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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다재다능한 프리미엄 MUV - 볼보 XC70 D5

페이스리프트된 XC70 D5는 먼저 등장한 S80 D5와 마찬가지로 신형 5기통 트윈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함으로서 출력과 연비 모두 업그레이드되었다. 왜건형 모델이 천대받는 한국시장이지만, 볼보 특유의 안전성과 넓은 공간 효율성을 바탕으로 당찬 성능까지 겸비한 XC70 D5는 가히 크로스오버의 결정판이자 최강자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세단이냐 SUV냐, 날이 갈수록 각 장르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세분화되면서 가장 큰 고민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기자 주변의 지인들 중에서도 SUV를 타다가 세단의 매력에 끌리기도 하고, 세단을 타다 SUV의 매력에 끌려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이번엔 그런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줄 녀석을 만났다.

그 주인공은 2010년형으로 거듭난 볼보의 크로스오버 XC70 D5, 만족도에 있어서 올해 출시 된 수많은 모델 중 기자 마음속 순위 BEST3 안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세단이냐 SUV냐를 두고 고민한다면 무조건 XC70 D5를 눈여겨보시라. 명쾌한 정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큼직한 덩치가 먼저 느껴지는 외관에서 기존 모델과 달라진 부분은 거의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라디에이터 그릴의 더 커진 아이언마크와 듀얼로 변한 머플러 정도가 스포티함을 살짝 배가시켜 높아진 성능을 대변하고 있다. 전체적인 인상은 스케일이 크고, 사람으로 치면 꽃미남은 아니지만 호감형 마스크에 덩치도 좋아서 남자다운 인상을 한껏 풍긴다고 보면 되겠다. 유려하게 뻗은 라인들은 세련미도 잃지 않고 있으며, 전체적으론 S80과 XC90을 적당히 믹스해놓은 것 같은 분위기.

크로스오버답게 적당히 높고, 왜건형 차체인지라 어지간한 대형 SUV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사이즈를 자랑한다. 앞 뒤 무게배분에 있어선 세단보다 유리하며, 4륜구동 시스템과 맞물려 주행 밸런스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XC로고가 새겨진 17인치 휠과 적당한 넓이의 타이어는 기본적으로 훌륭한 밸런스와 접지력을 발휘하긴 하지만, 높아진 성능을 감안하면 18인치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대부분 앞모습보단 뒷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쉽게 질리지 않고 XC70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라는 점에선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볼보 특유의 사다리꼴 리어램프는 확실한 시인성을 보여주며 후방 안개등은 한쪽 리어램프에만 점등된다.


실내는 S80과 거의 유사하지만 시승차의 내부엔 밝은 색상과 메탈 트림이 사용되어 일전에 시승했던 검정 인테리어의 S80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넓은 공간과 적당한 착좌감의 시트, 차분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디자인 덕분에 운전석에 앉으면 일단 심리적으로 편안해지는 느낌.

차체가 세단보다 높아 시야가 우수하면서 SUV보단 낮아 안정감도 상당하다. 줄곧 세단만 탔거나 SUV만 탔다면 장르를 바꿔 탔을 때 적응되기 전까진 어색하기 마련인데, XC70은 딱 적당한 수준에서 위화감 없이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정도. 나쁘게 말하면 어중간하지만 좋게 말하면 양 쪽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 된다.

각종 장비들도 풍부하게 갖춰져 있는데, S80과 동일한 모습의 센터스틱 조작부를 살펴보면 S80에 있었던 차선이탈 감지 시스템 대신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의 조작버튼이 눈에 들어온다. 각 차종의 성격에 맞는 장비를 탑재한 것. 커다란 차체를 감안한 주차 감지 센서와 후방카메라는 XC70에서 반드시 필요한 장비들로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키 작은 어린이를 위해 안전벨트의 높이에 맞게 시트를 높여주는 부스터쿠션이 포함된 넓고 편안한 뒷좌석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 부분은 엄청난 용량의 적재공간이다. 후면 사이드 패널엔 다용도 레일이 장착되어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연결할 수 있다. 뒷좌석을 접기까지 하면 둘이서 이불 깔고 누워도 될 정도로 넓어서, 젊은 층의 욕구에 부합하는 의외의 상품성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본래 목적은 사람이 아닌 짐을 싣기 위함이지만.


내 외관을 찬찬히 살펴보고 운전석에 앉아서 자세를 잡고 나니, 이대로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XC70은 혼자나 둘 보다는 가족들과 함께할 때 더 어울리는 녀석이 아닌가 싶다. 5명이 꽉 차게 탑승하고 무거운 짐을 한가득 실어도 절대 힘에 부칠 염려가 없으니 말이다.

그 힘의 원천은 2010년형으로 오면서 새롭게 장착된 신형 D5 엔진이다. 순차적으로 작동하는 서로 다른 크기의 트윈 터보차저가 장착되어 최고출력 205마력(4000rpm), 최대토크 42.8kg.m(1500~2750rpm)를 발휘하며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고 힐덱스제 AWD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AWD 시스템은 전자제어 시스템이 휠의 회전속도와 추진력, 엔진 반응, 브레이크 등을 관찰해 1/500초 간격으로 네 바퀴의 구동력을 조절해 주는데, 마찰력이 부족한 휠에 전달되는 출력을 다른 휠로 분배해서 차체 밸런스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험로는 물론 노면이 미끄러운 악천후에도 안정된 거동을 가능케 한다.

결과적으로 신형 엔진과 수준 높은 변속기-AWD시스템 등으로 만족스러운 파워트레인을 갖춘 XC70 D5는 디젤엔진 특유의 우수한 연비를 나타내면서도 빼어난 성능까지 잡아낸 팔방미인이다. 정숙성 또한 방음대책이 철저한 편이고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되어 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뻗어나가면 커다란 덩치가 거침없이 내달리는 맛이 S80을 통해 먼저 경험했던 신형 D5 엔진의 느낌 그대로다. 0-100km/h 수치는 8.9초로 나와 있지만 체감 가속은 어지간한 스포츠세단 부럽지 않은데, 8.5초인 S80 D5 대비 무거운 관계로 수치는 차이나지만 AWD 시스템으로 인한 접지력과 밸런스는 더 뛰어나다.

200km/h를 넘길 때까지 잘도 내달리는 녀석, 그 이상의 가속도 가능하며 고속 안정성도 무난한 편. 오프로드도 감안해야 하기에 기본적으론 소프트한 성격이지만 볼보 특유의 적당히 단단한 하체가 살아있어 AWD 시스템과 맞물려 끈끈한 안정감을 체감시켜주는데, 온로드 주행 시 코너링에서도 빛을 발한다.


어둠이 깔린 고속화도로, 노면상태는 살짝 미끄러운 상황, XC70 D5의 빵빵한 출력을 만끽하며 오른발에 힘을 주고 달리는 와중에 고속 코너링이 반복되는 구간에 접어들었다. 사실 녀석의 생김새를 감안하면 당연히 코너 진입 전에 속도를 줄여야 하겠지만, 그 전까지의 거동을 통해 만만치 않은 코너링 실력을 보여주리라 예상한 기자는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리지 않고 가속페달에서만 발을 뗀 채 코너에 접어들었다.

그대로 전방 도로의 굽은 라인을 따라 적당히 무거운 스티어링휠을 돌리며 다시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고 지긋이 밟아주면서 깊이를 더해 갔더니, 커다란 차체가 살짝 기울어지면서도 AWD 시스템이 네 바퀴의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하여 흐트러짐 없이 레일 위를 돌아나가는 듯 뉴트럴한 거동을 보여줘 흠칫 놀라게 되면서도 그 만족감에 씩 웃으며 코너를 빠져나갈 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코너 탈출속도를 높여서 다음 코너까지 재빠르게 내달려 나갔다. 수동모드는 적극적인 사용보단 보조해주는 역할이 더 어울리겠다.

주변 차량들은 XC70 D5를 보며 꽤나 의아했을 것이다. 덩치 큰 왜건이 코너를 무식하게 돌아나가는 것처럼 보였을 테지만, 사실 안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란 전혀 불안한 기색 없이 편안하기까지 하다. 그러한 주행이 가능하려면 브레이킹 성능도 순발력이나 제동력이 우수해야 하는데, 전 영역에 걸쳐 무난한 반응을 보여준다. 다만 기자 개인적인 불만이 있다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높이가 꽤나 차이나는 관계로 발목을 움직이는 각도가 커야 한다는 점이다. 드물긴 하지만 양 쪽 페달을 분간 못하고 사고를 내는 운전자까지 감안한 볼보의 안전 철학이 반영된 세팅일까?


에필로그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XC70 D5는 앞서 등장했던 S80 D5와 마찬가지로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볼보에서 프리미엄 MUV(Multi Utility Vehicle)로 지칭하는 이 매력적인 크로스오버는 볼보 특유의 안전성은 말할 필요도 없으며 주행성능부터 넓은 공간 효율성까지 어느 것 하나 불만을 갖기 힘든 실력을 갖추고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 또한 이전까진 XC70과 같은 장르의 모델엔 관심을 덜 쏟았던 것이 사실인지라 녀석의 정확한 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시승에 임했었는데, 시승을 통한 만족도가 아주 높았기 때문에 내심 7천 정도는 되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후에 확인한 가격은 6천을 넘기지 않았고, 단번에 가격 대비 훌륭한 녀석으로 꼽게 되었다.

삶에 여유가 있고 세단과 SUV 사이에서 고민을 해본 오너라면, 혼자일 땐 운전 재미도 주면서 가족과 함께 할 땐 안전하고 효율적인 다재다능한 XC70 D5와 함께 풍요로운 여가생활을 즐긴다면 더없이 즐거운 카라이프가 되지 않을까 싶다.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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