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승기

6세대로 진화한 국민 중형차 - 현대 쏘나타

대한민국 대표 중형세단 쏘나타의 신형 모델이 출시되자마자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 중형차 판매 1위를 독차지하며 우리네 도로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차,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쯤 타봤을 법한 차, 이렇게 국내시장에서만큼은 거의 독보적인 존재로 그 역사를 이어왔다. 획기적인 디자인과 높아진 완성도로 새롭게 변신한 6세대 쏘나타를 만나보도록 하자.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정식 명칭은 ‘YF쏘나타’가 아니라는 것. YF는 신차를 개발할 때 붙이는 코드네임 정도로 보면 되겠고, 공식적으론 그냥 ‘쏘나타’이다. 쏘나타의 광고나 현대자동차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YF라는 명칭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어느덧 꽤나 오랜 역사를 갖게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 세대의 쏘나타를 구분 짓기 위해 NF쏘나타, YF쏘나타 등으로 부르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다. 아예 쏘나타라는 이름을 빼고 NF, YF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6세대인지 잠시 알아보자. 1985년 탄생한 스텔라 기반의 1세대 쏘나타를 시작으로, 프로젝트명 Y2라 불리는 2세대 쏘나타, 그리고 쏘나타2 와 쏘나타3 를 합쳐서 3세대, EF쏘나타와 뉴EF 쏘나타는 4세대, NF로 시작해 트랜스폼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된 전 세대 쏘나타가 5세대, 이번에 등장한 프로젝트명 YF 쏘나타가 6세대이다. 자동차 선진국에는 수 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차들이 꽤나 많은데, 한국에선 쏘나타가 20년 넘게 그러한 명맥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신차발표회에서 만났던 쏘나타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이게 쏘나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난한 디자인으로만 일관했던 현대차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쿠페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에쿠스와 투싼에 이어서 이번 쏘나타까지 갈수록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중적인 볼륨 모델에까지 이런 시도를 하는 그 용기는 칭찬받을 일이지만, 해외시장에서의 반응은 과연 어떨지 궁금해진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에 두루 부합할 수 있게 만들어야하는 대중적인 모델에서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디자인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미국시장에서의 반응은 좋을 것으로 예상되며, 독과점에 가까운 내수 시장에선 ‘쏘나타’ 라는 이름만으로 디자인과 상관없이 판매량이 좋을 테니 걱정할 필요 없겠다. 전 세대와 비교해 전장과 전폭, 휠베이스가 늘어났고 너무 높았던 전고를 낮춰서 보다 날렵해 보이는 이미지.


전면 마스크는 최근 출시되는 현대차들의 공통점이 아닌가 싶은데, 사이버틱하고 미래지향적인 스포티한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보닛의 주름과 연결되어 물결치는 커다란 크롬 라디에이터그릴이 그러한 인상을 주도한다.

어찌 보면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관건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질리지 않을 것이냐는 부분인데, 적어도 출시 초반인 현 시점에선 나빠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한국의 도로가 온통 이런 생김새의 차들로 도배될 것이라 생각해보니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입장에선 신기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차의 디자인이 곧 한국의 이미지나 한국인의 디자인 취향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가 푸조차의 디자인을 보며 프랑스인의 디자인 취향이 독특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측면 실루엣은 쿠페형상으로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느낌. 혹자는 벤츠 CLS나 폭스바겐 CC등 4도어 쿠페들과 닮았다고도 하는데, 이러한 쿠페 형상의 디자인은 근래 가장 각광받는 트렌드이자 대중적인 모델에까지 사용될 만큼 대세로 자리 잡았다.

크롬 장식을 사랑하는 현대차답게 헤드램프 끝단부터 크롬 라인이 뻗어 나와 숄더라인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독특하고, 앞 펜더부터 희미하게 시작해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강한 캐릭터라인은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차체를 미끈하게 만들어준다. 사이드미러도 전체적인 디자인 대비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으로 위를 향해 접혀 올라가는 방식. 차체가 커서 17인치 휠이 몸에 비해 작은 신발을 신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아쉬운데, 실용성을 감안하면 만족해야겠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려면 18인치가 장착된 Y20 스포츠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후면에선 전면 헤드램프와 맥을 같이하는 리어램프가 바깥쪽에선 측면 캐릭터라인과 만나고 안쪽에선 중앙의 크롬 라인과 연결되며 세련미를 뽐낸다. 트렁크리드 끝이 살짝 치켜 올라가고 범퍼 하단에 디퓨져 형상의 라인을 넣은 것은 마치 스포츠세단인 듯 스포티함을 부각시키는 요소.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은 현대차가 즐겨 쓰던 듀얼머플러가 보이지 않고 싱글 머플러가 안에 숨어있다는 것인데, 머리를 땅에 대고 들여다보면 차체가 길고 범퍼도 뒤로 빠져서 머플러를 더 빼내기 힘든 구조를 하고 있다.

시승차의 색상은 그간의 국산차에서 보기 힘들었던 짙은 갈색 계열로서 커피색과도 같아 색상 이름도 ‘에스프레소’이며 펄이 꽤나 많이 들어가 있다. 이 외에도 레밍턴 레드, 블루 블랙 등의 색상이 있는데, 화이트, 실버, 블랙 등 무채색이 대세인 국산차의 심심한 색상 판도를 조금이라도 다양화시킬 가능성이 엿보인다. 사실 지금까진 수입차의 멋진 디자인에서 어울려보이던 색상이 국산차에선 촌스럽고 이상해보였던 적이 많았는데, 쏘나타의 진일보한 디자인과 앞서 언급한 색상들은 흔해빠진 무채색 계열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특히 쏘나타는 택시로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일반 오너라면 취객에게 택시로 오해받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색상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


실내로 들어서 소프트한 시트에 앉아 둘러보면 먼저 눈에 띄는 스티어링휠이나 센터페시아의 형상이 외관 디자인과 맥을 같이하고 있어 통일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외관과 실내가 따로 놀았던 그간의 국산차 디자인보다 발전된 모습이다.

다만 피아노블랙과 메탈 트림 부분을 제외하면 가죽, 플라스틱, 버튼류 등의 전체적인 질감은 준중형급 대비 나을 게 없어 보인다.


각종 조작버튼이 포함된 스티어링휠은 차량의 성격에 맞게 작은 사이즈는 아니고 일반적인 크기. 아쉬운 것은 스티어링휠이 틸트만 되고 텔레스코픽은 안 된다는 것인데, 위아래로는 움직이나 앞뒤로 밀고 당겨지진 않아서 완벽한 운전 자세를 잡기에 한계가 있다. 화려한 장비가 아무리 많아도 운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미흡하다는 것이 아쉬워지는 대목. 소형이나 준중형급에선 틸트만 되도 그러려니 하겠지만 중형급이라면 이 정도 기능은 당연히 있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2링 형태의 계기판은 한껏 스포티하게 꾸며졌다. 제네시스 쿠페의 것과도 비슷한데 쏘나타는 크롬 링과 컬러 LCD의 채용으로 훨씬 화려해 보인다. 계기판을 포함해 전체적인 조명 색상은 당연히 현대차임을 나타내는 블루라이트. 속도계와 타코미터 안에 수온계와 주유게이지가 반원의 디지털 방식으로 표시되는 것은 투싼 iX와 동일하다.

스텝게이트식 기어변속레버는 운전석 쪽으로 너무 쏠려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수동모드도 좌측인지라 조작하게 되면 팔을 몸에 바짝 붙인 자세가 되어버린다. 그러다보면 센터 콘솔과도 간섭이 일어나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 이 부분은 차후 페이스리프트 때 개선되는 것이 좋겠다. 기어변속레버를 가운데 위치시키고 컵홀더를 밑에 가로로 놓던가, 그게 어렵다면 기어변속레버를 위로 더 길게 빼는 단순한 방법도 있다. 그밖에, 각 단을 표시하는 화이트 조명이 시야를 벗어난 우측 하단에 있음에도 너무 밝아서 야간주행 시 거슬릴 정도라 조명 밝기를 적당히 낮춰주면 좋겠다. 사소한 부분들일 수 있지만 차후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언급해 본다.


시승차는 상위 트림으로서 국산차 최초라는 파노라마 썬루프만 빠진 풀 옵션 사양. 스마트키와 버튼 시동장치, 2인분의 운전석 메모리시트, 음성인식이 가능한 모젠 시스템, 후방주차 가이드 시스템 등의 풍부한 장비들이 만족감을 높여준다. 물론 모든 구성을 갖추려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만.

뒷좌석은 포지션을 약간 낮춰서 경사진 C필러 라인에 머리공간이 방해받지 않도록 처리했으며, 실내 공간 창출에 있어서만큼은 일가견이 있는 현대차답게 차체 대비 넉넉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휠베이스가 늘어난 덕을 보고 있으며, 트렁크 공간도 부족함이 없다.

평소 다른 차종의 시승기와 달리 외관 디자인과 실내 인테리어 부분에 많은 양을 할애한 것은 이번 쏘나타의 최대 변화이자 핵심 포인트가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파워트레인과 주행성능으로 넘어가보자.


최고출력 165마력(6200rpm), 최대토크 20.2kg.m(4600rpm)를 발휘하는 배기량 1998cc 직렬 4기통 DOHC 엔진은 기존 쏘나타와 동일하지만 변속기가 4단에서 6단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은 반갑다. 현대가 독자 개발해 그랜저에 처음 적용했던 이 6단 자동변속기는 무난한 반응을 보여준다.

오르간식 가속페달의 세팅은 정지 상태에서 살짝 밟아도 툭 튀어나가는 느낌을 주는 현대-기아차의 감각 그대로인데 쏘나타에선 더 강조된 느낌, 주행 중에는 한 템포 여유 있는 반응을 보여준다. 배기량 대비 무난한 가속을 보여주면서 꾸준한 속도 상승을 이루어내는데, 속도가 붙으면 160km/h 부근까지 별다른 스트레스가 없고 이후에도 더디지만 200km/h 부근까지 도달한다. 직진 안전성은 무난한 편이나 고속에서 스티어링휠이 더 무거워져야 할 필요는 있겠다. 하지만 60~120km/h 정도의 실용 영역을 주로 사용하는 패밀리 세단임을 감안하면 딱히 불만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정지 상태에선 시동이 걸렸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나 조용한 현대차의 정숙성 그대로. 그런데 가속페달을 깊게 밟거나 수동모드를 사용해 회전수를 높여가며 주행하면 엔진음이 직설적으로 크게 들려오고 노면소음도 상당해 분위기만 놓고 보면 엄청난 가속을 진행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좋게 말하면 스포티하지만 엔진음이 그리 듣기 좋은 음색은 아닌지라 그것을 즐기게 되긴 힘들고, 쏘나타의 성격과 소비자들의 취향을 감안하면 엔진음의 조율을 비롯해 전반적인 방음 대책을 개선하는 것이 좋겠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스포티함을 추구하기 위해 일부러 의도한 세팅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하체는 구형 대비 보다 하드해진 감각. 불규칙한 노면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약간 통통 튀는 느낌도 올라오기 때문에 물렁하기만 했던 과거의 세팅과 달라졌음을 인지시켜준다. 그래서인지 요철에서 조금만 더 세련된 반응을 보여줬으면 하는 욕심도 나게 되는데, 예를 들어 거칠거나 움푹 파인 노면을 지날 때 기분 나쁜 충격이 올라오는 것은 하체 강성 등의 부분에서 국산차가 공통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다.

구형 대비 보다 날카로워진 조향감각으로 급차선 변경이나 빠른 코너링을 시도하면 직선에서 단단하게 느껴지던 하체가 코너에선 그만큼의 역할을 해주진 못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발전된 모습이다. 이대로 노하우가 쌓이고 기술력을 축척해 나간다면 언젠간 세련된 하체가 완성될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17인치 휠을 인치업하고 기본형 타이어를 고급형으로 교체한다면 보다 나은 코너링 실력도 기대해볼만 하다.

결과적으로 쏘나타의 주행실력과 감각은 획기적으로 변모한 디자인과 비례하진 않는다. 현 시점에선 기존 엔진에 6단으로 업그레이드된 자동변속기, 그리고 좀 더 단단해진 하체로만 정리가 되겠지만, 차후 예상되는 연식변경과 부분변경으로 신형 엔진이 장착되고 보다 개선된 세팅이 이루어진다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예상된다.


에필로그
6세대로 진화한 쏘나타의 가장 큰 포인트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비단 자동차뿐만 아니라 어떤 제품이건 상품성을 결정짓는 데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가 디자인이라는 현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폭발적인 인기가 보장된 내수시장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해외시장에서의 판매가 어떤 성과를 이루어 낼 것이냐는 부분. 이젠 정말 대한민국 국민차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엄청난 경기 침체의 여파로 부동의 1위인 토요타마저 힘들어하는 상황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뤄온 현대차이기에, 현 시점에서 뭔가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금껏 이뤄낸 성과가 부메랑이 되어 반대로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내수시장을 든든한 버팀목으로 삼아왔던 지금까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훨씬 큰 수익을 올리는 현대차가 된다면 금상첨화겠다. 그 중심엔 언제나 쏘나타가 있을 것이다.

이번 시승기는 국민차의 칭호를 붙여 마땅한 쏘나타이기에 평소보다 긴 분량을 써내려가게 되었다. 사실 시승을 하면서 몇 가지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범퍼와 차체가 만나는 부분에 단차가 있는 것을 발견해 주먹으로 쿵쿵 쳤더니 올바르게 복구되어 쓴웃음을 짓기도 했고, 수동모드로 고회전을 사용하며 달렸더니 VDC 경고등이 들어와 맥이 빠지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은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기에 시승기에 언급하진 않았지만, 멋진 디자인 뿐 아니라 조립품질이나 내구성 측면에서도 보다 신뢰를 줄 수 있는 국민 중형차 쏘나타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Copyright © CARISYOU. All Rights Reserved.

토크/댓글|0

0 / 300 자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