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지만, 남자의 가슴은 메말라 떨어지는 낙엽처럼 처연해진다. 지난날 함께 낙엽을 밟으며 환하게 웃던 그녀는 더 이상 곁에 없다. 그래서일까, 홀로 밟는 낙엽소리가 가슴 깊이 파고들어 이별의 아픔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우울한 표정으로 땅바닥만 응시하기엔 저 하늘이 너무나 드높고 청명하다. 그래,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했다. 진한 쓸쓸함을 달래줄 상큼한 자동차, 미니 컨버터블과 함께 가을의 한복판으로 내달려보자.
글 /
김태준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첫인상은 그리 낯설지 않다. 미니는 지난 2002년 1세대 해치백 모델을 국내에 출시한 이후 14년간 다채로운 모델들을 선보였고, 이제는 다양한 미니들이 익숙한 모습으로 국내 도로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신형이라 해도 이전 세대 모델을 옆에 세워두고 비교하지 않는 이상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전통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이어가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미니다.
시승차는 ‘캐리비안 아쿠아’ 컬러의 쿠퍼 S 컨버터블. 앙증맞은 몸집과 동그란 헤드램프 등은 익숙한 미니의 모습 그대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 모델보다 높은 성능을 암시하는 S 이니셜이 붙어있고, 컨버터블의 특징인 소프트탑이 두터운 C필러를 형성하며 차체와 매칭 되어 있다. 주행 중에도 30km/h 이하의 속도에서 작동 가능한 전동식 소프트탑은 개방되면 뒷좌석 시트 뒤에 가지런히 접힌 형태로 보관된다.
3세대 미니쿠퍼는 2세대보다 전장 9.8cm, 전폭 4.4cm, 전고 0.1cm가 늘어나 좀 더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풍채 좋은 성인 남성에게 고작 몇 센티미터 늘어난 공간은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뒷좌석은 존재한다는 자체로 만족해야 하며, 가방 등의 짐을 수납하는 용도로는 꽤나 쏠쏠하다.
실내는 고급스럽다거나 화려하다는 등의 수식어로 표현하기보다는 인테리어 구성 하나하나 만지고 싶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유니크하다. 물론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전반적인 품질도 일취월장했다. 특유의 토글버튼들과 다이아몬드 퀄팅자수의 브라운 시트는 훌륭한 착좌감뿐만 아니라 톱을 열었을 때의 품격을 한층 상승시키는데 큰 몫을 해낸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마자 성급히 소프트탑을 열기위해 버튼을 찾았다. 대부분의 컨버터블은 개폐버튼이 기어박스 쪽에 위치해 있지만, 미니 컨버터블의 경우 룸미러 위쪽에 토글스위치로 달려있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스위치를 길게 누르고 있으면 선루프처럼 소프트탑의 절반이 먼저 오픈되고, 다시 길게 누르면 완전히 오픈된다. 탑을 열면 기분 좋은 배기음이 귓가에 가까이 와 닿으며 손을 뻗어 잡힐 것만 같은 하늘이 머리 위로 그려진다.
쿠퍼 S 컨버터블은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으로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5kg.m를 발휘한다. 귀여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우렁찬 엔진음과 배기음, 그리고 날카로운 주행감성은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게 만든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이 즉답식으로 반응하며 주저 없이 뻗어나가고, 그에 못지않은 탁월한 제동력 덕분에 마음껏 내달려도 안심할 수 있다. 특유의 코너링 성능은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즐거운 운전재미를 선사한다.
소프트탑을 열고 도심을 활보하면 주변의 시선이 다른 차들보다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컨버터블을 타면 그런 시선들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한적한 외곽으로 빠져나가 오른발에 힘을 주자 상쾌한 바람이 머리를 스치며 온 몸에 퍼져있던 우울함을 모조리 날려버린다. 이런 주행감성을 경험해본 사람은 1년 365일 중 단 하루만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하더라도 고민 없이 컨버터블을 선택할 것이다. 게다가 미니 컨버터블처럼 운전재미가 살아있다면 1초의 고민도 시간낭비일 뿐이다.
미니 컨버터블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불편한 자동차일 수도 있지만, 함께하는 내내 조수석에 앉아 잔소리를 일삼던 그녀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메마른 낙엽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듯 마음을 어루만져준 덕분에 이별의 아픔이 대부분 희석됐다고 해야 할까. 이제는 매년 가을이 오면, 떠나간 그녀보다 미니 컨버터블이 더 간절하게 생각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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