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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흙 속의 다이아몬드 - 포드 포커스 디젤


유럽 포드에서 글로벌 C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어 전 세계로 판매되는 3세대 포커스. 상당한 상품성을 자랑했던 가솔린 모델의 기억을 되새기며 이번에는 성격이 다른 디젤 모델을 만나봤다. 독일 자를루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포커스 디젤은 유럽 포드의 우수한 디젤 엔진 기술력과 노하우를 자랑하며,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서 수많은 우승을 거머쥔 레이싱 DNA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탄탄한 주행감각을 선보인다. 훌륭한 실연비와 가격 경쟁력은 최고의 무기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외관상으로는 전형적인 유럽산 해치백의 모습. 스포티하면서 암팡진 외모에 개성이 돋보이는 스타일이다. 각각의 디테일 또한 마찬가지로, 특히 전면의 커다란 3분할 공기흡입구와 후면의 독특한 리어램프 형상이 눈에 띈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전륜구동임에도 앞 오버행이 길지 않고, 비스듬히 누운 A필러부터 시작된 루프라인이 뒤에서 살짝 낮아지며 빵빵한 엉덩이와 맞물려 공격적인 형상을 자아낸다.


실내로 들어서면 스포티한 느낌이 더욱 배가된다. 전투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서, 기어변속레버를 비롯한 각종 장비들이 손에서 가깝게 배치되어 달리는 도중에도 모든 조작이 굉장히 간결하고 편리하다. 크지 않은 적당한 사이즈의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손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며, 단단한 느낌의 시트는 자세가 잘 잡히고 몸을 제법 잡아주는 등 예사롭지 않은 기본기가 돋보인다.


뒷좌석에 앉아보니 차체 대비 부족함 없는 공간과 함께 시트의 착좌감이 굉장히 안락하다. 한국이나 일본차들과 분명히 다른 독일차들의 시트에서 느껴지던 절묘한 편안함이랄까. 이렇듯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는 실질적인 부분에서 포커스는 의외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디젤 모델의 평균 가격이 가솔린 모델보다 오히려 저렴하기 때문에 편의장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지만, 버튼시동 스마트키와 썬루프를 비롯해 기본적인 장비들은 모두 갖추고 있다. 옵션 끼워 팔기가 아닌 적당한 구성으로 가격 거품이 빠졌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이제 포커스 디젤의 백미인 파워트레인과 주행실력을 알아볼 차례. 시승차인 트렌드 모델의 심장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7kg.m의 2.0리터 디젤 엔진이다. 이 정도면 충분한 힘이지만 여기서 100만원만 더 지불하면 같은 엔진에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4.7kg.m로 출력을 높인 스포츠 모델도 가질 수 있다. 참고로 포드의 디젤 엔진은 미니,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피아트, 푸조, 시트로엥 등 다양한 유럽 브랜드의 차량에도 탑재된다.

동급에서 더 이상 골프만의 특권이 아닌 듀얼클러치 6단 자동변속기는 재미난 주행과 뛰어난 연료 효율성을 동시에 뒷받침하며 포커스의 가치를 한껏 드높인다. 가솔린 모델에서와 마찬가지로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러운 감각이며, 스포츠 모드를 지원하고 기어변속레버에 달린 변속버튼으로 수동변속도 가능하다.


주행감각을 이야기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 체크사항은 바로 뛰어난 효율성이다. 일단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7.0km/L로 동급 최고수준. 하지만 공인연비를 무색하게 만드는 실제 연비를 경험해보면 포커스 디젤의 진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연비대회에 참가한 듯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럽게 주행할 필요도 없다. 그저 연비운전에 조금 신경을 써야겠다는 정도로 오른발에 힘을 빼고 느긋하게 달리면 어느새 공인연비를 넘어서버리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테스트삼아 100km 이상의 거리를 주행하고 기록한 평균연비는 무려 23.3km/L에 이르렀다. 80km/h 정도의 속도로 정속 주행한 구간이 많았지만 올림픽대로 정체구간을 힘겹게 지나기도 했던 코스에서 나온 결과다. 정체구간이 없었다면 분명 더 높은 평균연비도 기록하지 않았을까.


다음은 주행감각으로 넘어가보자. 기어변속레버를 D모드에 놓고 느긋하게 주행하면 가솔린 엔진 못지않은 정숙성이 돋보인다. 컴팩트한 덩치와 필요 충분한 힘으로 여유로운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반면 S모드에서는 D모드와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며 성격이 돌변한다.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모든 반응이 즉답식으로 빨라지고 두터운 토크감으로 매끄럽게 쭉쭉 뻗어나가는 맛이 꽤나 쏠쏠하다.

그 상태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쭉 뻗어나가면 듀얼클러치의 재빠른 변속과 함께 꽤나 시원스런 가속이 펼쳐진다. 고속 영역으로 넘어가면 속도계의 바늘이 굼뜨게 올라가지만 배기량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차급에 비해 탁월할 정도로 안정적인 편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포커스의 탄탄한 하체와 코너링 실력. 스티어링 감각부터 묵직하고 날카로운 전형적인 유럽차의 성격이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며, 예상을 뛰어넘는 단단하고 세련된 하체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고속에서의 차선 변경이나 인터체인지에서 느껴지는 안정된 거동 또한 흐트러짐 없는 모습. 훌륭한 접지력과 탄탄한 섀시로부터 전해져오는 믿음직한 감각들은 급격한 코너를 만났을 때 스티어링 휠을 마음먹은 대로 휘감아도 일체의 불안감 없는 깔끔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급브레이킹을 반복해서 시도한 결과 역시 예상보다 안정적인 반응. 포커스는 이렇듯 주행성능의 모든 부분에 걸쳐 의외의 실력을 보여주는 핫 해치로서의 성격도 지녔다.


에필로그
3세대 포커스를 처음 마주하고 가솔린 모델을 시승했을 때는 개성 넘치는 외모와 만족도 높은 실내 인터페이스에 첨단 장비들까지 결합된 매력적이고 똑똑한 녀석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쏠쏠한 운전재미까지 곁들여졌으니 오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흡족한 차가 아닐 수 없었다.

뒤이어 등장한 포커스 디젤은 독일산 디젤차 특유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다. 이와 더불어 훌륭한 파워트레인, 뛰어난 실제 연비, 탄탄한 주행실력 등은 동급 최고수준.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품성은 상당하다. 흔해빠진 표현이지만 날로 치열해지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포커스 디젤이야말로 흙 속의 진주, 아니 다이아몬드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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