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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신선한 베이비 SUV, 한국지엠 쉐보레 트랙스

트랙스는 여러모로 신선하게 다가오는 차다. 한국지엠이 선보이는 첫 소형 SUV이자 국내 시장에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하는 모델이며, 역시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하는 등 새로운 요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도심을 주 무대로 삼는 ‘ULV(Urban Life Vehicle)’라 내세우며 20~30대의 젊은 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한국지엠의 주도 아래 개발된 트랙스는 소형차 아베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기존의 국산 컴팩트 SUV들보다 더 작은 체구를 지닌 새로운 세그먼트로 등장했다. 형태는 익숙한 SUV의 모습이지만 도심용으로 특화된 성격을 지니고 있어 경쟁 모델로 스포티지와 투싼 뿐 아니라 쏘울이나 카렌스 등 다양한 차종이 꼽힌다.

트랙스의 외관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SUV의 느낌. 튀지 않는 남성적인 외모에 장식적인 요소도 많지 않아 수수한 인상을 준다. 외모에 반할 만큼 큰 매력을 주진 못하지만 누구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고 쉽게 질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전면은 쉐보레 특유의 대형 듀얼 그릴이 볼륨감을 강조해서 차체가 더 크게 느껴지는 효과를 준다. 측면은 뻗어 올라가는 윈도 라인과 뒤쪽으로 기울어진 루프 라인이 맞물려 다이내믹한 느낌을 주고, 커다란 휠 아치와 펜더의 캐릭터 라인이 강인한 이미지를 더한다. 시승차는 최상위 모델인 LTZ로 18인치 알로이휠이 장착되었다.


실내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심플한 구성이며 센터페시아에 알루미늄 느낌의 장식을 더해 포인트를 줬다. 스마트키와 버튼시동장치, 오토에어컨 등의 선호도 높은 아이템들을 옵션으로도 제공하지 않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반면 듀얼 글로브박스, 1.5리터 페트병이 들어가는 도어 포켓, 풍부한 컵홀더 등 수납공간에 대한 배려는 충분하다. 센터페시아 좌우에 파인 홈은 휴대폰 수납용으로 훌륭한 장소다.


7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전화통화, 음악감상 뿐 아니라, 마이링크에서 지원하는 어플들을 활용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브링고 내비게이션 어플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마이링크 가격을 고려해도 기존 순정 내비게이션 대비 훨씬 경제적이며 후방카메라도 포함된다. 하지만 운전자가 여럿일 경우 어플을 각자 구매해야 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단점도 있다.

브링고 내비게이션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T-맵에 사용되는 SK 플래닛 맵을 채택했다.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긴 힘들지만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어도 기능성은 여타 내비게이션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물론 어플이기 때문에 한 번 구매하면 업그레이드는 무료다.


뒷좌석은 일반적인 소형차들의 평균치보다 나은 수준의 레그룸을 제공한다. 폭도 조금 더 여유가 있지만 아무래도 성인 3명이 앉기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2열 하단의 220V 소켓은 여러모로 유용한 장비. 아울러 시트가 6:4로 접혀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엉덩이 부분을 먼저 접은 후 등받이를 따로 접어야 평평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시동을 걸면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이 만족스럽다. 파워트레인은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Gen II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 같은 플랫폼의 아베오에는 1.6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되지만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다운사이징을 감행했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20,4kg.m로 일반적인 준중형급의 1.6리터 엔진보다 뛰어난 출력을 발휘한다.


실제 가속을 해보면 파워트레인의 세팅이 연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데,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기 전까진 2,000rpm 전후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마치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가 제공되는 수입차에서 에코 모드를 선택하고 달리는 느낌. 오른발에 힘을 잔뜩 줘도 회전수는 부드럽게 상승한다. 따라서 공인연비와 비슷한 수치에 도달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소 의외인 것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수입산 컨티넨탈 타이어를 신고 있다는 점. 트랙스와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타이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제품 중 우리가 요구하는 구름저항 수치를 충족시킨 타이어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12km/L 이상의 연비를 목표로 세팅했다고 한다. 디젤 엔진이 없는 만큼 연비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비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가속 시 힘이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페달 반응이 즉각적이지 않아 경쾌한 맛은 떨어지긴 해도 넓은 구간에서 고른 토크를 뿜어내며 제법 빠르게 속도를 붙여나간다. 반면 시승을 할수록 힘보다는 제동력에서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이 다소 느슨한데, 한국지엠 차들이 예전부터 이러한 특성을 보이긴 했지만 트랙스의 경우 적응하기 더 어려운 느낌이다.


앞, 뒤 서스펜션은 각각 맥퍼슨 스트럿, 토션 빔 방식. 전해지는 하체의 느낌은 제법 탄탄하며, 전반적으로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유연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스티어링은 가벼우면서도 꽤나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도심의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편하게 차를 다룰 수 있겠지만 고속에서는 안정감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된다. ESC, ABS, 힐 어시스트, 6-에어백 등을 기본 탑재한 점은 칭찬받을만하다.


새로운 요소들을 다양하게 보유한 트랙스는 출시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많은 이들이 기존 국산 컴팩트 SUV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리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보다 높은 가격, 디젤 엔진의 부재, 조촐한 인테리어 등으로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젊은 세대가 선호할만한 스마트키 시스템이나 LED 램프, 파노라마 선루프 등의 아이템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더욱이 트랙스는 차량 자체만 놓고 보면 애초에 기대한 만큼 소형차급 이상의 공간과 우수한 실용성을 자랑하며, 주행능력에서도 전반적으로 만족할만한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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