단으로 치우쳐 있어 주행 중엔 시선을 내려야 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하고, 주변부를 마구 눌러봐도 한 치의 삐걱거림 없는 조립품질이 렉서스답다. 기어변속레버와 주변부는 ES나 GS보다 윗급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오디오는 마크레빈슨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되며, 탑의 개폐 여부와 상관없이 수준 높은 사운드를 연출해낸다. 통풍 시트 또한 이 등급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장비로서, 역시 렉서스답게 작동 소음이 아주 적다.

의외였던 부분들은, 뒷좌석에 성인이 탈 수 없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시도조차 해보지 않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앉아 보았더니 의외로 가능했다는 것. 특히 여성이라면 직업이 모델이 아닌 이상 큰 불편함 없을 것 같다. 또 다른 하나는 하드탑 루프 오픈 상태에서도 트렁크에 골프백이 들어간다는 것인데, 탑이 닫힌 상태에선 꽤나 방대한 공간을 자랑해서 실용성이 상당하다.


주행 실력으로 넘어가 보자. IS250과 동일한 V6 2.5리터 엔진이 장착되며, 최고출력 207마력(6400rpm), 최대토크 25.5kgm(4800rpm)의 힘이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렉서스 모델 중에선 가장 스포티해 보이지만 적당한 배기량의 엔진이 탑재된 만큼, 고출력보단 렉서스식의 스포츠성을 즐기는 것에 중점을 두면 되겠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고성능 스포츠세단들이 워낙 많아졌기 때문인지 IS250이라 하면 성능은 그저 그럴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들도 존재하는데, 실제론 배기량 대비 꽤나 잘 달려주는 녀석이다. 수동모드에서 패들시프트로 조작해 나가면 변속 반응은 평범하지만 회전수를 끝까지 꺾어도 저절로 변속되지 않는다는 점은 의외이며, 후륜구동 특유의 날카롭고 재미난 드라이빙을 즐기는 것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성능은 충분히 발휘해준다.

IS250C의 가속은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 꾸준하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세단인 IS250대비 늘어난 무게는 컨버터블로선 필요악이긴 하지만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초반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의 반응이 반의 반 템포 정도 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나마 미세한 그런 차이도 속도가 붙으면 사라지게 된다.


세단과 비교해 가속 성능 보다는 차체 강성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이 역시 컨버터블로선 어쩔 수 없는 부분. 하체가 꽤나 단단하고 휠/타이어 매칭도 출력 대비 오버스펙이기 때문에 밑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에 있어선 괄목할 만큼 다른 렉서스와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지만, 노면이 좋지 않은 코너를 급하게 돌아나가는 등의 주행에선 세단 대비 부족한 강성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하체가 엔진을 이기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안정감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으며, 꽤나 넓은 타이어 사이즈로 인해 노면을 타는 편에 속한다.

노면을 타긴 하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도로의 움푹 파인 부분을 밟고 지나가도 기분 나쁜 충격이나 잡소리가 전해지지 않으며 깔끔하게 넘어가주기 때문에 잦은 공사나 소홀한 유지보수로 노면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은 국내 실정상 이런 부분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서울의 강남 일대만 해도 큰 대로를 제외하면 노면이 울퉁불퉁한 곳이 여기저기 꽤나 많아서 하체 강성이 부족한 차를 시승할 땐 도로공사에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 국도를 달릴 땐 국군 장병 여러분들이 만들었는지 부드럽게 넘어가지 못하고 밟으면 충격이 크게 올라오는 과속방지턱들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런 실정에서는 하체가 물렁한 것보다 적당히 단단한 세팅이 이득을 보게 된다. 물론 지나치게 단단하면 역효과가 나기도 하지만.


이제 단풍 구경이 쏠쏠하겠다 싶은 시기임에도 기온은 이미 겨울의 문턱까지 치고 내려가서 탑을 닫고 주행한 시간이 더 많았는데, 그렇게 달리면 컨버터블인 것을 잊어버리게 되곤 한다. 특히 풀 스로틀로 가속을 하는 순간에도 회전수를 높이는 엔진음이나 여타 소음은 저 멀리서 힌트만 주는 정도이며 귓가엔 잔잔한 음악소리만 맴돌기 때문에 거친 주행을 해도 외부의 치열한 상황과 관계없이 옆자리의 동승자는 편안한 단꿈을 청하기 쉽다. 스포츠성이 가미되었다 해도 세련된 하체 조율이나 정숙성 등으로 렉서스 특유의 쾌적성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기자 개인적으론 소프트탑이냐 하드탑이냐를 떠나서 컨버터블로 주행하면서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며 졸음운전을 걱정한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에필로그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컨버터블 중에서 IS250C의 차별성이라 하면 렉서스 특유의 쾌적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고, 다른 렉서스 모델과의 차별성이라 하면 스포츠성이 가미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승 전엔 단순히 IS250의 컨버터블 버전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으나, 시승을 마치고 나선 고가의 SC보다 낮은 가격대로 렉서스식의 컨버터블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IS250C의 탄생 이유와 존재 가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결국 IS250C는 컨버터블이지만, 정숙성과 쾌적함으로 대변되는 렉서스 특유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모습으로 오픈 에어링을 선사해주는 세련된 녀석이다.
{del}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