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온을 심어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휴양지 제주도에서 토요타의 대표적인 중형 패밀리 세단 캠리를 만났다. 새로운 캠리는 2011년 데뷔한 7세대 캠리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로, 부분변경이지만 2천여개의 부품을 교체해 풀 모델 체인지 수준의 변화를 가져왔다. 라이벌들의 잇따른 신형 모델 출시로 위기감을 느낀 탓인지,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캠리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돌아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떨쳐내기 위해 주력모델인 2.5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번갈아 시승했다.
글, 사진 /
강현구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새로운 캠리의 변화 중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외관이다. 항상 보수적이고 단정한 이미지를 표출했던 캠리가 마치 사춘기라도 겪은 듯 과격한 인상으로 변모했다. 사실 이런 과감한 디자인은 최근 일본차들의 추세지만 선뜻 눈에 적응되지 않는다. 새롭게 변경된 전면부는 렉서스와 비슷한 이미지를 풍기면서도 다른 방식의 조형 언어를 택하고 있다.
날렵함을 추구한 전면과 반대되는 이미지의 후면 디자인은 서로 다른 차를 보는 듯 조화롭지 못한 모습이다. 오버행을 늘린 측면도 그리 매력적이진 않다.
실내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고급스러운 재질로 마감하고 편의장비를 추가해 품질을 높였다. 중형 패밀리 세단으로는 드물게 대시보드 상단을 스티치가 들어간 가죽 느낌으로 마감해 고급감을 더했으며, 무광 크롬을 곳곳에 적용해 자칫 무난해 보일 수 있는 실내에 모던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차량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4.2인치 정보표시창이 포함된 새로운 계기판과 운전 중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버튼을 키운 패널은 운전자의 편의성을 돕는다. 하지만 생뚱맞게 룸미러 안에 들어앉은 디지털 시계는 그저 시야만 어지럽힐 뿐이다.
불만을 사고 있는 몇몇 수입차들과는 다르게 한국형 내비게이션인 아틀란의 최신 3D맵을 적용한 점은 마음에 든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하고 자동 업데이트가 가능해 꽤나 똑똑하게 길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내 공간은 패밀리 세단답게 편안하고 넉넉하다. 앞좌석 등받이 뒤쪽이 곡선으로 패여 있어 무릎 공간에 여유가 있으며, 뒷좌석에 3명이 탑승하는 것을 고려해 중앙에도 헤드레스트를 적용했다. 트렁크 역시 여유 있는 공간이지만 차체 크기 대비 공간 확보 면에서 동급의 국산차보다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무난한 성능, 놀라울 정도의 정숙성
2.5리터 가솔린 엔진 모델을 먼저 시승했다. 엔진은 기존 모델 그대로지만 토요타 관계자의 말대로 정숙성이 상당히 향상됐다. 소음과 진동 모두 내부에서는 4기통 엔진에서 느끼기 힘든 정숙성을 자랑한다.
시승 구간은 제주도 일대 100km 정도의 코스로 쭉 뻗은 해안도로는 물론, 고저차가 있는 와인딩도 포함되어 있어 차량의 성능을 확인하기에 적합했다.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23.6kg.m의 힘을 가진 2.5리터 4기통 엔진의 캠리는 넘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힘을 발휘한다. 속도를 올려도 정숙성을 잃지 않는 진중함은 이 차의 성격을 확실히 나타내는 듯하다. 다만 출렁대는 하체와 가벼운 조향감각이 운전재미와는 거리가 있다. 노면이 불규칙하거나 코너가 반복된 도로에서 조금 과격하게 몰아붙이면 소프트한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의 유격으로 인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된다.
시승하는 동안 트립에 찍힌 연비는 10.4km/L로 코스의 특성과 연비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솔린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만족할 만한 실연비를 보여줬다. 물론 이보다 거칠게 운행하면 연비가 더 떨어지겠지만, 캠리가 패밀리 세단임을 고려하면 일상적인 주행에서 만족할만한 연비를 기록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다.
뛰어난 연비의 하이브리드 모델
이어서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번갈아 같은 코스를 시승했다. 가솔린 엔진과의 연비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비주행을 하지 않고 같은 방식으로 주행했다. 대신 기능적인 부분의 확인을 위해 EV 모드와 Eco 모드는 활성화시켰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2.5리터의 158마력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되어 시스템 총 출력 203마력과 최대토크 21.6kg.m의 힘을 낸다. 초반 가속에서는 확실히 하이브리드 엔진이 우위에 있다. 가솔린 엔진과 차이점이 있다면 출발과 정차 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성상 약간의 이질감이 있다는 점과 변속레버에 S모드 대신 B모드가 적용되어 엔진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모델로 일반도로를 주행하면 연비가 계속 향상되지만, 고저차가 심한 구간을 운행할 때는 가솔린 모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연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시승 코스를 끝내고 확인한 연비는 17.2km/L로,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100kg 가량 무거운 무게를 감안하면 하이브리드 엔진의 효율성이 확실히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덕 구간에서는 순식간에 연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평지나 내리막 구간에서는 쉽게 그 수치를 만회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캠리의 가치
토요타는 캠리를 내놓으면서 “가장 혁신적인 캠리이자 가장 캠리다운 캠리”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시승을 마친 후에는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캠리는 기존 캠리와 비교해 외모만 달라졌을 뿐, 베스트셀링카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갖춰온 캠리의 특성을 전혀 잃지 않았다. 어쩌면 캠리가 보여주고 있는 무난한 특징들은 이러한 급의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성향의 표본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객관적인 가치로 차를 판단했을 때 중형 패밀리 세단의 기준을 제대로 정립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국내시장에서의 가격. 신형 캠리의 라인업은 3,390만원부터 시작되는 가격표를 달고 출시됐다. 물론 차량의 완성도를 비롯해 국산 중형 세단처럼 2.0 모델이 아닌 2.5 모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니지만, 토요타가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매하기 위해선 최소 4,3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4,000만원대로 넘어가면 캠리보다 더 고급스럽게 치장한 국산 준대형 세단부터 고효율의 합리적인 유럽산 디젤 세단까지 구매목록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캠리가 국내시장에서 얼마만큼의 판매량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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