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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완벽을 넘어선 진화, 폭스바겐 뉴 골프

골프라는 이름은 단순히 하나의 차를 일컫는 명칭 이상의 의미가 있다. 1974년 탄생한 골프는 해치백의 정의를 정립했으며, 언제나 동급의 기준이 되어왔다. 사람들은 골프가 속한 세그먼트를 ‘골프 클래스’라 부른다. 전 세계 어떤 브랜드가 발을 내딛더라도 그 영역의 기준은 오직 골프이며, 모든 판단은 골프와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해치백의 바이블, 골프에 담긴 의미다.

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해치백의 무덤이라 여겨지던 한국에서도 골프는 빛을 잃지 않았다. 예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금기시되던 소형차, 해치백, 디젤 엔진이라는 세 가지 불문율을 모두 극복하고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어쩌면 이 역시 골프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골프는 폭스바겐 그룹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모델이다. 그리고 이 말은 폭스바겐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동일한 의미로 전해진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등의 개발자들은 물론, 생산 라인에서 골프를 만들어내는 근로자들, 전시장에서 차를 판매하는 딜러들까지. 이들 모두에게 골프라는 두 글자는 뜨거운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동반한다.

때문에 골프에는 폭스바겐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며, 그 결과 언제나 가장 뛰어난 가치를 지닌 완벽에 가까운 차로 탄생되어 왔다. 골프의 역사는 자신을 뛰어넘어 완벽 위에 또 다른 완벽을 만들어내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결국, 새로운 골프가 넘어야할 가장 큰 산은 바로 자신이다. 이번 7세대 역시 그러한 역사를 반복해낼 수 있을까?


우거진 녹음 위로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붓던 부산에서 7세대 골프를 만났다. 전반적으로는 구형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외관. 지속성이야말로 골프에게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단번에 골프로 인식되어야 한다. 코카콜라처럼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개선되고, 정교해지고, 세련되어질 뿐이다.

7세대의 혁신은 차의 바탕이 되는 플랫폼에서부터 시작된다. 신형 골프는 MQB(가로배치 엔진 전용 모듈 매트릭스) 플랫폼에서 처음 만들어진 폭스바겐 모델로, 무려 100kg에 달하는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덩치를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성과. 물론 그 혜택은 고스란히 구매자의 몫이 된다. 더불어 자동차 마니아라면 MQB 플랫폼에서 태어난 자동차들이 업계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가까이 다가서면 이전보다 커진 차체가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태어난 7세대는 전장과 휠베이스가 늘어났고, 앞 뒤 오버행은 짧아졌으며, 전폭은 넓어지고 전고는 낮아졌다.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스타일리시한 비율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간결하면서도 날렵한 이미지의 디테일들이 더해져 한결 고급스러운 느낌도 전해준다. 골프의 상징인 독특한 C필러는 더욱 속도감 있게 표현되었다.


변화된 외관의 느낌은 실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골프 최초로 운전자 중심의 설계를 적용한 실내는 넓어진 폭이 확연하게 느껴지고, 센터페시아에는 블랙 하이그로시를 잔뜩 덮어 화려함을 강조했다. 시트는 엉덩이와 등이 닿는 부분이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로 덮여 있어 예전의 직물 시트에 비해 질감이 한결 나아졌다. 더불어 시트와 스티어링 휠의 조절 폭이 여유로워 어떤 체형에도 꼭 맞는 운전 자세를 만들어준다.


운전석으로 살짝 기운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5.8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마련되었다. 터치 방식에 다양한 그래픽으로 눈을 즐겁게 하지만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썬루프는 외부에서 보면 파노라마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반 선루프보다 조금 더 크게 열리는 수준. 아울러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블루투스 등 기본 사양은 제법 풍부하게 갖춰져 있다.


부산에서 거제도로 이어지는 시승은 국내에 출시되는 1.6 & 2.0 TDI 모델로 진행되었다. 외관상으로는 1.6 모델에 할로겐 헤드램프와 싱글 머플러, 2.0 모델에는 제논 헤드램프와 트윈 머플러가 적용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 실내에서는 1.6 모델에 수동 에어컨, 2.0 모델에는 자동 에어컨과 썬루프가 장착되어 있다. 한편, 9월에는 가죽시트가 적용되고 내비게이션을 지원하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2.0 TDI 프리미엄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수많은 차종을 통해 선보인 2.0 TDI 엔진은 충분한 힘과 우수한 연비를 모두 갖춘 팔방미인이다. 1,750rpm부터 터져 나오는 32.6kg.m의 풍부한 토크를 빠르고 매끄러운 6단 DSG 변속기가 능숙하게 요리해 시원한 가속력을 펼쳐낸다. 정숙성은 이전보다 나아진 것 같지만 미세한 차이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6.7km다.


기본기가 탄탄하게 다져진 주행실력은 골프의 명성을 만들어낸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검은 빛 바다 위에서 심연으로 빠져 들어가도 그저 편안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가대교 위를 고속으로 질주해도 일말의 불안을 주지 않는 안정감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더불어 신형 골프는 노멀, 에코, 스포트, 인디비주얼 등 총 네 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기어노브 옆의 버튼을 누른 뒤 다시 터치스크린을 통해 선택해야하기 때문에 조작이 다소 불편한 것이 흠이다. 에코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과 변속기가 얌전해지고 공조장치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물론, 코너링 라이트까지 동작을 멈추는 등 치밀한 관리를 통해 연료 소비를 억제한다.


스포트 모드의 다이내믹한 감각은 수준 높은 운전재미를 선사한다. 굽이진 와인딩 코스를 헤집고 나갈 때의 골프는 전륜구동의 한계를 넘어선다. 든든한 느낌의 섀시와 안정감 가득한 하체가 바탕이 되고, 더불어 코너에서 안쪽 휠에 정교하게 제동을 걸어 언더스티어를 줄여주는 XDS가 어우러져 민첩한 몸놀림을 가능케 한다.


1.6 TDI 엔진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힘을 지녔지만 어지간한 와인딩 코스에서도 힘든 내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더불어 DSG가 7단이라는 점이 다른데,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추가로, 리어 서스펜션도 2.0 TDI는 멀티링크, 1.6 TDI는 토션빔 방식으로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1.6 TDI 모델을 타고 와인딩 로드를 거칠게 달려도 차의 몸놀림에 투덜거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18.9km/L의 복합연비 수치다.


7세대 골프는 또 한번 자신을 뛰어넘어 완벽을 넘어선 모습으로 진화했다. 다시금 동급의 새로운 기준으로 우뚝 서 경쟁자들의 도전을 내려다볼 것이다. 골프의 역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진보한 상품성과 함께 소비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가격 정책으로 수입차 시장 석권을 노린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밝힌 올해 하반기 판매 목표는 5천대, 골프가 국내에서도 다시 한 번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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