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고성능과 뛰어난 주행감성으로 최고의 사랑을 받아온 스포츠카 전문 메이커인 포르쉐는 2000년대에 접어들어 SUV인 카이엔을 탄생시키며 성공가도를 달렸고,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걸출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일상에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럭셔리 세단의 면모를 보여주다가도 어느새 강력한 포르쉐 바이러스를 분출하는 파나메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언제나 그렇듯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되러 가는 날은 아침부터 마음이 설렌다. 기자도 사람이고 남자인데, 차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스포츠카를 가장 좋아하다보니 포르쉐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 깊이 숨어있던 뜨거운 감성이 되살아나는 심정이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착한 포르쉐 센터. 너무나 사랑스러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포르쉐의 다양한 모델들이 줄지어 서있는 이곳에 전에 없던 낮고 넓은 큼직한 녀석들이 눈에 띈다. 포르쉐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인 파나메라. 911을 가장 좋아하는 기자의 눈에는 프런트 엔진과 4개의 도어가 아직 어색하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영락없는 포르쉐의 모습인 것만은 확실하다. 차체 형상의 시동키를 돌리자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깨어나는 녀석은 현재 출시된 라인업의 중심에 있는 파나메라 4S.
전체적인 모습은 웅장함 속에 날렵하고 미끈한 포르쉐 특유의 라인이 살아있다. 낮고 넓은 쿠페 내지는 해치백 형태로서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 전장과 휠베이스 또한 대형세단에 필적하는 크기로 완성되었다. 넓게 보면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낸 것이고, 포르쉐 안에서만 보면 4인승 911이 탄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전면 마스크는 얼핏 까레라 GT 비슷한 슈퍼카의 분위기도 나면서 심플하고 모던하지만 존재감이 상당하다. 포르쉐는 911로 대표되는 동그란 눈망울을 비롯해 각 모델마다 다른 형태의 헤드램프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으며 파나메라에선 완성도가 높은 모습이다. 범퍼 하단 공기흡입구 중앙엔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 ACC를 위한 카메라가 보인다.
측면은 깔끔한 가운데 적당한 기울기의 A필러부터 리어로 넘어가는 루프라인과 와이드한 숄더라인이 조화를 이루면서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덩어리를 연출해내고 있다. 앞 펜더 부근에 고성능임을 표현하는 듯 엔진룸의 열을 분출하기 위한 에어홀이 포인트.
후면에선 모든 포르쉐 모델들이 그러하듯 빵빵한 엉덩이를 뽐내면서도 해치백 형태의 디자인이 색다르다. 단정하면서도 강인한 모습 속에 멋진 배기음을 뿜어내는 듀얼 머플러가 스포티함을 한껏 부추긴다.
실내로 들어서면 일단 럭셔리한 재질과 높은 감성품질을 바탕으로 호사스러운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운전석에 앉아 둘러보면 계기판과 스티어링휠은 911이 떠올라 익숙하지만 센터페시아를 비롯해 기어변속레버를 중심으로 각종 장비들의 조작버튼이 가득 차있어 눈이 휘둥그레진다.
얼핏 보면 대략 난감할지 모르지만 포르쉐가 제시한 각종 장비의 컨트롤은 주행 중 최대한 간결하게 한 번의 조작으로 처리할 수 있는 형태다. 버튼을 줄이고 여러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모니터를 보면서 조작하는 타사의 시스템도 나름의 장점은 있지만 주행 중에는 오히려 불편한 점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이와 대비되는 파나메라의 화려한 인터페이스는 한 번 익숙해지면 달리는 중에도 직관적이고 빠른 조작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적응되기까지 한 시간 정도면 충분했고, 버튼마다 하단의 크롬 라인에서 붉은 조명이 들어와 작동 유무를 파악하기가 용이하다. 굳이 흠을 찾아보자면 비상등의 사용 빈도가 높은 한국이기 때문에 조작버튼의 크기가 작고 먼 곳에 있어 불편하다는 정도.
다양한 조작버튼 중 기자가 가장 좋아하게 된 기능이 있다. 머플러 그림 버튼을 누르면 꽤나 얌전했던 파나메라의 배기음이 단번에 스포티한 저음으로 커지면서 가슴 떨리는 음색을 내뿜게 되는데, 세단처럼 조용하게 타다가도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땐 배기음 또한 확실하게 만끽하라는 포르쉐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버튼을 누르고 뒤에서 울려 퍼지는 배기음이 유입되면 감동의 물결이 밀려올 지경.
물론 911과 비교하면 음량이 훨씬 작긴 하지만 퓨어 스포츠카가 아님을 감안할 때 적당한 수준이며, 굳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평상시 들리는 나지막한 배기음 또한 매우 듣기 좋은 음색을 자랑한다. 언제나 속도보다 소리에 먼저 반하게 되는 포르쉐가 아닌가 싶다.
이번엔 파나메라의 특징인 뒷좌석을 살펴볼 차례. 사실 운전석을 떠나기 싫었지만 동승자들의 거주성도 살펴봐야 할 터, 적당히 단단해서 장거리 여행 시 덜 피곤할 것 같은 시트에 앉았더니 눈으로 볼 때보다 더 넓고 무릎 공간 등에도 여유가 상당하다. 물렁한 대형 세단의 뒷좌석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면서 다소 거칠게 달리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만족스럽다.
4인 정원 2+2 형태로 센터 터널이 가로지르고 있으며, 뒷좌석을 위한 공조장치 조작버튼 등도 화려하다. 포르쉐를 타면서 뒷좌석을 접을 일이 있을까 싶지만 파나메라는 어지간한 패밀리세단 이상의 트렁크 공간 효율성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 결국 포르쉐가 만들어낸 4도어 스포츠카는 모든 부분에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남은 관건은 과연 포르쉐다운 주행실력을 보여줄 것이냐는 부분. 라인업의 중심인 파나메라 4S의 제원을 살펴보면 V8 4.8리터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400마력(6500rmp), 최대토크 51kg.m(3500rpm)의 고출력을 발휘하며 0-100km/h 5초, 최고속도 282km/h를 자랑한다. 물론 이제는 대세로 자리 잡은 듀얼클러치 미션 PDK 또한 장착하고 있다. 여기서 하나의 팁은 포르쉐의 모델들이 대부분 그렇듯, 제원상의 수치보다 실제의 성능이 더 뛰어나다는 것.
노멀한 상태로 달리면 포르쉐의 감각만 느껴질 뿐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주 편안하다. 911의 경우 세단만 탔던 운전자라면 처음엔 상당한 갭을 느끼겠지만, 파나메라는 바로 적응될 정도로 소프트하며 안락함이 부각되어 있다. 물론 그 상태에서의 감각이나 출력도 일반적인 세단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긴 하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었다면 파나메라에서 포르쉐 바이러스를 느끼긴 힘들었을 것이고, 기자는 실망한 채로 시승을 마쳤을 것이다. 하지만 포르쉐는 실망이란 단어를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스포츠모드와 스포츠플러스 모드로 넘어가면 포르쉐 본연의 하드코어한 감성이 살아나게 되는데...
녀석의 거대한 덩치와 편안한 감각에 적응이 되어갈 즈음, 고속화 도로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달리기 위해 일단 스포츠모드로 전환했다. 워낙에 고출력을 자랑하고 최대한의 경량화가 이루어졌다곤 하지만, 911과 비교하면 당연히 더 무거울 수밖에 없으며 연료탱크 용량도 100리터에 달하기 때문에 과연 기대만큼의 달리기 실력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선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다 전방의 차량들이 대부분 걷혀나가고 긴 직선 구간이 포착된 순간, 스티어링휠을 양 손으로 꾹 움켜잡으며 가속페달을 단번에 끝까지 밟았더니 타코미터의 바늘이 순간이동 하듯 젖혀지고 PDK가 빠르게 반응하면서 거대한 차체가 낮게 깔려 튀어나가기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한층 폭발적인 엔진의 울음소리와 배기음의 포효가 앞뒤에서 찰나의 시간차로 터져 나와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오른발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버리곤 그대로 거침없는 가속을 계속해 나간다.
금세 탄력 받고 기분이 좋아져서 바로 스포츠플러스 모드로 전환, 기어변속레버는 수동모드로 옮기고 변속버튼을 당기면서 다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댄다. 양 손과 오른발에 완벽하게 박자를 맞춘 PDK의 간결하고 빠른 변속에 따라 타코미터의 바늘이 순간적으로 오르락내리락 춤을 추면서 속도는 쉼 없이 치솟아가고, 앞뒤에서 들려오는 엔진음과 배기음의 하모니가 날카로운 음색을 내뿜으며 포르쉐 바이러스를 온몸에 주입시킨다. 그 어떤 희열과도 맞바꾸기 싫은 짜릿한 쾌감, 스포츠카를 좋아하고 스피드와 감성을 즐긴다면 이것이 바로 제대로 된 고가의 마약이다.
이미 딴 세상에 와있는 기자는 최고속도 따위에 관심이 없어졌다. 이 쯤 되면 거침없는 가속감과 하드한 감성을 느끼는 것에 몰두하게 될 뿐, 어차피 한 번의 시승으로 100%를 다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침없는 가속을 즐기면서 머릿속엔 911이 떠올라 흥이 나기도 하지만, 차이점이라면 파나메라의 안정감이 도를 지나치는 수준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것. 노면을 움켜쥐고 낮게 깔려 달라붙은 채 빠르게 움직여나가는 거동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적당히 무거운 스티어링 감각, 낮고 넓은 무게중심과 긴 휠베이스, 네 바퀴의 구동력을 최적으로 제어하는 PTM, 그리고 파나메라의 성격에 맞게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필요할 땐 여지없이 하드해지는 세련된 하체 등이 맞물려, 911과 같은 짜릿한 주행보단 시종일관 완연한 안정감 속에 빠르게 달리는 것이 파나메라의 특징이다.
따라서 시원한 가속을 느끼다가도 안정감이 너무 강해서 감흥이 줄어들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400마력짜리 유닛인데 섀시가 엔진을 완전히 이기는 수준인지라 어떤 코너에서도 불안한 기색이 없다. 이러한 부분은 파나메라의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포르쉐 특유의 운전재미를 충분이 만끽할 수 있지만 격에 맞게 최대한 안정적으로 즐기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S와 4S는 동일한 출력을 가졌지만 4S가 더 빠른 이유는 네 바퀴를 구동하는 접지력에서 오는 차이,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진정한 고성능을 위해선 터보가 기다리고 있다. 그 무서운 터보라는 괴물은 다음 기회에 만나보도록 하자.
에필로그
파나메라에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많은 장비들도 가득 차 있다. 낮은 차체를 위해 차고를 높여주는 기능은 당연하고, 차간거리를 알아서 조절하는 ACC, 그리고 여느 고성능 모델보다 좋은 연비를 나타내지만 정차 시 엔진을 정지시켜 보다 높은 효율을 추구하는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까지. 포르쉐에게 과연 필요할까 싶은 이러한 장비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면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파나메라에게 이런 것들이 모두 필요할까? 아니, 정작 포르쉐에게 파나메라가 정말 필요할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포르쉐는 기본적으로 클래식해서 차별화된 디자인을 재해석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높은 감성품질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며 화려한 첨단 장비들까지 적용함으로서 빈틈없는 구성을 갖췄으며, 특유의 고성능을 바탕으로 한 주행감성 또한 포르쉐다운 치밀한 실력을 여지없이 잘 보여주고 있다.
어찌 보면 가장 어중간한 포르쉐가 될 수도 있었던 파나메라,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녀석의 본모습은 현 시점에서 가장 완벽한 포르쉐였다. 기존의 포르쉐 팬들에겐 어색한 녀석일지 모르지만, 새로운 고객들에겐 태어나줘서 고마운 존재로 칭송받을 수 있겠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탄생한 포르쉐의 새로운 걸작 파나메라는 고성능 그란투리스모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대단히 성공적인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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