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수입차 시장 돌풍의 핵이자 중형세단 판매순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신차가 등장했다. 폭스바겐 뉴 파사트는 거품 쫙 빠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는 독일 중형세단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메리트와 가치를 지녔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시승기에 앞서, 북미형 파사트가 들어온다는 것을 두고 독일차가 아니라느니, 미국차라느니 하는 의견들이 있기에 먼저 짚고 넘어가겠다. 현대차 에쿠스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면 에쿠스가 미국차인가? 생산지가 미국일 뿐이지 당연히 한국 차다. 한국형 쏘나타와 북미형 쏘나타는 설계가 다른가? 물론 현대차의 경우는 이것저것 좀 다를 수 있다 치자. 본국에서 만들어진 차보다 미국에서 만든 차가 더 좋다는 소문도 파다하긴 하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거대 메이커라면 당연한 이치. 다른 유럽권 수입차들도 내수형이나 유럽형이 아닌 북미형 버전도 많다. 더군다나 파사트가 만들어지는 미국 채터누가 공장은 전 세계 자동차 공장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친환경 인증을 획득한 첨단 공장이다.
이제 뉴 파사트의 외관 디자인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디자인이 가장 어려운 디자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뉴 파사트의 디자인은 성공작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심플한 직선적인 라인에 중후함과 스포티함이 더해진 이미지는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멋스러움을 완성했다.
늘어난 차체 사이즈와 휠베이스도 중요한 포인트. 알기 쉽게 국산차와 비교하면 수치상으론 쏘나타와 그랜저의 중간정도 크기다. 하지만 과도한 디테일로 복잡해 보이는 차들과 다르게 파사트의 경우 심플한 디자인이 맞물려 웅장한 느낌도 자아낸다.
실내로 들어서면 폭스바겐 특유의 익숙한 분위기와 더불어 실용적이고 보수적인 색채가 물씬 풍겨난다. 시트는 기본적으로 안락한 착좌감이지만 의외로 몸을 제법 잘 지지해주는 영민함도 갖췄다. 합리적인 가격을 고려하면 화려한 편의장비들은 없을지언정 내비게이션과 버튼시동장치를 비롯해서 있을 건 다 있는 구성도 나쁘지 않다. 운전석에 3인분의 메모리시트가 적용된 것이 유독 눈에 띄는데, 여러 가족이 번갈아가며 타는 경우 굉장히 유용한 장비로서 패밀리세단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한 구성이 엿보인다.
보수적인 우드그레인은 골프나 제타에 익숙한 연령대에겐 거슬릴지 모르겠으나 파사트의 주요 고객층을 고려하면 장점이 될 수 있으며,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에서 클래식한 디자인이 유행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어긋나지 않는다. 오히려 품격이 떨어지는 아날로그시계와 너무 큰 주차브레이크 레버 등 사소한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얼핏 봐도 굉장히 넓어 보이는 실내 공간은 대형세단 못지않은 넉넉함이 느껴진다. 늘어난 휠베이스 덕을 톡톡히 본 뒷좌석에 앉으면 체감상 페이톤을 능가할 정도로 쾌적하기 그지없다. 트렁크 공간 또한 드넓은 실용성이 돋보인다. 결국 파사트의 전반적인 설계와 구성은 탄탄한 실용성과 편리함에 초점이 맞춰져있으며, 이러한 경우 타면 탈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타입이라고 보면 된다.
다음은 파사트의 성능과 주행감각을 알아볼 차례. 시승차는 판매의 주력인 2.0 TDI 모델로서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 버전의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엔진과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인 6단 DSG가 맞물려 여유롭고 매끈한 성능을 발휘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뻗어나가면 성격상 폭발적인 가속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넉넉한 토크감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고속에 이르기까지 스트레스 없는 가속을 이끌어낸다. 무난하게 치고 올라가는 속도계가 더디게 느껴지다가도 주춤거리는 기색이 없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게 되는 타입. 차체 사이즈와 효율성을 감안하면 일상에서 필요 충분한 성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뉴 파사트의 기본적인 주행감각은 부드러운 편이다. 하지만 절대 물렁하지 않고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절묘한 경계선에서 이상적인 세팅을 자랑한다. 튼튼한 섀시 강성을 바탕으로 노면을 잘 걸러내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안정적인 하체로 인해 스티어링 휠을 느긋하게 돌려나가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유격이나 빈틈은 없다. 독일차 특유의 흐뭇한 핸들링 감각을 여지없이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맨 정신의 파사트의 오너들이 그럴 일은 없겠지만, 고속에서 급격한 차선변경을 반복하고 굽이진 코너에서 과격하게 몰아붙여도 어지간해선 안정감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단지 빠르게 멈추기 위함이 아닌 빠르게 달리기 위한 브레이킹 능력도 수준급. 경쟁모델로 지목되고 있는 평범한 중형세단들이 결코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점에서도 파사트는 자세를 다잡을 수 있다. 이 탄탄한 기본기야말로 자동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안전장비인 것이다.
에필로그
뉴 파사트는 그야말로 자동차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중형 패밀리세단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차 특유의 주행 안전성과 디젤엔진의 효율성이 결합된 폭스바겐스러운 매력도 여전하다. 여기에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디자인과 넉넉한 차체 및 실내공간까지 더해져 기본기에 충실한 구성을 자랑하고 있다.
기자 개인적으로 이번 시승기는 평소보다 약간의 칭찬을 보탠 감도 없잖아 있다. 그런 사실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자동차의 본질에 대한 가치가 희석되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유독 국내실정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자동차 전문기자 입장에서는 화려한 옵션으로 치장한 차보다 기본기가 훌륭한 차를 칭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며, 소비자들 또한 언젠가부터 스펙과 편의장비로만 승부하는 일부 제조사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쓸데없는 옵션장난 대신 기본기가 탄탄한 차를 원하면서도, 막상 그런 차를 접하게 되면 편의장비가 부족하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이중적인 잣대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자동차는 세상에 없지만 어떤 차가 좋은 자동차인지에 대한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이바흐나 부가티 베이론을 타지 않는 한, 선택의 기준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자동차의 본질이어야 한다. 폭스바겐 뉴 파사트는 바로 그러한 기준에 잘 부합하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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