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적인 디자인으로 매력을 뽐냈던 메르세데스-벤츠 GLK. 그 후속 모델인 GLC는 브랜드의 새로운 작명법을 적용해 올해 초 첫선을 보였다. 볼륨감 넘치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분위기, 흠잡을 데 없는 파워트레인 등 탁월한 상품성을 지닌 GLC를 시승했다.

글, 사진 / 김상준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GLC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C클래스급의 SUV다. 외관 디자인은 전작과 180도 달라졌다. 전체적으로 동양화를 그린 듯 유연한 선으로 부드러운 시각적 느낌을 준다. 전면부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패밀리룩으로 완성됐고, 풀 LED 헤드램프를 적용해 밝은 시인성과 또렷한 눈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19인치 휠로 멋을 낸 측면을 지나 후면 디자인도 전체적인 분위기 그대로 유순하고 따뜻한 느낌이며, 리어 디퓨저는 크롬을 적용해 고급스럽게 마감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획일화된 패밀리룩 때문에 각 모델들의 개성은 사라졌다는 것.


실내로 들어서면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프리미엄을 지향한 성향에 걸맞게 사용된 무늬목과 가죽의 질감 등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상위 모델인 GLE와 비교해도 고급스러움이 부족하지 않고, 디자인적 구성은 오히려 GLC가 더 세련미 넘친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와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직관적이면서 편리한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내비게이션과 차량 상태 등의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고 스마트폰과도 연계되어 활용도가 높다. 다만 중앙에 위치한 컨트롤러는 여전히 사용하기 불편하다. 터치패드를 통해 한글을 지원하는 것은 반갑지만, 인식률이 떨어져 결국 사용하지 않게 된다.


시트의 착좌감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며, 1열 전동 시트는 다양한 방향으로 세부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GLC의 차별화된 장점은 2열 공간에 있다. 키 큰 성인 남성이 탑승해도 넉넉할 정도로 넓은 공간은 동급 최고수준. 트렁크 공간 또한 상당하기 때문에 4~5인 가족의 패밀리카로도 전혀 손색없는 실용성을 제공한다.


국내 시판중인 GLC 220d 4매틱 모델은 2.2리터 4기통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벤츠의 새로운 9단 자동변속기와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4매틱이 적용됐다.

복합연비는 12.9km/L로, 시승하며 다양한 구간을 운행한 실제 평균연비는 14.5km/L를 기록했다. 가속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주행한 결과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실내 정숙성. 외부의 엔진 소음도 꽤나 조용한 편이지만, 실내에서는 진동과 소음이 더더욱 억제되어 있다. 마치 6기통 디젤 엔진으로 착각될 정도. 이 부분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하는 컴포트의 지향점과도 마주한다.

탁월한 정숙성과 함께 속도를 높여가면 직진에서의 안정감이 차체를 감싸고, 고속에서도 노면에 가라앉는 듯 뻗어나가는 독일차 특유의 감각이 운전자를 든든하게 만든다. 아울러 대용량 브레이크 시스템이 반복된 제동에도 부족함 없는 성능과 차체 거동을 선보인다.


코너에서는 SUV의 태생적 한계를 거스르지 못한다. 좌우 롤링 때문에 진입속도를 낮추면서 2톤에 육박하는 무게를 느껴야 했다. 하지만 유연한 서스펜션과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에 한계점을 넘나드는 코너링에서 발휘되는 노면 장악력은 기대 이상이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편안하지만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자잘한 충격을 거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GLC를 시승하고 나니, SUV 시장에서 다소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하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의지가 엿보인다. 눈에 확 띄는 화려하고 특출한 면은 없지만 다방면에서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믿음직하고 효율적인 파워트레인,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 정숙하고 쾌적한 주행감각,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는 뛰어난 활용도 등이 어우러져 차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앞으로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