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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훌륭한 패밀리카의 미덕, 혼다 오딧세이

1994년 미니밴 시장에 뛰어든 오딧세이는 당시 경영위기를 맞은 혼다의 구원투수로 등판, 일본과 미국에서 모두 대성공을 거두며 위기를 완벽히 틀어막고 혼다의 재도약을 이끌어낸 구세주였다. 현재는 능수능란하게 영토를 침범하는 크로스오버들에 밀려 조금 시들해지긴 했지만, 북미시장에서는 여전히 해마다 10만대 이상 팔리며 살아있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현행 오딧세이는 일본 내수용과 북미형이 다르게 만들어진다.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지난 2010년 선보인 4세대 북미형으로 미국에서 개발됐으며, 따라서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덩치를 키워 더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일본 내수용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세단스러우며 스포티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한다. 북미형은 2열에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했지만 일본 내수용은 일반 세단 도어를 장착한 것에서 성격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전면에는 덩치에 어울리는 혼다의 패밀리룩 그릴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아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낸다. 그 밖에 별다른 특징이나 장식적 요소들은 없지만 눈꼬리를 올려 모서리를 강조한 헤드램프가 날렵한 느낌을 준다. 측면은 무난하게 보이지만 이대로 평범하게 끝낼 수 없다는 듯 C-필러 부분의 벨트라인을 비틀어 놓아 흥미를 자아낸다. 루프라인은 트렌드에 맞춰 약간 경사진 모습.


실내로 들어서면 넉넉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실용성에 중점을 둔 미니밴답게 내장재는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고급스러운 느낌은 적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는 트립 컴퓨터 정보와 라디오 정보 등이 표시되고, 더불어 국내에서 추가된 내비게이션과 DMB 등의 기능이 들어있다. 완성도는 좋지만 내비의 경우 터치로 조작해야 하는데 화면이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어 그리 편하지는 않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서랍식 수납공간과 에어컨 공기로 냉장이 가능한 쿨링박스가 있으며, 이밖에도 크고 작은 수납공간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2열 시트 앞에 위치한 비닐봉지 걸이는 장거리 여행에서 쓰레기통이 필요할 때 요긴하다. 슬라이딩 도어는 양쪽 모두 전동식으로 열고 닫을 수 있으며 운전석에서도 조작 가능하다. 2열 시트는 경쟁 모델인 시에나의 최고급 오토만 시트에 비하면 조금 초라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장거리 주행에서 탁월한 안락함을 제공해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차고가 낮아 타고 내리기 수월한 점도 패밀리카로서의 미덕이다. 3열 시트는 미니밴의 장점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일단 7인승 SUV들과는 차원이 다른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는 뒷부분이 깊게 파여 있어 3열 시트를 사용할 때도 꽤 많은 짐이 수납된다. 3열 시트는 원터치로 손쉽게 접히고 2열 시트는 수동으로 떼어낼 수 있어 다양한 형태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5.0kg.m를 발휘하는 V6 3.5L 가솔린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의 조합. 덩치가 커서 굼뜨게 움직일 것 같지만 의외로 순발력이 좋다. 저회전에서 힘이 좋아 가속이 수월하고 어떤 영역에서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8.8km/L의 복합연비는 차의 급을 감안했을 때 수긍이 가는 수치.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한 결과 정숙성은 매우 뛰어나고 고속에서도 승차감이 좀처럼 망가지지 않는다. 코너에서도 덩치와 무게가 무색할 정도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돌아가는 편이어서 큰 차가 부담스럽지 않다면 여성들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겠다.


명성이 품질에 대한 보증서는 아니지만 오딧세이는 분명 \'좋은 차\'다. 전체적으로 명성에 어긋나지 않는 우수한 상품성을 지니고 있으며,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편안하고 포근하게 온 가족을 품을 수 있는 차이기 때문이다.

다만 디젤 엔진 대비 취약한 연비와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 등 국내시장에선 만만치 않은 장벽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경쟁자인 시에나가 국내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고, 초반이지만 오딧세이에 대한 반응 역시 그에 못지않은 만큼 수입차 시장의 다양성을 한층 넓혀나가는 역할을 해내리라 기대해 본다.

혼다 오딧세이 프리미엄 갤러리
혼다 오딧세이 프레스 갤러리
혼다 오딧세이 신차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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