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XJ6의 출시 이후 재규어의 플래그십 모델 XJ의 변화는 전통과 미래지향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디자인으로 주목 받고 있다. 또한 혁신적인 첨단 기술을 적용하며, 진보된 고성능 엔진을 탑재해 운전자를 위한 최고의 주행성능을 선사하는 모습 역시 빠질 수 없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글 /
김훈기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설레임’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올바른 단어는 아니지만, ‘설레다’ 혹은 ‘설레이다’라는 표현보다는 ‘설레임’이 어느 순간부터 익숙하게 여겨진다. 아마도 무의식중 인지되는 광고효과에 기인하겠지만, 하루가 한 달이 비슷한 일상을 살다 보면 슈퍼에서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설레임’이라는 단어는 빙과류의 하나로 인식될 뿐 다소 생소하게까지 여겨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상에서 벋어나는 기분 좋은 무엇인가를 계획하거나, 그러한 상황들을 예견하게 된다면 누구나 설레임이란 단어를 자연히 떠올리듯, 이런 두근거림과 약간의 기분 좋은 불안감은 때론 신선한 자극과 삶의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일탈을 계획하고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재규어 브랜드의 차량을 시승하게 되는 날은 한 달에도 수많은 신차와 시승을 만나는 기자에게도 언제나 설레임을 맛보게 되는 날. 그 만큼 기대가 크고, 재규어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말이다.
이번 재규어 XJ를 시승하는 순간 역시 그 동안의 믿음처럼 설레임을 느끼게 되는 순간 이였다. 물론 5.0 슈퍼스포츠였다면 짧은 시승인 만큼 더욱 극단적인 인상을 받았겠지만 재규어를 대표하는 기함급 모델인 XJ에 효율성까지 갖춘 트윈터보차저 디젤 역시 또 다른 모험심을 자극한다. 더군다나 전장이 5,247mm의 롱휠베이스 버전은 첫 대면부터 남다른 포스를 풍겼다.
더 이상 변화된 재규어의 디자인이 이제는 낯설지 않게 여겨진다. 지난 XF의 파격적인 변신이 그렇듯 XJ의 변화도 이안 칼럼의 21세기형 재규어 만들기에 대한 의지가 느껴진다. 과거 위트 넘치는 캐주얼한 영국신사를 떠올리는 클래식한 디자인은 더 이상 재규어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아니다. 에어로다이나믹의 정수를 대변 하듯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운 라인 처리와 곳곳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움은 전통과 첨단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떠올리게 된다.
전면은 대형 메쉬그릴과 슬림한 헤드램프 디자인이 첫 인상을 주도한다. 대형라디에이터 그릴은 뛰어난 존재감과 상단 중앙에 재규어를 상징하는 앰블럼을 위치해 고성능 차량다운 포스와 브랜드 전통성을 내뿜는다. 헤드램프는 그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날카롭게 디자인해 언뜻 구형 XJ를 떠올리게 되는 후드캐릭터 라인과 함께 날렵함을 과시한다.
사이드 디자인은 전형적인 스포츠 쿠페를 지향하는 모습으로 비교차종과 견줘도 결코 작지 않은 전장과 휠베이스가 무색할 정도의 유연한 실루엣을 보여준다. 독특한 D필러 처리로 얻게 된 부드러운 뒤쪽라인과 물방울을 형상화한 크롬 몰딩 사이드 윈도우는 공기저항계수를 0.29Cd에 이르게 하는 디자인의 백미.
후면 디자인은 전면 헤드램프와 일맥상통하는 LED 테일램프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세로 형태로 테일게이트 상단에서 시작해 기함급 모델에 걸 맞는 적당한 무게감을 지탱한다. 아름다운 외관과 함께 디자인의 핵심 구성요소인 알루미늄 차체는 리벳본딩 방식을 채용해 경쟁차종보다 고강성과 경량화를 이뤄 전장, 전폭, 전고가 5,247mm, 1,894mm, 1,448mm 임에도 공차중량 1,940kg을 이루고 있다.
각 메이커를 대표하는 기함급 차종에서 언급되던 호화 요트의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은 XJ에서도 여전히 빠질 수 없는 덕목으로 자리한다.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에 사용된 우드는 각 차량마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 나오는 목재를 사용해 질감과 색감의 통일을 이루도록 하고, 도어에서부터 대시보드 상단까지 최상급 무늬목으로 인테리어를 감싸고 있어 고풍스러우면서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 또한 이중 스티치로 처리된 천연 가죽은 인테리어의 감성을 높여주는 요소.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클래식한 멋을 풍기는 푸른색 시계를 중심으로 제트기의 엔진을 연상 시키는 에어밴트가 이색적인 모습으로 자리한다. 호화 요트의 디자인을 차용했다는 설명이니 어쩌면 요트의 제트엔진을 떠올려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 하단에는 8인치 통합형 AV시스템이 위치하는데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오디오, 온도조절과 같은 각종 차량정보를 터치식으로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정해 두었다. 버튼식에 비해 아무래도 터치감이 즉각적인 반응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 아쉬운 부분.
센터콘솔에는 이제는 익숙해진 XF에서도 볼 수 있었던 다이얼 방식 재규어 셀렉트 레버가 적절한 블랙 하이그로시와 크롬처리와 함께 위치한다. 이번 인테리어에서 XJ의 가장 큰 변화는 아이터치로 불리는 가상 계기판을 꼽을 수 있겠다. 기존의 아날로그식 계기판의 대체방식인 이것은 모든 정보를 12.3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보여준다. 시각적으로 각종 그래픽 디테일이 화려한 XJ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며 세팅에 따라 표시되는 정보를 차별화시킬 수도 있는 부분이 특장점.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은 들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트렌트를 느낄 수 있다.
총 6가지 라인업을 통해 파워트레인에서 3가지 엔진사양을 선보이는 신형 XJ는 각 라인업 마다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느낌. 먼저 전체 라인업을 선도하는 5.0리터 V8 수퍼차저 엔진은 510마력, 63.8kg·m의 최대토크로 제로백이 4.9초에 불과한 가공할 성능을 과시한다. 그리고 동급 자연흡기 V8 가솔린 엔진도 함께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힌 모습.
또한 이번 시승을 통해 만나본 3.0리터 AJ-V6D Gen Ⅲ 디젤엔진은 최대출력 275마력에 최대토크 61.2kg·m의 힘을 발휘하며 트윈 시퀀셜 터보차저가 장착돼 제로백은 6.4초에 불과한 강력한 동력성능을 과시한다. 또한 12.7km/l의 연비가 결합해 합리성까지 갖췄다.
스티어링휠 우측에 작은 스타트 버튼과 함께 흡사 맹수의 소리와 유사한 그르렁 거리는 엔진음이 시작된다. XF 디젤과는 동일 엔진이지만 또 다른 음색을 전해주는 느낌. 엑셀에 발을 올리지만 쉽게 힘이 들어가진 않는다.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약간의 두려움과 과감한 담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엑셀을 힘껏 밟아본다. 즉각적인 반응이 또 다시 몸과 영혼을 분리시켜 버린다.
275마력의 파워와 61.2kg·m의 토크는 큰 차체를 너무도 쉽게 깃털처럼 가벼운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디지털 계기판의 속도계가 100km/h에 도달하기까지 정신은 이미 혼미한 상태. 수치상 제로백 6.4초는 실제로는 눈 깜빡 할 타이밍으로 전달된다. 이후 120~160km/h 이상의 가속도 거침없다. 물론 지속적인 탄력을 받는다면 속도는 계속 상승곡선을 이룬다. 하지만 사실상 초반 몸으로 전해지는 속도감 이후 고속에서 느껴지는 스피드는 체감이 쉽지 않다. 계기판상 눈금으로만 전달될 뿐. 그 만큼 가속감이 빠르다는 말을 전하고 싶을 뿐.
초반 고회전에서 느껴지는 엔진음을 제외한다면 실내로 유입되는 여타의 음색도 없음이 계기판의 속도계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이런 가공할 성능의 바탕에는 직진주행성에서는 물론 코너링 시에도 도로를 움켜쥐듯 치고 나가는 단단한 하체와 예리한 핸들링, 믿음직스러운 브레이크 성능에 기초한다.
기존 재규어 하면 떠오른 이미지는 다소 클래식한 디자인과 국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건 아마도 재규어가 갖고 있던 고유의 디자인과 성능에 대한 인식이 아직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면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재규어에서 출시되는 차종을 보며 전통과 진보에서 합리성까지 갖춰진 모델을 통해 그 동안 재규어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디젤차랑에 대한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앞으로 당분간은 재규어의 아이콘이 아름답고 품위 있는 고성능 자동차로 인식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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