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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진리의 명차 - 폭스바겐 뉴 골프 2.0 TDI

해치백이란 장르에서 무조건 1순위에 꼽히는 차, 유럽 최대 메이커 폭스바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 1974년 시작한 1세대로부터 6세대가 등장할 때까지 긴 세월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2,6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최고의 베스트셀러. 이 자그마한 해치백이 명차라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6세대보단 5.5세대에 가깝지만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아짐. 매력적인 가격과 연비, 뛰어난 정숙성. 주행감성은 역시 독일 차. 두말할 필요 없는 베스트셀러. 여전히 동급에서 최고의 선택.

6세대 골프에 대한 설명은 위의 여섯 문장으로 정리하고 끝내버려도 그만이다. 너무 유명해서 출시와 동시에 모든 것이 까발려진(?) 이유로 자세한 시승기는 다른 차종들에게 순번이 밀려버린 녀석.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파헤쳐봐야 하는 녀석이 아닌가도 싶다.

기자도 폭스바겐이라 하면 골프가 먼저 떠오른다. 폭스바겐의 라인업엔 분명 골프보다 높은 가격대의 화려한 차종들도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유독 골프에만 눈이 가는 것은 이 녀석의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이유 때문이겠다.


해치백이 미운오리새끼처럼 괄시받아왔던 한국에서도 골프의 이미지는 나쁘지 않다. 아니, 젊은 층에게는 이미 아름다운 백조마냥 찬양받는 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와 더불어 골프의 경쟁자인 다른 해치백들의 인기 또한 날로 높아지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세단이 아니면 차도 아니다’ 라는 식으로 차의 장르에 대해 허세와 편견을 가진 고지식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조차 골프는 그런 자동차 후진국스러운 성향을 조금은 바꿔버린 것이다. 해치백이기 때문에 현대에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i30이 처음부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인기를 누린 것도 같은 맥락, 이른바 골프 효과라 해도 무방하다. 그러한 골프의 6세대 모델 중에서 한국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된 2.0 TDI를 통해 베스트셀러의 진가와 장단점을 알아보도록 하자.


차종을 불문하고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차체 색상은 그레이 계열. 마침 시승차로 주어진 골프는 United Grey 라는 진회색이었다. 얼핏 보면 5세대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그것은 해치백 형태와 골프 특유의 꺾이는 C필러 형상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 현상일 뿐, 전체적으로 세심한 변화를 거쳐 둥글둥글했던 외모가 적당히 각진 라인들로 다듬어졌기 때문에 구형 대비 더 암팡지고 튼실해 보이면서 스포티한 분위기도 한층 높아졌다.


블랙배젤 헤드램프와 긴 일자형 라인의 그릴 가운데 폭스바겐 엠블럼이 포인트인 앞모습은 다부진 느낌을 자아낸다. 오버행도 그리 길지 않아 스포티하고 정돈된 라인이 돋보이고, 측면에선 골프 특유의 간결한 실루엣으로 이어지다가 뒷모습 역시 심플한 라인과 디테일이 주를 이룬다. 전체적으론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모던하고 깔끔한 이미지.


실내 역시 간결하고 심플한 이미지로 전형적인 폭스바겐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화려하게 치장한 모델들과 비교하면 심심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만, 독일차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고 재질감도 무난하며 딴딴한 조립품질의 우수성 또한 뛰어나다. 이러한 인테리어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튀지 않으면서 기본기가 뛰어난 골프 본연의 성격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본기가 뛰어나다 해도 가죽시트 정도는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산차의 경우 구입할 땐 대부분 인조가죽 시트라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수입차도 어지간하면 가죽시트는 기본이기 때문에 이렇듯 완연한 직물시트는 너무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직물시트가 적용된 푸조의 일부 모델들처럼 질감이 우수하고 탄탄해서 가죽시트가 아쉽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모르지만.


버튼이 전혀 없는 스티어링휠도 최근엔 흔치 않은 아이템(?)인지라 오히려 이쪽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사이즈나 그립감은 적당한 편이다. 아우디와 비슷해진 계기판은 구형 대비 속도계의 숫자 크기가 일정해졌으며 침침했던 파란 조명도 깔끔한 화이트로 변해서 시인성이 높아졌다.

센터페시아 또한 상단의 비상등 조작버튼을 포함해 오디오와 공조장치 조작부가 단순하게 들어가 있으며 편의성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러한 조작들은 주행 중 최대한 간결하고 빠른 것이 최고인지라 화려함보단 손쉬운 조작성이 먼저이기 때문. 기어변속레버에 새겨진 DSG 로고는 흐뭇한 미소를 안겨주며, 그 위쪽으로 ESP, 주차센서, 파크어시스트 등의 조작버튼들이 보인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간결한 옵션이면서 썬루프가 달려 있다는 것은 또 뭔가 아이러니하다. 기자가 만약 폭스바겐의 상품기획 담당이었다면 국내판 2.0 TDI를 구성할 때 썬루프 대신 가죽시트를 적용했을 것이고, 파크 어시스트 대신 스티어링휠 조작버튼과 패들시프트로 구성했을 것이다.

썬루프와 가죽시트는 차의 급을 감안하면 둘 다 빠져도 상관없지만 국내 실정에선 가죽시트가 먼저이지 싶다. 또한, 가장 주차하기 쉬운 편에 속하는 컴팩트한 해치백에 파크 어시스트란 장비가 꼭 들어가야만 할까? 타사 시스템 대비 단가가 저렴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실용성보단 오로지 마케팅 용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지간한 오너라면 직접 주차하는 것이 더 빠를 테고, 주차 실력이 부족한 오너라도 골프 정도의 차체 크기로 파크 어시스트의 도움까지 받아야 한다면 운전 자체를 관두는 편이 현명하겠다. 이런 장비는 차체가 클수록 필요한 것이지, 골프에서는 주차센서만으로도 충분 그 이상이다.

무난한 뒷좌석과 차체 대비 넉넉한 트렁크 공간 등은 경쟁모델과의 머리 아픈 고민 끝에 골프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로서 큰 비중을 차지할 터, 외모에서 스타일리쉬함을 조금 포기하는 대신 얻게 되는 쏠쏠한 실용성이다. 물론 오너가 철저한 독신주의라면 관점이 달라지겠지만.


전체적인 구성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이나, 탄탄한 주행성능과 흡족한 주행감성을 비롯해 훌륭한 정숙성, 뛰어난 연비 등은 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골프의 진가이자 묘미가 아닌가 싶다.

3세대 커먼레일 2.0 TDI 엔진이 장착되어 최고출력 140마력(4200rpm), 최대토크 32.6kg.m(1750~2500rpm)를 발휘하며, 듀얼클러치 미션인 6단 DSG와 조합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변속감과 뛰어난 연비가 특출한 장점이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7.9km, 실 연비 또한 하이브리드 부럽지 않은 수준을 체감할 수 있으며 배기가스는 유로5 기준까지 충족시킨다.


전반적인 주행특성은 구형대비 소프트한 부분도 있지만 같은 골프를 떠나서 보면 여전히 대형세단 저리가라 할 정도로 묵직한 감각, 거기에 컴팩트한 해치백의 장점으로 날카롭고 민첩한 운동성능이 더해졌다고 보면 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초반 응답성은 예민하지 않고 반 박자 느리게 반응하면서 여유롭게 출발한 후에 DSG의 빠른 변속에 따라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이내 시원스런 가속을 펼쳐나간다.

탄탄한 하체가 기반이 되어 차체 크기나 휠/타이어 등의 여러 세팅을 감안하면 고속 안전성은 놀랍다 싶을 정도로 뛰어난 수준. 핸들링 특성 자체가 워낙 묵직하기도 해서 높은 속도의 급차선 변경 혹은 인터체인지를 빠르게 돌아나가는 경우에도 심리적인 안정감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무거운 스티어링 감각은 유턴이나 주차 시 약간 버거울 수 있는 정도지만, 전반적인 주행을 감안하면 역시 너무 가벼운 것보다는 이쪽이 유리하다.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높은 강성을 느끼면서 두터운 토크감과 빠른 변속으로 재 가속을 펼치며 이리저리 돌아나가는 굽이진 코스에선 만족감이 한층 높아진다.


기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부분은 디젤엔진이 장착되었지만 소음 감소를 위한 기술들이 대거 적용되어 뛰어난 정숙성을 자랑한다는 것. 앞 유리의 특수 소음 감소 필름, 새로 개발된 엔진 마운팅과 도어 씰링, 변화된 사이드미러 디자인 등으로 정지 상태와 주행 시의 정숙성 모두 차의 급을 훨씬 뛰어넘는 흡족한 수준이다. 동급에서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만큼 정숙하고, 6기통 이상 고가의 디젤모델들과 견주어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

레이저로 용접한 튼튼한 차체, 무릎 에어백 포함 7개의 최첨단 에어백, 액티브 헤드레스트 등의 안전 장비들은 차의 급을 떠나 아무리 넘쳐나도 불만스럽지 않은 부분.


에필로그
6세대로 진화한 폭스바겐 골프는 오랜 세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델답게 해치백의 정석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예쁘고 화려한 경쟁 모델들 대비 겉모습에선 존재감이 덜 할 수도 있지만, 찬찬히 뜯어볼수록 점점 끌리는 요소들을 착실하게 갖추고 있다. 골프 라인업에서 2.0 TDI는 가격과 연비 모두 만족스럽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장 구매욕을 자극하는 폭스바겐의 주력 모델이 되겠다.

명차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가격만 높다고 명차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통과 역사가 스며들어 있고 오랜 세월 수많은 오너들에게 인정받으며 그 명성을 이어가는 것, 그런 의미에서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목표로 하는 이상적인 베스트셀러가 바로 골프이지 싶다. 다만 최고의 자리는 올라서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훨씬 어려운 법, 쟁쟁한 경쟁 모델들의 탄생과 진화 또한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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