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럭셔리 고성능 쿠페인 벤틀리 컨티넨탈 GT 시리즈. 그 중에서 벤틀리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하다는 컨티넨탈 슈퍼스포츠를 만났다. 벤틀리 특유의 호화로운 안락함을 잃지 않으면서 슈퍼카 뺨치는 무시무시한 출력과 치밀한 퍼포먼스까지 발휘하는 궁극의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 이 사치스러운 괴물 머신은 일반적인 양산차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고차원의 신세계를 너무나 손쉽게 펼쳐낸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motorjournalist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배기량 5998cc W형 12기통 트윈터보 엔진, 최고출력 621마력, 최대토크 81.5kg.m, ZF 퀵시프트 6단 자동변속기, 전후 40:60 AWD 시스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맞춤형 20인치 경합금 휠, 각종 경량화 부품, 0-100km/h 3.9초, 최고속도 329km/h, 프리미엄 가죽과 카본 패널의 2인승 구조, 기타 등등...
자동차에 관심이 많거나 매니아라 자부한다면 위에 열거한 내용들만 봐도 범상치 않은 녀석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테고,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마 최고속도 329km/h라는 대단한 수치 정도는 눈에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차원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차량 가격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시승기 처음부터 초호화니 럭셔리니 괴물 머신이니 하면서 별의 별 수식어를 다 갖다 붙이다니, 그렇게 대단한 차라면 대체 얼마냐며 가격부터 궁금해질 수 있겠다.
일단 차량 가격만 3억 7,500만원. 원하는 옵션에 따라 더 높아질 수도 있으며, 세금을 합친 총 구입비용은 4억이 조금 넘지 않을까. 집 한 채가 도로 위를 굴러다니는 셈이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차 한 대 값으로 그 정도 액수를 지불할 여유와 능력이 되고 이런 성격의 차를 좋아한다면 당장 벤틀리 전시장으로 달려가시라. 장담하건데 적어도 그 돈 값어치는 하는 차다. 만에 하나 가격대비 별로라고 느낀다면 당신은 돈만 많았지 이 차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소유할 자격은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엔 그 흔한(?) 벤츠 S클래스나 평생 타는 것이 현명하겠다.
이제 반대로, 당신이 4억 짜리 차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형편이라면 이 시승기라도 꼼꼼하게 읽어보시라. 세상에 이런 차도 있다는 것을 알아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 누가 차에 대해 아는 척이라도 하면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는 어떠냐며 기습 질문을 할 수도 있고 말이다. 상대방이 좀 어설프게 대답한다 싶으면 벤틀리가 어느 나라 차냐고 물어보는 것도 괜찮다.
일단은 영국차라고 해야 맞는 대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히스토리는 조금 복잡한데, 벤틀리의 창업자인 오웬 벤틀리가 1918년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으나 이후 경제 공황의 여파로 롤스로이스에 합병되었고, 다시 시간이 흘러 인수합병을 통해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모두 BMW 소유가 된다. 하지만 또 다시 BMW는 롤스로이스만 소유하게 되고 벤틀리는 폭스바겐으로 넘어오면서, 현재는 폭스바겐 산하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벤틀리가 폭스바겐의 플랫폼을 사용하기도 하며, 폭스바겐의 W형 12기통 엔진이 장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폭스바겐이 포르쉐를 집어삼킨 여파로 벤틀리의 플랫폼으로 포르쉐의 신형 모델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모든 벤틀리 모델의 생산은 영국과 독일의 공장에서 대부분의 공정이 장인의 수작업으로 이뤄져 진정한 명품으로 태어나게 된다.
외관을 살펴보면 기존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예술적인 차체 라인은 그대로. 거기에 슈퍼스포츠는 다른 컨티넨탈 GT들과 차별화된 디테일이 눈에 띄는데, 앞 범퍼 좌우의 수직 흡기구와 보닛의 에어벤트 등은 멋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향상된 엔진 출력에 대응하는 냉각 시스템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다크 스모크 스틸 마감처리 된 20인치 휠 안으로 들어찬 거대한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디스크가 어지간한 소형 차 휠보다 크게 느껴지기도.
후면에선 컨티넨탈 GT의 상징과도 같은 와이드한 보조제동등과 납작한 듀얼 머플러가 인상적이고, 80km/h 이상의 속도에서 전개되는 리어스포일러는 평소엔 깔끔하게 모습을 감추고 있어 전체적인 라인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밖에, 다른 컨티넨탈 GT들이 크롬을 사용한 부분에 슈퍼스포츠는 특수한 공법으로 제작된 다크 스틸 처리를 해서 화려함보단 스포티함에 비중을 둔 모습이다. 차체 하단에 이어지는 얇은 몰딩의 가격만 해도 꽤나 고가일 것이 분명하다.
실내 인테리어는 당연히 고급스럽지만 스포티한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최고급 가죽과 알칸타라, 카본 재질 등이 조화를 이루며 스포츠 버킷 시트와 함께 차체 무게를 줄이는 경량화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시트 조작이 의외로 수동식인 것은 슈퍼스포츠의 성격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경량화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으로 뒷좌석을 들어내고 수납공간으로 대체하면서 강성을 높이기 위해 카본 지지대를 설치한 것 또한 레이싱카 버금가는 폭발적인 성능을 뒷받침하려는 노력이다.
이제 슈퍼스포츠의 진가인 주행 성능을 확인할 차례. 파워트레인과 성능에 대한 수치는 초반에 언급했으니 재미없게 반복하지 않겠다. 모든 차가 그렇지만 특히나 이런 종류의 녀석들은 제원표에 적혀있는 숫자들만 침 흘리며 들여다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실제로 달릴 때의 느낌, 주행 감성이라고 하는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벤틀리들이 그러하듯 슈퍼스포츠 또한 감성적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한 최고만을 선사한다.
일단 가속페달을 밟아대면 웅장한 엔진음과 묵직하고 화려한 배기음이 오른발의 지휘에 맞춰 하모니를 이루며 그야말로 온 몸을 자극하는 전율을 소리로 전달한다. 지금껏 들어왔던 훌륭한 엔진음과 배기음을 가진 수많은 차종의 다양한 음색들이 모두 합쳐진 느낌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 이 듣기 좋은 사운드 하나만으로도 슈퍼스포츠의 가치는 이미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무서운 가속 능력은 육중한 덩치가 무색하리만큼 폭발적. 퀵시프트 변속기는 그 이름처럼 엄청나게 빠른 감각은 아니지만, 평범한 자동변속기와 비교할 수 없는 쾌적한 반응으로 출력 대비 장단을 잘 맞춰주는 편이다. S모드에서는 엔진 회전수를 뚜렷하게 상승시키며 날카롭고 압도적인 가속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간단하고 편안하게 300km/h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는 차가 얼마나 있을까? 하드코어한 슈퍼카와는 또 다른 고성능 GT의 매력에 빠져버리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힘들 듯 싶다.
타이어 마모상태를 비롯해 시승차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코너링에 있어서는 슈퍼스포츠라 해서 다른 컨티넨탈 GT보다 확연하게 뛰어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레이싱 머신에 근접할 정도로 특화된 모델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조금 더\'를 원하는 오너들에게 어필할만한 차별성은 갖추고 있다.
브레이킹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워낙에 출력이 높아서 이 정도면 무난한 수준이라는 아이러니한 결론이 나온다. 물론 \'세라믹\'이란 단어가 붙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혹사시켜도 꾸준한 실력만큼은 믿음직스럽다.
시승기와는 별개로, 300km/h 이상 달리는 자동차 이야기가 나오면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달릴만한 도로나 있냐는 질문과, 그렇게 달리지도 못하는데 왜 그런 차를 타냐는 질문. 최소한 이 글을 읽었다면 앞으로 이런 멍청한 질문은 하지 말자.
최고속도 300km/h인 자동차는, 100km/h로 달려도 최고속도 300km/h인 자동차답게 달린다. 최고속도 200km/h인 자동차가 100km/h로 달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최고속도를 내지 않아도 어떤 속도에서나 엄청난 가속을 즐길 수 있고, 그런 출력에 비례하는 전반적인 세팅이 되어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그대로 오차 없이 달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런 종류의 자동차를 동경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멋들어진 디자인 때문만이 아닌 것이다.
에필로그
뭐든지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이 따르는 법. 하지만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는 우주선을 상상하지만 않았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수준높은 실력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억\'이 아니라 \'몇 억\'이라는 가격에도 결국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새로운 컨티넨탈 GT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형은 현재 슈퍼스포츠에만 적용된 일부 기술들이 기본으로 적용되어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판매 시점은 6월 이후로 예정되어 있는데, 한 단계 발전한 벤틀리의 아이콘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아마도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여줄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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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오토]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 프리미엄 갤러리
[메가오토]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 프레스 갤러리
[메가오토]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 신차발표회
[메가오토]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 댓글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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