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풀 체인지 된 2세대 투싼은 iX라는 서브네임을 추가하고 Sexy Utility Vehicle을 표방하며 리틀 베라크루즈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완연한 도심형 크로스오버로 재탄생 되어 디자인과 성능에서 분명 한 차원 높은 발전을 이뤘으며, 국민 SUV인 싼타페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한 투싼 iX를 만나보자.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1세대 시절엔 현대 엠블럼을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기아의 효자모델 스포티지의 그늘에 가려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투싼. 게다가 QM5와 윈스톰이라는 쟁쟁한 대항마들이 싼타페 뿐 아니라 투싼까지도 괴롭혔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물론 체감상으로 느껴지는 이런 구도와 달리 실제 판매량은 신형이 출시되기 전까지도 꽤나 높았기 때문에 현대차의 국내 브랜드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겠다.
여하튼 1세대가 고군분투해온 세월동안 많은 발전을 거듭한 현대차의 기술력으로 섹시하게 창조된 2세대 투싼 iX는 출시 초반 스포티지는 물론 싼타페도 뛰어넘는 판매량으로 주가를 올렸으며 도로에서 굉장히 흔해졌다. 꽤 오랜 기간 국산 신차 중에서 풀 체인지 SUV의 등장이 드물었다는 이유도 한 몫 하겠지만, 구형 대비 이름값을 넘어선 판매량까지 보이는 것은 역시 투싼 iX 본연의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
외관을 살펴보면 일단 완전 글래머러스하다. 늘씬한 섹시함이 아닌 풍부한 볼륨감을 바탕으로 한 섹시함이라 할 수 있겠다. 녀석이 진짜 섹시한 이유는 외모보단 출중한 성능 때문이지만, 굳이 외모에 섹시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앞모습에선 컨셉카 익쏘닉(ix-onic, HED-6)을 그대로 따라간 육각형 그릴과 길게 찢어진 커다란 헤드램프가 포인트. 이와 어울리는 안개등 주변 디자인도 한껏 스포티하다. 과거에 비해 과감한 터치를 구사하고 있는 현대차 디자인의 진일보한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측면은 경사진 A필러, 앞 뒤에서 엇갈린 캐릭터라인, 뒤로 가면서 낮아지는 루프라인 등으로 마치 해치백을 부풀려 놓은 듯 스포티하며 날카로운 라인들로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18인치 휠의 적용은 안정감을 더해주는 요소. 방향지시등 일체형 사이드미러는 이제 대세로 자리 잡았다.
리어 또한 빵빵한 해치백의 엉덩이와 비슷하고, 헤드램프와 통일감을 이루는 리어램프 디자인이 잘 녹아들어 있으며 과하지 않은 라인들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전체적인 투싼 iX의 외관 디자인은 그 완성도가 상당하며 비슷한 크기의 수입 SUV들 대비 보다 세련된 면모까지 갖추고 있다.
진일보한 외관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실내디자인 또한 전체적으로 과감한 라인과 디테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급스러움보단 스포티함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며, 이를 통해 타깃으로 잡은 연령대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과거 우드트림으로 도배되던 시절이 언제 있었냐는 듯 메탈 느낌의 장식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또한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 전체적인 질감엔 실망할 수도 있지만 무난한 조립품질과 화려한 디테일로 커버되기 때문에 성격이 뚜렷하다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대중적인 모델에게선 어설픈 럭셔리보단 이쪽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국산차의 최대 장기인 넓은 실내 공간과 다양한 수납공간은 컵홀더 외엔 핸드폰 하나 둘 곳도 마땅치 않은 일부 수입차들과 비교해 만족감이 상당한 부분이다. 특히 센터페시아 하단 손잡이 형태로 감싸진 수납공간의 경우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시트의 착좌감은 무난하며, 계기판과 기어변속레버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쏘나타를 쏙 빼닮은 모습. 속도계와 타코미터 안에 디지털 형태로 표시되는 주유게이지와 수온계는 쏘나타의 것과 완전 동일하다. 실제로 보면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는 모습이라 차라리 직관성 좋은 아날로그 방식이 나을 것 같긴 하지만, 이것 또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이라 보면 수긍이 된다.
뒷좌석은 훌륭한 공간을 자랑하며 6:4 분할 폴딩 시트를 눕히면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공간이 생겨나는데, SUV들의 이러한 모습을 촬영할 때면 들어가서 눕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개방감 높은 파노라마 썬루프도 만족감을 더해주는 옵션. 기왕에 뒷좌석 송풍구도 따로 마련됐다면 금상첨화겠다.
새로워진 심장에는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5 기준을 만족시키며 저공해차로 인정받아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이 5년간 면제되는 친환경 디젤엔진인 2.0R엔진이 장착되며, 가솔린 2.0 쎄타II 엔진도 라인업에 포함되었다. 시승차는 주력인 디젤 2WD 모델.
현대가 독자 개발한 2.0R 엔진은 최고출력 184마력(4000rpm), 최대토크 40kg.m(1800rpm~2500rpm)라는 훌륭한 파워를 발휘하는데, 이제는 자동변속기도 6단인지라 전혀 꿀릴 것 없는 스펙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실제 성능은 어떨까. 거짓말 조금 보태면 날아다닌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기대 이상이다. 적어도 도심에선 원하는 만큼 치고 나가주는 시원함을 제공하기 때문에 젊은 층에게 사랑받을만한 요소를 성능에서도 갖추고 있다.
시승차는 2륜구동 모델이라 그런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풀 스로틀로 출발하면 살짝 슬립을 일으킨 후에 거침없는 속도 상승을 보인다. 기존모델이나 경쟁 모델들 대비 반 템포 이상 빠른 진행으로 시종일관 경쾌함이 살아있다. 실제로 신호대기에 멈췄을 때 옆에 나란히 선 수입브랜드 V사의 중형 SUV인 T모델과(V6 3.0디젤) 동시에 출발해 긴 오르막길을 내달린 결과 전혀 쳐지지 않고 오히려 간 튜닝에 앞선 투싼 iX가 앞서나가는 쾌감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고속으로 뻗어나가는 감각은 훌륭한 편, 안정성 또한 장르를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다. 고속에서의 풍절음이 거슬린다면 SUV를 포기하시라.
핸들링과 하체도 SUV임을 감안하면 그간 느낄 수 없던 적당한 단단함이 살아있어 동일 메이커의 세단들보다 오히려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노면의 요철에 살짝 튀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거슬리지 않는 정도로 세팅이 되어 있고, 기본적으론 승차감 위주기 때문에 전반적인 반응은 조화가 잘 되어 있다. 이런 감각이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이미 나이 든 오너.
코너링에선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낮은 차들에 비할 바는 아니나, 이 역시 기존보단 안정된 거동을 보여준다. 형님인 싼타페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코너에서 맞붙으면 시종일관 형보다 나은 동생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다.
결국 투싼 iX의 진정한 섹시함은 성능에서 비롯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고가의 일부 디젤모델 대비 소음과 진동 등 전반적인 방음대책은 아직까지 부족하지만(폭스바겐 골프 제외),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이 아닌가 싶다. 투싼 iX의 초기 TV 광고에서처럼 당신이 잠든 사이 투싼 iX의 오너가 아리따운 여성과 은밀한 속삭임을 나누려면 시동을 끄는 수밖에 없으니 그리 질투하진 마시길.
에필로그
2세대로 변모한 투싼 iX, 외모와 성능 모두 확실한 업그레이드를 이루며 나타난 녀석은 분명 오랫동안 큰 인기를 누릴 것이 분명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활약 또한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흠을 잡자면 수치보다 약간 떨어지는 체감연비 정도. 하지만 이는 운전습관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전문매체의 시승처럼 달리는 오너는 그야말로 극소수일 것이니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일부에선 여전히 국산차, 특히 현대차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난 안티 팬들이 많고, 기자 역시 그들의 말도 틀린 것 없다는 입장으로 중립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현대-기아차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점은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고가의 수입차들도 많이 접하는 입장이지만 투산 iX와 같은 모델을 시승할 때면 과거 수입차와 별개로 구분하던 관점에서 아예 벗어나 동일하게 비교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적어도 이 녀석 만큼은 동급의 수입 SUV들보다 치켜세워준다 한들, 거기에 돌을 던질 수 있는 무모한 안티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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