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5는 멋진 디자인과 무난한 성능을 지닌 훌륭한 쿠페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제네시스 쿠페의 엉덩이만 쳐다봐야 하고, 굽이진 코너에서는 시로코보다 감흥이 떨어진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A5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고성능 모델 S5와 오늘의 주인공 RS5다. S5가 일상에서의 편안함을 포기하지 않는 고성능이라면, RS5는 서킷을 질주해야 어울릴법한 머신의 성격을 지녔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RS5의 겉모습은 독일산 고성능 모델 특유의 디자인 공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튀지 않으면서도 스포티한 디테일들이 가미되어 세련되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 와이드한 차체를 기본으로 매쉬타입 싱글프레임 그릴, 큼직한 머플러, 휠하우스를 꽉 채운 티타늄룩 20인치 휠 등은 심플하면서도 은근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요소들.
실내로 들어서면 슈퍼카에나 있을법한 제대로 된 버킷시트가 RS5의 성격을 대변하듯 스포티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다. 하지만 착좌감이 너무 타이트해서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덩치 큰 체형이라면 앉아있는 자체가 스트레스로 느껴질 수 있겠다. 정통 스포츠카에도 이 정도 버킷시트는 흔치 않은지라 S5 정도의 적당한 버킷시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카본 재질로 치장된 실내 인테리어와 D컷 스티어링 휠, 곳곳에 새겨진 RS5 로고 등은 사소할지 몰라도 특별한 모델이라는 심리적인 만족감을 높여준다. 아우디의 MMI 시스템은 여전히 쓰임새가 불편한 느낌. 공조장치를 조작할 때마다 특히 거슬린다.
최근 아우디 모델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한국형 내비게이션 또한 개선이 절실하다. 목적지 입력방식은 꽤나 인내심을 요구하며 지도화면과 안내음성은 굉장히 조잡하고 헷갈린다. 만약 이 내비게이션을 따로 판매한다면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절대 자기돈 주고 구입할 사람은 없을 듯. 수준 이하의 질 떨어지는 장비가 차량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평범한 모델이었다면 내비게이션 하나만으로도 점수를 많이 잃었겠지만, 고성능 모델인 RS5에서 주행성능 이외의 부분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내달리기 시작하면 내비게이션 화면은 곁눈질로 훑어볼 찰나조차 없이 재빠른 가속으로 돌진해나간다.
리터당 100마력 이상인 450마력을 발휘하는 V형 8기통 4.2L 자연흡기 엔진과 7단 S-트로닉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맞물려 뿜어내는 출력은 매끄럽고 빠르며 압도적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네 바퀴 굴림 특유의 끈끈한 접지력으로 인해 초반에도 구동력 손실이 적어서 0-100km/h 가속시간 4.5초는 쉽사리 기록할 수 있다. 이후 고속 영역까지 솟구치는 가속도 순식간이지만 제원표상의 최고속도까지 도달하려면 마지막 40km/h 정도를 남겨둔 시점부터 인내심이 필요하긴 하다.
RS5의 하체는 R8 못지않게 단단하고 최신의 콰트로 시스템이 어우러져 뛰어난 안정감과 접지력을 이끌어낸다. 기차가 레일 위를 따라가듯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안정적인 감각은 경쟁자들을 넘어서는 수준. 한편으론 과도한 안정감 때문에 스릴과 재미가 반감된다는 아이러니한 아쉬움도 밀려든다.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고 짜릿한 M3와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서 나타나는데, 이상적인 밸런스와 감각적인 측면에서 후륜구동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스템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어느 쪽이 정답이라거나 더 낫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 고성능 모델이 갖춰야 할 덕목 중에서 안정감과 운전재미 둘 중 어디에 더 초점이 맞춰졌냐는 것으로 취향에 따라 선택해야 할 부분이다.
세심하게 파고들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드라이빙 셀렉트 인디비쥬얼 모드에서 서스펜션을 컴포트에 놓아도 하체는 높은 과속방지턱을 조심스레 넘어야 될 정도로 굉장히 단단한 반면, 스티어링은 다이내믹으로 설정해도 하체와 완벽히 어울릴 만큼 묵직하진 않다. 어쨌든 RS5를 타고 달리는 시승 당일은 폭우가 쏟아지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코너를 돌아나가는 퍼포먼스와 충분한 제동력 등은 부족함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고성능 모델의 중요 체크사항인 엔진음과 배기음을 짚고 넘어가자. 묵직한 벤츠 AMG나 카랑카랑한 BMW M의 반템포씩 텀을 두고 터지는 소리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RS5의 음색은 오른발에 즉답식으로 반응하면서 고음과 저음이 적절하게 섞여있는 편. 엔진음과 배기음조차 마치 스피커에서 들려오듯 굉장히 기계적인 느낌이다.
에필로그
아우디 RS5는 치밀한 기술력이 집약된 거의 완벽한 머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치밀해서 재미없다는 결론이 나올만한 여지도 충분하다. M3나 C63 AMG보다 일상에서 더 불편한데 주행감성은 더 떨어진다. 세컨카 개념이라면 굳이 정통 스포츠카 대신 선택할만한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조금 더 대놓고 비교하면 수치적으론 모든 면에서 M3를 능가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감성은 M3가 더 낫다. 콰트로는 상품성을 높여주는 굉장한 무기일지 몰라도 스포츠성 강한 모델에서는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결국 RS5는 바라만 봐도 흐뭇한 멋들어진 고성능 쿠페인건 분명하지만, 마음을 휘어잡고 구매욕을 불러일으킬만한 그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 유일한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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