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해치백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전쟁터 중 하나다. C 세그먼트 해치백의 상징인 골프를 비롯해 포드 포커스, 푸조 308, 르노 메간느 같은 전통의 대항마들이 있고, 최근에 들어서는 BMW 1시리즈, 아우디 A3, 벤츠 A클래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까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수년 전부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차 세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 격전지에 볼보 V40이 출사표를 던졌다.
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V40이라는 이름은 지난 1995년 S40의 왜건 버전으로 등장했지만 2004년 2세대 모델의 이름이 V50으로 바뀌며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후, 2012년 제네바모터쇼에서 볼보가 선보인 새로운 해치백에 이 이름이 다시 붙여졌다. 아울러 \'Designed Around You\'라는 볼보의 새로운 브랜드 컨셉트 아래 태어난 첫 번째 모델이기도 하다. 여기엔 무엇보다 인간 중심의 차를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볼보가 새로운 주인을 받아들인 후, 아이언마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사뭇 달라졌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지위를 누린 볼보에겐 꽤나 아픈 상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과감하게 내민 볼보의 도전장은 기대감을 한껏 높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허세 섞인 외침으로 들리기도 한다. 과연 진실은 어떨까.
봄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 제주에서 V40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가졌다. 호텔 앞에 나란히 도열한 색색의 V40과 마주했다. 국내에는 서울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되고 T5 가솔린 엔진과 D4 디젤 엔진 두 가지 라인업이 출시된다. 세부적으로는 T5 스탠다드가 엔트리 모델이며 그 위로 T5, D4가 있고 D4 프리미엄이 최상위 모델로 자리 잡는다.
먼저 외관을 보자. 볼보는 그동안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외관 디자인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동안 우리는 XC60이나 S60 등을 통해 그 결과를 보았는데, V40에 이르러 볼보가 더 값진 결실을 맺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잘 다듬어진 몸매가 다부진 느낌을 주고 낮은 노즈와 치켜 뜬 눈매가 전면부에 강렬한 인상을 더한다. 측면에는 쿠페 스타일의 실루엣과 뒤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윈도 라인이 날렵한 느낌을, 후면부에는 우아한 곡선의 조화가 정교한 느낌을 준다. 외관은 최근의 볼보 차종 중 가장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물론 안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행자 에어백이 가장 돋보인다. 보행자가 차에 충돌하면 순간적으로 보닛이 약 10cm 상승하며 전면 유리 하단부와 양쪽 A필러를 감싸는 \'U\'자 형태의 에어백을 팽창시킨다. 보행자가 차에 부딪힌 후, 2차로 강성이 강한 A 필러와 윈도, 보닛에 머리를 부딪혀 큰 부상을 입는 것에 착안한 안전장비다.
아울러 볼보 차종 중 처음으로 무릎 에어백을 장착했으며, 사고위험 시 스스로 멈춰서는 시티 세이프티가 전 모델에 적용된다. 또한 차선 이탈 경고, 사각 지대 및 후측면 접근 차량 경고, 충돌 경고 등 운전자의 방심을 허락하지 않는 수많은 안전장비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12 유로 NCAP 충돌 테스트’에서 역사상 최고 점수를 획득했다.
먼저 D4 모델을 시승했다. 문을 열자 볼보 특유의 단정한 실내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전반적으로는 S60과 비슷한 느낌. 적어도 시각적인 고급감은 동급에서 가장 뛰어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감이 살아있다. 마감 수준 역시 훌륭하다. 최근 모든 볼보 차종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기어 레버는 V40에서 보니 어색함이 덜하다. 굳이 딴죽을 부리자면 외관에 비해 신선한 느낌이 떨어진다는 정도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누그러뜨릴 아이템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프레임을 없앤 룸미러는 감성적 만족도가 상당하다. 다음으로는 기존 볼보 차들에서 가장 투박하다고 생각했던 계기판의 변신. 고해상도 LCD를 채용한 계기는 퍼포먼스, 엘레강스, 에코 등 세 가지 테마를 제공하며 서로 다른 컬러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1열의 버킷 타입 시트는 직물 소재로 D4 프리미엄 모델에만 가죽 시트가 적용된다. 뒷좌석은 아무래도 성인 셋이 앉기엔 여유롭지 못하다. 두 명이 앉기에는 충분하고 헤드룸도 생각보다 여유가 있다. 아울러 천장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한 파노라마 선루프가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뒷좌석은 6:4로 분할 폴딩이 가능하다.
2.0리터 D4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77마력에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발휘한다. 4기통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동급에서 유일하게 5기통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4기통 엔진과 비교하면 무게가 무겁고 제작비가 더 나가지만, 소음과 진동의 억제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아울러 스트로크를 짧게 설계해 순발력과 회전질감이 좋은 편이다.
어쨌든 D4 엔진의 힘은 V40의 체구를 이끌기엔 과분하게 느껴진다. 경쟁 모델과 수치를 비교하면 골프, 포커스와는 제법 차이가 나고 BMW 120d 스포츠와 대등한 수준이다. 토크는 가장 높다. 다만 풍부한 힘을 얻은 만큼 복합연비는 15.4km로 이들 중 가장 낮다. 그래도 스타트-스톱 기능이 장착되어 연료 낭비를 막아준다.
1,750rpm부터 뿜어내는 최대토크 덕에 오른발에 조금만 힘을 줘도 D4 엔진은 힘자랑에 여념이 없다. 엑셀러레이터를 밟는 족족 경쾌하게 뻗어나간다. 속도를 붙일수록 반응이 다소 무뎌지긴 해도 빨리 지치는 편은 아니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에 놓으면 우선적으로 S모드가 되며 액셀러레이터 반응과 변속이 한층 빨라진다.
공회전에서나 가속에서나 소음은 경쟁자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체는 상당히 탄탄한 편인데 섀시와 구동장치 일부를 공유하는 포커스의 디젤 모델과 비교했을 때 보다 탄탄한 감각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승차감은 거칠게 느껴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 역시 적당한 무게감과 탄력으로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불편을 주지 않는다.
D4의 능력을 체감한 뒤 T5 모델에 올랐다. T5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13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6.9초. D4의 8.3초와 비교하면 제법 차이가 크다. 이처럼 D4를 능가하는 순발력과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움, 아울러 여유로운 rpm을 바탕으로 보다 역동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가속 시 귓가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음색이 자꾸만 오른발을 부추긴다.
기본적인 주행 특성은 D4와 다르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다이내믹한 주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향에 따라서는 딱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승차감의 희생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차의 성격에 맞는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코너링 실력도 흠잡을 곳이 없다. 민첩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과 견고하게 화답하는 하체, 믿음직스러운 제동력까지. 여기에 볼보에서 코너 트랙션 컨트롤이라 부르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언더스티어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거동을 돕는다.
전반적으로 V40은 동급의 경쟁자들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실력자다. 매력적인 외모와 수준 높은 인테리어를 지녔고, 주행감성은 그보다 더한 감명을 준다. 볼보는 여전히 정상급의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며, V40은 기개 높은 도전자임이 판명되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국내 출시 라인업에 아쉬움이 있다. 아무래도 T5와 D4 두 가지 엔진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두 엔진 모두 상당히 파워풀하기 때문에 다른 사양의 수준은 유지하면서 엔진 그레이드를 낮춘 더 저렴한 모델들을 선보이는 것이 판매량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볼보는 V40을 앞세워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문득, 영화 식스센스가 떠오른다. 모든 것을 뒤바꾸는 ‘마지막 5분’이 시작되기 전까지, 기자에게 식스센스는 꽤 괜찮지만 대단히 인상적이진 않은 영화로 각인되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 우리가 보아 온 볼보처럼. 하지만 그 순간, 브루스 윌리스 아내의 손에 들려있던 반지가 땅에 떨어졌다. 반전은 시작됐다.
볼보 뉴 V40 프리미엄 갤러리
볼보 뉴 V40 프레스 갤러리
추가정보를 입력해주세요!
서비스(이벤트, 소유차량 인증 등) 이용을 위해, 카이즈유 ID가입이 필요합니다.
카이즈유 ID가 있으신가요?
카이즈유 ID를 로그인 해 주세요.
SNS계정과 연결되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