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는 예술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의 자동차 메이커답게 항상 독특한 차량을 선보였다. 생김새부터 주행감각까지, 그것에 호불호가 있을지라도 경쟁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그들만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푸조가 변하고 있다. 디자인은 진중해지고 운동성능과 주행감각은 점점 독일차의 그것을 닮아간다. 변화하는 푸조의 꼭짓점에 자리하고 있는 뉴 508을 만나봤다.
글, 사진 /
강현구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푸조 508은 기존의 중형 모델인 407과 당시 기함 모델이었던 607이 통합되며 2011년 출시된 푸조의 새로운 플래그쉽 세단으로, 시승차는 최근 새롭게 부분변경을 거치며 상품성이 강화된 모델이다.
뉴 508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외관 디자인이다. ‘펠린룩’이라 불렸던 고양이의 형상을 반영한 과거 푸조 디자인에서 진화하며 이제는 곳곳에 맹수를 형상화한 디테일을 적용하고 있다. 이전 모델이 날렵함을 강조했다면 신형 모델은 한층 중후하고 점잖은 분위기로 변했다. 디자인 변경으로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긴 오버행은 차의 비례감을 떨어뜨리지만, 디테일에 신경 쓴 LED 헤드램프와 면발광 타입의 리어램프가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17인치 휠의 형상은 흠잡을 데 없지만 차의 크기를 고려하면 18인치가 적용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실내는 큰 변화 없이 편의장비 보강에 중점을 뒀다. 우선 기존 모델에서 가장 불만사항이었던 센터페시아 모니터의 위치가 상단으로 이동한 점은 반가운 일이다. 위치가 변경되면서 터치패널이 적용되어 시인성과 더불어 조작 편의성도 나아졌다. 넉넉한 실내공간은 그대로다. 반면 이번 모델에서도 휴대한 물건들을 딱히 둘 곳 없는 부족한 수납공간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컵홀더의 위치가 변하지 않은 점도 거슬린다. 컵을 잡아주는 홀딩력은 뛰어나지만, 사용 시 옆에 위치한 비상등 조작도 불편할뿐더러 모니터의 시야와 터치 조작을 방해한다. 그립감이 떨어지는 기어레버 디자인이 바뀌지 않은 점도 아쉽다. 마치 만져서는 안 될 부위를 만지고 있는 것처럼 손을 얹고 있으면 거북하다. 하지만 계기판의 시인성이나 새롭게 배치된 센터페시아의 버튼 배열과 조작감 등은 만족스럽다.
국내를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뛰어난 성능과 높은 효율성을 앞세운 독일 디젤차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지만, 사실 푸조 역시 디젤 엔진을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나있는 회사다. 시승차는 페이스리프트된 뉴 508의 최고급 사양인 ‘알뤼르’ 모델로 2.0 H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해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4.6kg.m의 힘을 발휘한다. 4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했지만 진동과 소음을 걸러내는 능력이 탁월하고, 특히 실내에서는 푸조의 방음대책을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초반 가속은 상당히 늦은 반응을 보인다. 속도가 붙은 후에는 넉넉한 토크로 스트레스 없는 가속 성능을 발휘하지만, 저속에서의 굼뜬 반응은 비슷한 출력을 가진 다른 차종들보다 그 차이가 심하게 느껴진다. 특히 꽉 막힌 도심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경우 가속페달의 반응이 한 박자 이상 느린 탓에 적응이 필요하다. 차라리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좀 더 빠른 반응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고속주행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보여주는 속도로 190km/h까지는 거침없이 올라가지만, 그 이상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고속에서의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이나 차체 안정감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유연하면서도 탄탄한 푸조의 완성도 높은 하체 세팅은 전반적인 주행감각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굽이진 코너에서도 든든한 운동성능으로 믿음을 준다. 전륜구동 차량임을 감안하면 수준급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브레이크다. 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페달의 답력도 적당해 의도한 만큼 멈출 수 있고, 위급상황에서는 순간적으로 더 강한 제동력을 이끌어낸다. 다만 앞머리가 무거운 탓에 노즈 다운 현상이 심해 잦은 가감속시에는 멀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뉴 508 알뤼르 2.0 HDi 모델을 시승하는 동안 기록된 누적 평균연비는 12km/L 정도로, 정체가 심한 구간과 한계치의 주행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만족할만한 수치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산 경쟁 차종들의 연료 효율성도 워낙 뛰어난 탓에 한편으로는 더 나은 연비를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출력이나 승차감보다 연비를 우선시한다면 18.4km/L의 복합연비를 자랑하는 1.6 e-HDi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디자인과 함께 진화한 상품성
뉴 508은 디자인을 비롯한 상품성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한다. 한층 모던하고 세련된 외모와 실용성 중심의 넉넉한 실내, 탄탄한 파워트레인, 출중한 운동성능, 만족할만한 효율성 등을 갖추고 너무 강한 개성 때문에 거리를 두고 있던 소비자들에게 진지한 푸조의 모습을 어필해나가고 있다. 푸조만의 아이텐티티가 점점 희석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거리에 늘어나는 성숙한 모습의 푸조 차량들을 보면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요구였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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