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은 마치 비상한 머리를 타고난 우등생 같았다. 단 4개의 차종만으로도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SM5는 르노삼성의 뿌리로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성공을 거두며 과거 한 때 중형세단 시장에서 쏘나타를 강력하게 위협하는 2인자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었다.

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플랫폼의 국적을 바꿔 출시된 현행 3세대 모델 역시 성공의 바통을 넘겨받는 듯 했으나 화려하게 업그레이드된 경쟁자들의 등장에 힘없이 밀려나고 말았다. 더불어 위기에 빠진 르노삼성은 SM5의 응급수술을 결정하고 3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SM5 플래티넘’을 출시했다.


SM5의 무난한 외관은 패밀리 세단의 덕목과도 같았지만 이제 경쟁자들의 강렬한 인상에 사로잡힌 소비자들은 이를 싱겁게 여기게 되었다. 결국 SM5 플래티넘 역시 유행을 따라가기로 한 듯 차의 이미지에 가장 비중이 높은 앞부분을 집중적으로 손 봐 페이스리프트의 한계 속에도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냈다. 프론트 그릴의 디자인을 바꾸고 LED 주간주행등과 내부 디테일을 새롭게 꾸민 헤드램프를 장착했으며 보닛에는 파워돔을 적용했다.


뒷부분은 리어램프에 직접 조명 LED와 면발광 LED를 함께 넣고 크롬 마감을 더해 고급감을 높였다. 보수적 스타일링에 화려한 디테일을 덧칠해 세련미를 높이면서 보다 젊어진 느낌을 주고 있다. 새롭게 선보인 다크 크롬 휠도 이러한 의도에 상응하는 아이템이다.


실내는 겉보기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무난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준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 뒤쪽의 핸즈프리 리모컨은 재질과 마감 모두 눈에 띄게 품질이 떨어진다. 에어컨 송풍구 가운데 위치한 퍼퓸디퓨저는 프랑스식 감성을 잘 드러내는 기능으로 입구 모양은 볼품없지만 향기는 아름답다. 최근 고급 세단들을 위시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각지대 경보장치도 추가됐다.


소프트웨어에는 보다 많은 변화가 있는데, 우선 내비게이션의 지도가 SK T-Map으로 변경되었다. 더불어 스마트폰의 테더링을 활용한 기능들로 SK 주유소에서 내비게이션 지도를 업그레이드 하거나 실시간 빠른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에코 드라이빙 지수를 측정해 자신의 순위를 확인할 수도 있다.


SM5 플래티넘은 2.0L 가솔린 엔진에 CVT가 조합되어 있다. 구형의 2.5L 모델은 자취를 감췄다. 성능은 변화 없이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19.8kg.m의 힘을 낸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CVT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지만 일상 주행에서 동력성능에 별다른 아쉬움은 없다. 수치상으로 다소 앞서는 동급 경쟁자들과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제동력도 만족스러운 수준.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돌아가고 정확성이나 반응은 우수한 편이다. 하체는 패밀리 세단으로서 적당하지만 다소 물렁한 느낌이며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성향이 강하다. 개인적으론 시트포지션이 너무 높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차와 몸이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기 때문에 운전재미나 승차감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예나 지금이나 SM5의 가장 훌륭한 점은 소음 억제 능력이다. 엔진음은 물론 노면 소음까지 잘 걸러내 뛰어난 정숙성을 유지한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의 뛰어난 음질, 촉감이 좋은 나파 가죽 시트와 옵션으로 고를 수 있는 동급 유일의 마사지 기능은 운전의 피로를 달래주는 회복제다.


복합연비는 12.6km/L로 신연비 기준으로 국산 중형 세단 중 가장 뛰어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무래도 새로운 연비 측정 방식에서 CVT 변속기가 강점을 보이는 덕분. 실제 연비는 동급 경쟁자들과 비교해 큰 차이를 나타내진 않을 것이다.


르노삼성이 절치부심으로 내놓은 뉴 SM5 플래티넘.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다. 앞으로 르노삼성이 SM5 플래티넘을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읽어냄과 동시에 그동안의 고난을 타산지석 삼아 더욱 매력적인 차들을 선보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