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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난폭한 스마트가이 - 렉서스 RC F


뜨거운 여름의 서막을 알리는 강렬한 햇살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도착하자마자 GS 450h와 NX 300h를 번갈아 타고 서킷을 유람하듯 달리며 코스 레이아웃을 눈에 담았다. 다음은 F 이니셜이 새겨진 고성능 스포츠 쿠페와 조우할 시간. 이른 아침부터 한걸음에 내달려온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길 바라며 시트 포지션을 타이트하게 조절하고 주행모드를 스포트 S+로 설정했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가속페달을 짓누르는 찰나, 5년 전 다른 서킷에서 IS F를 타고 달렸던 장면이 순간적으로 오버랩된다. 엔지니어의 순수한 열정으로 탄생했던 IS F의 출중한 성능과 훌륭한 감성은 아직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당시에는 고성능 모델에 달려있는 렉서스 엠블럼이 상당히 어색했던 기억도 난다.

이후 5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동안 렉서스는 많이 달라졌고, 새로운 주인공 RC F는 진일보한 기술과 성능을 가득 품은 채 ‘가슴이 두근거리는 차’를 표방하며 렉서스 엠블럼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으로 여기 서있다.


RC F의 심장은 각박한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5.0리터 V8 자연흡기 엔진. 회전수를 한껏 드높이자 풍부한 엔진음과 배기음이 뿜어져 나온다. 여기에 스포트 S+ 모드에서만 작동하는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이 스피커를 통해 발생시키는 소리가 더해지면 3인조 중창단의 심금을 울리는 하모니가 완성된다. 8단 스포트 다이렉트 시프트 변속기는 즉각적이고 절도 있는 반응으로 훌륭한 지휘자 역할을 해낸다.


거침없이 치솟는 초반 가속은 0-100km/h 가속시간 4.5초라는 제원 수치보다 빠르게 느껴진다. RC F의 최고출력은 473마력이지만,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고회전을 마음껏 써가며 질주하는 순간만큼은 과급기를 이용해 500마력 클럽에 가입한 녀석들보다 호쾌한 감각을 선사한다. 고속으로 넘어가도 짜릿한 가속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코너링 실력은 기대치를 웃도는 수준. 렉서스의 설명에 따르면 좌우 토크 분배형 토크 벡터링 디퍼렌셜이 적용되어 빠른 코너링이 가능하고, 운전자가 전자적 개입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감각을 구현했다고 한다. 토크 벡터링 모드 셀렉터로 스텐다드, 슬라럼, 트랙 등 세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하체 세팅은 너무 단단하거나 무르지 않고 적당하다.


서킷이니만큼 트랙 모드로 설정하고 RC F의 날렵한 운동성능을 만끽해본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이질감 없는 스티어링 감각과 핸들링. 욕심을 부리며 코너를 돌아나가자 엉덩이를 꿈틀대면서도 아주 손쉽게 자세를 추스르며 원하는 라인을 이어나간다. 차가 모든 걸 알아서 해주지만 그 모든 게 꽤나 자연스럽다는 점은 RC F의 숨겨진 매력 중 하나다. 과하게 스트레스를 받아도 쉽게 지치지 않는 브레이킹 실력 또한 딱히 흠잡을 곳 없다. 페달의 답력은 차의 성격보다 부드럽지만 정직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짧은 주행을 마치고 피트로 돌아왔다. 상당히 피곤한데도 더 달리고 싶어 좀이 쑤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서킷에서 만나기 전에는 무난한 성격인줄 알았던 녀석. 하지만 막상 제대로 겪어보니 예상외의 난폭한 면모를 숨기고 있었다. M, AMG, RS 배지를 단 경쟁자들의 난폭함을 먼발치에서 조심스럽게 비웃기라도 하듯, 본능을 일깨우며 온 몸을 자극하는 솜씨가 여간 능숙한 게 아니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똑똑하고 스마트하다. 결과적으로 RC F는 5년 전 IS F의 여운을 완전히 지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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