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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흠 잡을 곳 없는 매력덩어리 - 쉐보레 아베오


올란도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된 쉐보레 차종은 GM의 차세대 글로벌 소형차인 아베오(Aveo). 5도어 해치백이 먼저 판매를 시작하고 4도어 세단은 차후 출시될 예정이다. 올란도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시장에 선보일 아베오를 정식 출시에 앞서 사전공개 발표회와 시승행사를 통해 미리 만나봤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김훈기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대 이상의 상품성을 보여줬던 올란도에 이어, 마찬가지로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아베오를 처음 마주한 느낌은 뭐랄까... 고놈 참 잘생겼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은 해치백이지만 균형미가 넘치고 볼륨감도 상당해서 결코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다.

전면의 듀얼 매쉬 그릴과 가운데 노란 나비넥타이 쉐보레 엠블럼은 올란도와 마찬가지 형태로 패밀리룩을 나타낸다. 헤드램프는 듀얼 크리스털 헤드램프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그냥 겉에 투명 커버가 없는 형태다. 두 개의 실린더 타입에 크롬 링이 사용되는 등, 꽤나 디테일한 모습이라 원가절감보다는 개성표현에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측면에선 또렷한 라인이 위아래로 교차되어 흐르며 강인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나타낸다. 리어 도어손잡이는 마티즈처럼 상단에 숨어있는 형태인데, 사용하기엔 다소 불편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후면 리어램프는 헤드램프와 동일한 형태로 꾸며져 통일감을 더한다.


실내를 살펴보면, 일단 소형차치곤 꽤나 넓은 공간이 만족스럽다. 대쉬보드, 센터페시아, 도어트림 등에 사용된 재질과 조립품질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전반적인 완성도는 상당한 편. 각종 버튼이나 다이얼 등의 조작감도 무난하다.

쉐보레 특유의 좌우 대칭형 듀얼 콕핏 디자인을 토대로, 실내 곳곳의 디테일도 세련된 모습을 자랑한다. 다만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계기판은 호불호가 갈릴 듯. 시인성이 괜찮다는 언급만 하고 넘어가겠다. 오래전 대우 르망의 속도계가 디지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렴풋하게나마 그때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디자인보다 더 만족스러운 것은 실내 곳곳의 각종 수납공간이다. 일단 도어 하단에 1.5리터 페트병을 꽂을 수 있고, 센터페시아 좌우에도 작지만 편리한 수납공간이 눈에 띈다. 글로브박스 상단엔 독립된 수납공간이 존재하며 안에는 USB 단자도 마련됐다. 트렁크 공간은 굳이 뒷좌석을 폴딩하지 않아도 합리적인 수준. 결국 아베오는 작은 덩치로도 쏠쏠한 공간 활용을 가능케 하는 기특한 면모를 가졌다.


이제 궁금했던 아베오의 주행 실력을 알아볼 차례. 참고로 이번 시승행사 코스는 주행 테스트 용도로 부족하진 않았지만, 아쉽게도 지난 올란도 때보다 짧은 구간이었고 주변 차량들이 유달리 협조를 하지 않아 적극적인 사진 촬영이 진행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베오는 1.6리터 직렬 4기통 DOHC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준중형급에 해당하는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114마력(6000rpm), 15.1kgm(4000rpm)로 무난한 수준.


도심 주행으로 시작해 정체구간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강변북로에 접어들기까지의 느낌은 예상보다 편하고 조용하다는 것. 다소 방정맞거나 시끄러울 것이라는 소형차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움과 정숙성 등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전해오는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은, 작은 차에게 기대할 수 있는 순발력이나 기동성에서 다소 무딘 감각인지라 아쉽기도 하다.


어느덧 도심을 빠져나와 한적한 도로가 시작될 무렵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디지털 속도계는 이렇게 속도 변화가 급격한 상황에서 직관적이지 못한 장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예상보다 꾸준히 치고 올라가는 가속감에는 은근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도 초기 반응과 마찬가지로 진중한 감각으로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편인데, 이런 감각은 올란도에서도 느껴졌던 것으로 쉐보레 차종의 전반적인 성격일 수 있겠다.

수동모드에서도 빠르고 직관적인 변속 타이밍을 제공하기보단 반 박자씩 느긋하게 반응하는 타입. 기어변속레버 상단 측면에 위치한 토글시프트 버튼은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으며, 마치 게임을 하듯 재미도 주면서 적응될수록 편리할 것 같다.


다음은 아베오의 하체에 대한 부분인데,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고속에서 급차선 변경을 반복하거나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가기 시작하자, 왠지 처음부터 심상치 않던 하체의 반응이 갈수록 예사롭지 않다.

과장 조금 보태면 독일차의 냄새가 풍기는 서스펜션 세팅이라고 해야 할까. 같은 해치백으로선 폭스바겐 골프나 푸조 207의 느낌이 떠오를 정도로 꽤나 단단하고 탄탄한 감각을 선사하는데, 실제로는 라세티와 닮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하체는 직진 안정성과 코너링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며 완성도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멍청한 하체였다면 다소 과해보이는 17인치 신발까지 신었다가 이도저도 아닌 기분 나쁜 부작용만 일으켰겠지만, 똑똑한 하체가 기반이 되어 커다란 신발도 자연스럽고 편하게 녹아들어간다. 같은 서스펜션 방식을 사용하는 국산 준중형 차종에서 나오는 불만들은 결국 방식 때문이 아니라 완성도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아베오의 주행 감성은 예상외로 부드러운 반응과 우수한 정숙성으로 소형차 이상의 감각을 전해주기에 충분한 반면, 진중하고 느긋한 성격이 답답하게 느껴질 여지도 있다. 하지만 탄탄하고 뛰어난 하체가 운전 재미를 충분히 이끌어내는 만큼, 무난하게 타기엔 자동변속기 모델도 좋겠지만 수동변속기에 거부감 없는 오너라면 굉장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추가적으로, 차체 65% 이상에 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동급 최고의 차체 강성을 자랑한다는 이야기가 거짓은 아니어서, 소형차치고 훌륭한 안정감을 제공하는데 커다란 뒷받침을 하고 있다. 브레이킹 감각은 올란도나 다른 GM차들과 마찬가지로 페달의 답력은 무디면서 무겁고, 초반 응답성은 아쉽지만 후반에 확실히 제어가 되는 감각이다.


에필로그
쉐보레 브랜드가 선보이는 두 번째 차종 아베오는 여러모로 흠 잡을 곳 없이 꽤나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이정도 급에서 기대할 수 있는 대부분의 요구조건들은 모두 갖춘 영특한 녀석이다.

한편으로, 최근 등장하는 신차들은 과거와 달리 별로 모난 구석 없으면서 전반적인 완성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시승행사 말미에 있던 질의응답 시간에는 기자들이 차량에 대한 이런저런 단점이나 요구사항들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지난 번 올란도 때도 그랬지만 사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단한 문제들도 아니었거니와 괜한 생트집 잡는 수준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을 가만 지켜보면서, 자동차를 대하는 소비자나 전문가들의 보는 눈도 엄청나게 까칠하다는 것 또한 새삼 느꼈고, 그 비위를 모두 맞추기 위해 애쓰는 메이커들의 심경도 조금은 이해가 되는, 메이커도 소비자도 전문가도 아닌,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차량 자체가 아니라 메이커 편향적인 성향을 가진 소비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은 자동차를 구입하는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독과점은 결국 소비자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과 품질에 불만을 갖기 이전에 각자의 사고방식부터 전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익숙한 물건만 계속 사용하는 습관은 그리 현명하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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